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구분과 관련한 skyang님의 글입니다. 나중에 시간되면 관계된 skyang님의 다른 글들도 연계해 링크해보겠습니다.
* * *
우리나라에는 리버럴 좌파 우파 다 없는 것이 아닌가?
진중권이 썼던 어느 좌우 구분론을 읽어보니까 독일 상황과 상당히 잘 맞아 떨어지는 구분 같다. 물론 프랑스도 조금은 드골같은 우익이 있었으니까 (지금은 없는 것 같지만? 요즘 드골파 본 적 있어요?) 억지로 포함될 수도 있겠다.
그런데 딴 나라, 특히 미국과는 그리 썩 잘 어울린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뿐만아니라 독일 등에서도 비스마르크식 우익은 거의 자취를 감춘거 아닌가 싶다. 프랑스도 어느 정도 그렇지만 영국과 특히 미국에서 좌우를 가르는 것은 역시 경제와 사회문화영역에서 국가 개입의 정도가 아닌가 싶다. 좌파는 경제에서 그리고 사회문화영역에서도 평등과 "개인자유의 보장을 위해서도" 국가개입이 필수불가결하다고 본다. 반면에 우파는 세금도 적게 부과하고 규제도 적은 상태가 경제와 사회발전을 더 가속한다고 본다.
리버럴은 미국에서는 좌파를 지칭하는 말로 더 많이 쓰인다. 이때 리버럴의 개념은 국가가 개인 자유를 위해 더 많은 역할을 해야한다고 믿는다는 의미에서 리버럴이다. 평등 문제하고도 관계있겠지만, 가난하면 자유롭지 않기 때문에 국가가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서 자유롭게 해야한다는 말이다. 민주당의 루스벨트 대통령이 "궁핍으로부터의 자유" "공포로부터의 자유" 로 자유의 개념을 소극적인 것 (국가기구로부터 개인의 자유) 으로부터 적극적인 것 (국가에게 궁핍과 공포를 없애달라고 요구할 자유) 로 확대한 다음이다. 루즈벨트의 마누라 엘레노어 여사는 유엔대사시절 유엔헌장의 인권선언에 이 정신을 집어넣었다. 그 이후로 리버럴의 개념은 영구히 바뀌었다.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를 위해 국가나 세계기구가 많은 역할을 해야한다고 믿는 생각이 미국에서의 리버럴이다.
잠시 왜 진중권의 독일 편향의 착각이 나왔나 살펴보자.
근대국가의 모델은 미국 혁명과 프랑스 혁명 이념에서 왔다. 미국과 프랑스의 근대국가 개념은 인종하고는 별로 상관없는 개념이다. 누구든 민주주의적 국가가 관할하는 땅에 속해 세금내고 투표하는 사람은 시민이 된다. 불법이민자의 자식이라도 미국 땅에서 태어나면 미국 시민이고, 프랑스 땅에서 태어나면 프랑스인이다. 이렇게 조국은 자유로운 인간이 만든 나라이다. 태어난 땅이라도 자유롭지 않은 국가는 조국이 아니다.
미국, 프랑스는 부르조아들과 생산대중이 근대화를 이루었지만, 독일과 일본은 나중에 대신 귀족지주계급 주도로 근대화가 이루어졌다. 이 과정에서 속지주의 근대 국가의 핵심원리를 저버리고 인종주의를 채택했다. 이 인종주의는 일본이나 독일의 통치를 받은 우리 나라 등 몇몇 후진국가에 스며들었다. 진중권은 이 인종주의를 우파라고 보는 모양이다. 그런데 이건 독일에는 있을지 몰라도, 프랑스, 영국, 미국에는 없는 소리다.
19 세기부터 좌파는 확고하게 국제주의를 옹호했다. 좌파는 항상 International 을 만들었다. 맑스 엥겔스의 제 1 인터내셔널부터, 트로츠기의 제 4 인터내셔널이 있었는데, 마지막이 아닐 것 같다. 담 달에 클린튼 블레어 조스팽 쉬뢰더 등 서방 좌파정상 15 개국이 만나는 회의를 제 5 인터내셔널이라 불어야할 성 싶다. 좌파는 언제나 민족주의를 비웃는다. 그렇지 않은 좌파는 아마 북한이 거의 유일한 사례일 것이다. 물론 종속이론이란 해괴한 논리를 받아들인 좌파들은 역시 해괴한 민족주의를 주창하기도 한다. 이렇게 근대이념을 계승한 좌우파는 공히 국제주의적이어서 소소한 인종문제 등에 구애받지 않는다. 비스마르크, 일본천황, 독일 파시즘이 잠시 복고반동적 인종주의를 부활시키려다가 미국 소련의 국제주의적 좌우파 근대국가들에게 작살난 것이 2 차대전이다.
그렇게 보면 우리나라에는 근대적 의미의 우파도, 좌파도, 리버럴도 없다. 자칭 "우파"는 민족주의를 옹호하는 대신, 민족반역자들과 그들의 혈통적 정치적 후손들에 불과하다. 좌파는 기괴한 종속이론이나 김일성식 병영공산주의이론을 받아들인 자들이다. 리버럴은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공병호, 복거일을 자유지상주의자 대열에 넣는 것은 아주 이상하다. 자유지상주의자들은 실제로 자유지상주의 (Libertarian) 가 되도록 노력한다. 복거일은 내가 잘 몰라서 입다물고, 공병호에 대해 말하면 공병호의 주장은 관치재벌경제를 해체하고 민주적 시장경제를 건설하는 데 여념없는 국가기구보고 그거 하지 말란 말이다. 다른 말로 하면, 관치재벌경제를 유지강화하자는 얘기다. 이것은 자유지상주의의 탈을 쓴 파시즘경제옹호론이다. 공병호식 논리의 자유지상주의의 탈을 벗기는 것이 급선무다.
리버벌이 있을 법하지만, 이 리버럴들은 마광수, 장정일의 구속도, 지금까지의 수만명 이상의 국가보안법, 집시법 위반자들에 대해 제대로 리버럴의 논리를 들이대면서 싸워보지 않은 것 같다.
남한 지식사회는 허깨비들과 사이비들의 놀이판이다. 이런 판에서는 당연히 우파든 좌파든 리버럴이든 지역주의극복 논리하나 제대로 나올 수가 없는 것이다.
(2000년 06월 0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