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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워치> 130호 (PDF 전문)
  변견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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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riter : paracelsus     Date : 07-12-11 16:34     Hit :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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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견의 추억


견대위라 불러다오!
 
1990년대 중반 나는 대한민국 공군의 군의관으로 대대급 부대의 의무실에서 근무한 적이 있었다.
 
부대 업무에 적응이 될 무렵 미칠 듯 무료했던 나는 3개월 된 변견 두 마리를 장인을 통해 구해서 기르기 시작하였었다.
 
견공의 혈통에 대해 설명하자면 견공들의 모견은 진도견 '댕갱이'었다.
'댕갱이'는 원래 꼬리없이 태어난 토종견을 의미하는데 모견은 숏다리 발바리견과 교미할 때는 경사진 언덕을 이용할 정도로 지능이 높았고 사냥 본능이 강해서 너구리 ,산 토끼,고슴도치,꿩,뱀까지 다루지 못하는 종이 없을 정도였다. 나는 모견에 변견의 의미를 실어  '덩구'라고 불러준 바 있다.부견은 발바리와 진도견의 혼혈로 총명한 얼굴을 하였으나 숏다리인 게 흠이라면 흠인 개였다.

 
두 강아지 중 수컷은 당시 '세진컴퓨터 광고'에 나오는 개처럼 잘 생긴 백구 였고, 다른 한 마리는 꼬리가 일부만 남은 댕갱이 황구였다. 나는 이들을 각각 '슈왈츠'와 '클론'이라고 불러주었다.

일 방향 의사소통 훈련
 
의무실 옆에는 군견인 세퍼트를 사육하는 장소가 있었고 자연스레 군견병들과 친해지게 되었는데 그들을 통해서 '개 훈련과 사육' 등에 관한 정보를 얻어듣고 난 후부터는 호기심이 발동해서 부대에 온 지 한달도 안된 강아지들을 훈련을 시켜보기로 하였다.
 
개훈련의 기본이 '명령 이해시키기'임을 파악한 나는  '안돼!' 라는 명령부터 시작해서 차례로 '앉아! 일어서! 엎드려! 기다려!,이리와! 그리고 물어와!' 등  명령에 복종시키는 것으로 훈련을 시작하였다.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올가미 같은 목줄'로 목을 죄어서 벌을 주었으나  발이나 손등으로 구타하는 일은 없었다.가벼운 목줄죄임'도 무서워 벌벌 떨던 클론은 군대식 견공 훈련을 진행하기가 어려웠다.물론 나는  이들이 훈련을 잘 따라하면 적절한 보상을 해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어느날 나는 의무실 창고에서 출생하여 최근에 거처를 옮긴, 태어난 지 3-4개월 된 고양이들을 보곤 호기심이 발동하였다. 고양이들의 주 야간 이동경로를 파악하기에 이르렀고 비가올 때나 기능을 하던,고양이들의 은신처인 배수로 입구에 올무를 놓아서 그들 중 한 마리를 성한 상태로 포획하였다. 슈왈츠와 클론의 사냥 본능 평가를 위해 고양이 한마리가 희생된 것이었다. 가까이서 처음 대면하는 낮선 종에 대해서 슈왈츠는 바로 작업들어가 고양이를 물고 흔들어 댔고 클론은 일정거리를 유지하며 절대 가까이 가려하지 않고 짖기만 하였다.
 
4개월 정도 된 슈왈츠가 언덕 아래로 던진 돌을 물어오는 훈련을 제법 해낼 무렵 의 어느날 의무견 슈왈츠는 사병식당 옆 잔반처리장에서 포식하고 야산으로 이동 중인 비만한 고양이를 보게되었다.슈왈츠는 이미 그 존재를 파악하고 있었다는 듯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약 50 미터를 쫓아가더니 한 입에 그 낯선 동물을 쓰러뜨렸다.숫사자가 하이에나를 추격하여 쓰러뜨릴 때의 늠름한 모습이었다.
 
다자란 고양이가 너무도 손쉽게 쓰러지니 슈왈츠는 그 고양이과 동물을 원래부터 약한 존재로 인식한 게 분명했다.
 

표정이 그리 풍부하지 못한 것에 감추어진 위험

 
같은 해 초여름. 개를 치워버리라는 대대장님을 간신히 설득하고 '누군가가 고자질을 했으리라'  생각하며 상기된 얼굴로 의무실을 향해 가고 있었다. 언제나 보스를 보면 반갑게 달려오던 녀석들이 그날 따라 쓰러질 듯 잠시 비틀거리다가 다시 달려오는게 아닌가?.

빈혈이 심하거나 탈수가 심할 때 인간에서 보이는 바와 같은 창백한 얼굴 , 어지럽다는 표현, 그리고 질병의 다른 징후 등을 감지하지 못했던 나는 녀석들의 회색빛 잇몸을 들여다보고서야 기생충병을 의심하고 병사용 구충제를 용량을 맞추어 먹여서 증세를 해결하였다. 사실 개가 아프면 해줄 것도 별로 없었고 흡혈기생충인 개구충 정도 라고 판단하는 것이 다행이기도 하였다. 나도 재빨리 구충제를 복용하였다. 그런 것도 모르고 벌주면서 훈련 시켰던 것 이 후회스러웠다.


본능을 잃어버린 도둑고양이들

그 해 가을, 견 대위는 주말에 부대안을 차를 타고 배회하는데 자동차 좌측 앞에서 슈왈츠가 5m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면서 천천히 달리는 것을 보게된다. 견대위와 함께 걷게될 때는 그의 좌측 약 30cm 전방에서 천천히 걷는다.
 
산책을 가게되면 슈왈츠는 이전에 고양이등을 사냥한 장소, 그러니까 냄새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을 다시 찾아가 확인하고 견 대위가 이를 무시하고 지나치면 뒤따라와서 다시 견대위를  앞선다. 어김없이 지난 번 고양이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이나 새로운 냄새에 후각을 집중하는 것이다.
 
슈왈츠는 스스로 후각을 이용해 사냥감을 추적하는 경지에 이른 것이다.
 
비대해진 몸으로 어슬렁거리며 사람을 보아도 피하지 않고 교만 만땅이던 고양이들에게 냉엄한 생태계의 생존 본능을 일깨워주는 일을 슈왈츠가 하게 된 셈이었고 녀석의 활약으로 부대 안의 비만한 도둑고양이들은 모습을 감추게 되었으며 일부 고양이는 죽어서 관절염을 앓는 사람들에게 단백질을 공급하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슈왈츠가 1세가 되기도 전에 총 15마리의 고양이가 슈왈츠의 앞에서 운명을 달리하였다.
고양이를 공격하다 귀나 코를 물려서 피를 흘린 후로는 포악한 고양이와 대치하게 되면 짖어서 보스의 협조를 구할 줄도 아는 영리한 녀석이었다. 

내 마음 속의 분노를 달래주던 슈왈츠

부대 안의 군무원 '백기사'는 저돌적인 멧돼지 스타일의 인간이다.
 
부대 밖 회식좌석에서 사소한 말에 흥분하더니 상관인 견대위에게 한판 하자며 웃통을 벗어던지면서 들이대어 심기를 불편하게 한 위인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견 대위 에게도 원인이 있었겠지만 장교 체면에 이겨야 본전이고 지면 망신! 거기에다 짜리몽땅하며  이종격투기 K1의 마크 헌트처럼 맷집이 좋은 인간은 실로 다루기 난처한 것임을 그가 모를 리 없었다. 그 다음날 백기사는 겸연쩍은 표정으로 의무실로 찾아왔고 견대위는 어제의 일은 잊어버린 듯 내색하지 않고 대해주었다.
 
그러나 화제가 견공에 이른 것이 화근이었다.

백기사는 자신을 빼닮은 그의 개가 '슈왈츠' 정도는 가볍게 이긴다며 다시금 견대위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였다.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고 판단한 견 대위는 슈왈츠를 부대안의 투견판에 세우게 되었다.장소는 보급대대 창고였다. 백기사의 개는 아메리칸 '핏불' 스런 포악한 얼굴, 다부진 체격에 몸무게가 더 나갔으나 주인 과의 교감이 없었고 몸이 둔했다. 주인 빼닮은 백기사의 개를 보고 웃음을 속으로 감추던 견대위는 내심  체격이 더 작은 슈왈츠가 힘에서 밀릴까봐 걱정이 되기도 하였고 한 술 더 떠 꼬리를 내리고 '낑낑'대는 수치스런 면을 보일까봐 염려스러웠으나 녀석을 믿는 수밖에 없었다.
 
주인의 감정을 알아챘는 지  두 수컷은 털을 세우며 으르렁 거리다 맞붙어 싸우게 되었다.  슈왈츠는 날렵했고 힘에서도 밀리지 않았다.견대위는 '슈왈츠'가 사냥뿐 아니라 맞짱도 잘뜬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게 되었다.싸움 중 그는 자신의 지시에 따르는 슈왈츠의 눈을 보았다 그리고 느낄 수 있었다.
 
슈왈츠가 보스인 그를 위해 싸우는 것을,
그가 있어서 싸우는 것을.....
그리고 그 자신의 심장이 두근두근 고동치는 것을....
 
그날 저녁, 백기사의 차가 의무실 앞에서 멈추었을 때 견대위는 술기운에 조수석에서 졸고 있었다. 백기사가 졸고있는 그를 깨우러 조수석 문을 열고 그의 어 깨를 흔들 때 밖에 있던 슈왈츠가 백기사를 향해 이를 드러내 으르렁거리며 위협을 하니 두려워 물러났다. 사람보다 개를 더 두려워하다니 참으로 희한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올무, 슈왈츠 그리고 보신탕
 
다음 해 나는 근무지를 옮기게 되었고 늠름한 슈왈츠를 탐내어 두고가라던 백기사의 요청을 마다하고 시골 농장에 슈왈츠를 데려다 놓게 되었다. 주말을 이용해 농장을 방문하다가 점점 찾아 가는 횟수가 줄어들면서 녀석이 나를 반기는 모습도 예전 같지 않아졌고 명령에 복종하는 것을 싫어하 는 기색이 역력하였다. 미안한 마음에 가끔씩 농장 뒷산을 함께 오르기도 하였다.
 
농장에서 두번 째 가을을 맞을 무렵

슈왈츠가 농장에서 사라져 모습을 감춘 지 3일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게되었고 농장에 간 나는 직감적으로 농장 뒷산에 올라갔으며 맞은 편 산비탈 방 향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개의 짖는 소리를 듣고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산토끼의 배설물들이 많이 발견되는, 골짜기에 위치한 작은 평지! 그 곳은 녀석과 몇번 갔던 곳이었는데 녀석은 그 평지 옆 산비탈의 나무에 설치한 올무에 목이 걸려 있었다.
껍질이 벗겨져 속살이 하얗게 보이는 나무들, 파헤 쳐진 황토에서 상상되는 모습과 달리 침착하게 반기는 의젓함이 올가미 훈련 과 관련이 있으리라는 것을 생각하니 더욱 더 마음을 아팠다.
 
슈왈츠는 그 일이 있은 얼마 후 또 사라졌고 다시는 볼 수가 없었다. 보신탕용 개를 취급하는 개장수들의 소행일 것으로 판단했다.나는 하찮은 개의 죽음을 통해 허무와 슬픔이란 걸 느꼈으며  곁에서 지켜보면서 함께 할 수 없다면 절대로 개를 기르지 말아야겠다고 줄곧 되새기게 되었다.
 
 
지금도 하얀 털의 변견을 보면 .....
 
취학 전 시절, 사람들이 놓아 둔 쥐약을 먹고 마루 아래 깊숙한, 어두운 곳에서 푸른 눈을 보이며 죽어간 변견과 눈물짓던 어머니의 모습, 슈 왈츠의 모습이 함께 떠오른다.
그리고 ......거의 해마다 여름철 식탁에 올랐던 , 어른이 되어서 먹어본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맛의 보신탕도.....


 

개와 고양이에 관한 진실' ost
    
    Caramel - Suzanne Ve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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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hlerian   07-12-11 16:44
국내에도 개에 대해서 진화생물학, 동물행동학적으로 잘 분석된 두어권의 책이 아주 잘 번역되어 있습니다. paracelsus님 비롯 스켑렙의 독자중에서 혹시 모르셨던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래요. ^^

개에 대하여
http://www.yes24.com/Goods/FTGoodsView.aspx?goodsNo=1781624&CategoryNumber=001001002006005

인간들이 모르는 개들의 삶
http://www.yes24.com/Goods/FTGoodsView.aspx?goodsNo=369397&CategoryNumber=001001011015
paracelsus   07-12-12 21:43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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