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한겨레21>이 했던 의미있는 역할은 요새 <한겨레21>이 아니라 변희재의 <미디어워치>가 하고 있다는 생각이지만, 암튼 skyang님의 좋은 글이다 싶어 소개해봅니다. 진보는 오로지 좌파만 할 수 있는 것이라 믿는 사람들에게도 좋은 문구가 많군요.
"역사는 자기 이익을 위해 전진하는 사람들이 만드는 것이다. 모든 주장은 이기적인 것이다. 이기적인 주장에 옳은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있다. 그걸 구별하는게 지식인의 책무다."
"진보는 누구의 힘으로 해도 진보다."
* * *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야: <한겨레 21>
한국에 똑똑한 친구들은 전부 <한겨레21> 에 모여있는 것 같다. <한겨레 21>의 이번주호 커버스토리는 도대체 왜 나라가 이모양이 되었는지를 너무나 적확하게 보도하고 있다.
필자가 평소에 존경해 마지 않는 <The Economist>, <Financial Times>, <Wall Street Journal> 등의 분석을 무색하게 하는 날카롭고도 잘 정비된 기사다.
국내 다른 언론들의 얼버무림에 비하면 정말 빛이 난다. 역시 한국은 진보적 지식인들의 어깨에 희망을 걸고 있을 수 밖에 없다.
너무나 잘 정리를 해서 여기다 다시 옮겨 적을 필요도 없지만 감동한 독자로서 한번 다시 정리해 보자. 물론 이 입장이 김영삼 정권 초기의 신경제정책을 시도하다 언론-부패관료-재벌 연합군에 패퇴했던 사람들과, 한은의 입장을 대변한다는 것을 필자가 모르지 않는다.
다시 말하지만 역사는 자기 이익을 위해 전진하는 사람들이 만드는 것이다. 모든 주장은 이기적인 것이다. 이기적인 주장에 옳은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있다. 그걸 구별하는게 지식인의 책무다.
각설하고, <한겨레 21>의 기사 내용은
1.가장 가까운 원인: 강경식 전 부총리는, 무슨 꿍꿍인지 태연 늑장이었다. 한은을 비롯한 국내 연구기관들의 보고가 아무리 다급히 올라와도, 깡그리 무시했다. 오히려 위급한 상황을 이용, 재경원 권력 강화를 위한 금융관계법 통과만을 꾀했다. 왜 재경원 권력강화를 꾀했을까? 생각을 깊게 해보시기 바란다. <한겨레 21>에도 안나와 있으니깐.
2.중간 원인: 신경제 정책팀에서 강조한 기업 연결재무제표및, 상호지급보증 제한 조치를 한승수, 나웅배 등 3 공 출신 경제관료들이고사 시켰다. 고 때 이런 조치가 통과되었다면 지금과 같은 사태가 오지 않는다.
왜 한승수, 나웅배씨는 왜 재벌 편에서 일을 했을까? 나는 나웅배씨가 전경련에 가서 두 손을 앞으로 조아리며 거만하게 앉아있는 최종현 회장에게 업무보고하듯 면담하는 텔레비젼 뉴스 장면을 도저해 머리속에서 지울수가 없다.
3.가장 근본적 원인: 재벌의 방만 경영구조에 구조에 있다. 이익도 나지 않는 사업을 마구 벌이며 지 영토확장만을 꾀하는 구조에서 이런 사태가 어찌 안 올수 있겠는가?
부패관료-재벌 연합의 경상도 패권 약탈경제체제가 어떻게 작동해왔고, 어떻게 무너져 내리는가를 너무나 잘 묘사한 기사다.
나는 우리 경제 체제를 약탈경제체제라고 불러왔다. 전자본주의 전민주주의 단계의 경제체제인 것이다. 이 약탈경제체제가 무너지고 근대적 세계자본에 편입되는거 대환영이다. 민족자본론이야말로 가장 천박하게 재벌패밀리의 이익을 보호하는 이데올로기이다.
자본은 세계적인 것이다. 민주주의도 세계적인 것이다. 여기다가 민족적이고, 한국적이고, 아시아적이고, 전치사 붙이는 것은 일단 사기라고 의심하고 보는 쪽이 안전하다. 국내의 추잡하고 촌티나는 기득권 세력의 자기방어논리에 현혹되는 백성들이 아쉽지만, 그거야 질낮고 촌티나는 지식인들과 언론들 책임이지 백성들 책임은 아니다.
오늘 점심먹으러 한국 식당에 갔더니, 주방장 아저씨가 한국에 몇천불을 좀 보내는 걸 도와달란다. 일하는 아줌마도 만불쯤 보내야겠단다. 낼 한국에 돈을 보내주면서, 눈물이 날 것 같다.
의병의 전통, 윗것들이 나라 말아 먹으면, 흰옷입은 백성들이 의병 항전으로 다시 나라를 빼앗아 오던 의병의 전통, 이걸 21 세기가 내일 모렌데 아직도 우리 백성들이 해야 한단 말인가? 이번에는 그 의병들이 나라를 말아먹은 자들을 갈아치우는 일을 같이 했으면 좋겠다. 제발 이번만은. . .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 의병의 화살촉을 정확하게 부패관료-재벌연합 체제의 심장부를 향해 겨누어야 한다. IMF 는 1단계의 싸움에서 우연히도 우군이다. 진보는 누구의 힘으로 해도 진보다. 8시간 노동제, 보통선거권, 여성 참정권 등 다른나라 민중들의 투쟁의 성과를 우리 민중도 물려받은거다. 재벌패밀리와 부패 관료를 청소하는 진보적 개혁에 세계자본이 나서면 우리 의병들은 그걸 도와야 한다.
미 점령군이 일본과 독일의 재벌 패밀리를 청소한 다음에 그 나라들의 경제와 민주주의가 얼마나 진일보 했는가를 상기하자. 청소부대를 조직하자. 김우중 회장이 LA 에 와서 하는 말이, 우리 경제가 이렇게 된게 재벌 패밀리만 빼고 모두 다의 책임이라고 했다. 한국일보 장명수 칼럼을 보니, 거의 비슷한 논지다. 책임을 죽 늘어놓았는데, 대기업의 책임은 있는데 재벌패밀리의 책임은 없다.
대기업은 책임 없다. 대기업은 우리의 자산이고 우리를 이만큼이라도 살게한 주역이다. 그 대기업의 지배권을 부당하게 움켜쥔 재벌패밀리를 이번에는 경제 권력의 핵심에서 몰아내야 한다. 기업의 진짜 주인을 찾아주자.
(1997년 12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