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삼성생명 상장 문제로 증시가 떠들썩 하다고 하네요. 삼성생명이 상장을 하게된 경위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10년전 삼성생명 사태와 관련하여 skyang님이 쓰신 글이 있어 한번 소개해봅니다. 양교수님이 인용한 민상기 교수의 <조선일보> 인터뷰는 자료는 찾이 못하겠네요. 양해바랍니다.
음, 전투노조가 좌파의 무임승차자라면, 재벌은 바로 우파의 무임승차자가 아닐까 싶네요. 야만과 싸우는 사람, 무임승차자와 싸우는 사람은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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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과 문명 : 삼성생명사태
삼성자동차와 삼성생명사태의 가장 큰 교훈은 “부패관료-재벌연합의 남한약탈경제체제”의 본질과 수법에 대해 일반국민들도 조금은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는 것이다.
사실 강도를 당하는 피해자가 강도가 누구인지도, 자신이 그 강도질의 피해자인지도 모르고 있다면 당해서 싼 일일 것이며, 강도 짓을 막을 방법도 없다. 필자의 지론이지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로 이어지는 영남패권의 군부독재세력이 추구해온 재벌육성정책이 바로 부패관료층과 재벌패밀리들의 강도질을 법제화 관습화해서 나라 경제 전체를 약탈경제체제로 만들어 놓은 주범이다.
남한 현대 경제를 제외하고 약탈경제체제를 가장 잘 살펴볼 수 있는 곳은 아마 중국의 왕조 교체기에 농민들과 마적 떼 사이에서 형성된 경제체제가 될 것이다. 농민들이 농사를 지으면 마적 떼가 추수할 때쯤에 와서 약탈을 해간다. 물론 100% 다 가져가면 농사지을 사람이 없을 테니, 추수한 곡식의 40-60% 정도만 가져간다. 40% 가져가는 약탈자는 선량한 마적 떼, 60% 가져가는 약탈자는 욕심 많은 마적 떼로 불린다. 남한의 약탈경제체제는 독특하게도 국가 기구를 장악한 마적 떼라 볼 수 있는 주로 경상도 출신의 군부-부패관료-재벌 집단에 의해서 40 년간 안정적으로 운용되어 왔다는 점이다.
김대중 정부가 이 약탈경제체제를 수술하려고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제도화 관습화되고 피 약탈자의 머리 속에까지 깊숙이 박혀있는 이 약탈경제체제는 그리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약탈당하기 싫은 사람들이여 용기를 내어 약탈자들과 싸워라, 싸우기도 싫고 약탈당하기도 싫은 사람은 비약탈경제체제의 나라로 이민을 가라. 이것도 저것도 싫은 사람들? 자손만대 약탈당하고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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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사태의 본질을 정태인 선생은 사기극이라고 불렀지만 사실은 사기극의 수준을 넘는다. 이 사건은 약탈극이다. 사기란 사기치는 사람과 사기 당하는 사람의 권력관계가 평등한 경우 지능, 정보, 지식을 이용하여 경제적 이득을 챙기는 일이다. 하지만 약탈은 강권을 이용하여 경제적 재화를 빼앗아 가는 일이다. 삼성생명사태의 본질은 그 동안 해왔듯이 재벌-부패관료 연합이 권력을 이용 국민의 재산을 강제로 빼앗아 가려다가 정권교체 덕분에 힘이 성장한 피약탈자들의 저항에 부딪친 사건이다.
이 사건은 매우 중요하다. 야만(약탈경제체제)과 문명(근대적 시장경제체제)의 대결인 것이다. 삼성측의 주장과 삼성측의 의견에 최초로 저항한 서울대 경영학과 민상기 교수의 의견을 대조해 보자. (조선일보 인터뷰 기사)
이건희 회장측 주장:
(1) 삼성생명은 마이크로소프트사와 마찬가지로 주식회사다. 왜냐하면, 대한민국 법률에 따라 주식회사로 등록이 되어있기 때문이다.
(2) 주식회사의 주인은 주주이므로, 주식가치의 상승분은 주주의 몫이다.
(3) 그러므로 이건희 회장의 소유주식 40 만주는 이건희 회장의 몫이다.
(4) 삼성생명 1 주의 평가 가치는 70 만원이다.
(5) 그러므로 40만 x 70 만 = 2조8천억 원은 이건희 몫이다.
(6) 덤으로, 물론 실질적으로 이재용 소유의 40여만 주도 이재용 소유다.
민상기 교수 주장:
(1) 보험회사는 주주, 현 보험계약자, 과거 보험계약자가 공동 주인이다.
(2) 그러므로 주식가치 상승분도 공평하게 나눠 가져야 한다.
(3) 1/3 은 주주, 1/3은 현 보험계약자,1/3 은 과거 보험계약자 몫이다.
(4) 주주와 현 보험계약자는 1/3 씩 나눠 갖고, 찾기 어려운 과거 보험계약자 몫은 공익으로 돌리자
이건희 회장측의 주장인 (1)부터 (6) 모두 다 틀린 소리이다. 어떤 건 80% 틀렸고 어떤 건 10% 틀렸다. 그래서 주장 (6)은 거의 99% 틀린소리이다. 무슨 말이냐 하면 우리 경제체제가 약탈경제체제가 아니고 근대적 시장경제체제라면 이재용씨 소유분은 삼성측의 주장의 1%도 될까말까 할 것이다. 나중에 (2)부터 (6)까지 무엇이 틀린 소리인지는 나중에 따져볼 기회가 있을 테고, 오늘은 (1)만 가지고 따져보자.
이건희 회장의 주장과 똑같은 오류를 범하고 있는 다음 주장의 논리구조를 살펴보자.
아이큐 60 짜리 멍청이의 주장 :
(1) 박쥐는 참새와 마찬가지로 새이다. 왜냐하면 날개가 있기 때문이다.
(2) 새는 알을 낳는다.
(3)그러므로 박쥐는 알을 낳는다.
왜 멍청이는 박쥐가 알을 낳는다고 100% 틀린 주장을 할까? 물론 잘못된 전제, 날개가 달린 동물은 새 라는 전제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 조류가 아니고 포유류인 박쥐도 날개가 있고, 파충류인 익룡도 날개가 있다. 박쥐가 어떻게 분류되어야 하느냐 하는 것은 날개가 있고 없고의 겉모양 만으로가 아니라, 내부기관은 어떻고 특히 DNA 구조가 어떤가를 따져 봐야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박쥐의 분류는 생김새가 아니라 생물학적 본질에 기반해서 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삼성생명이 주식회사로 등록되어있건 상호회사로 등록되어있건 이런 겉모양이 중요한 게 아니다. 삼성생명의 분류는 등록증이 아니라 경제적 본질에 기반해서 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럼 삼성생명의 경제적 본질, 삼성 생명의 경제적 DNA 구조는 어떻게 생겨먹은 것일까? 이 경제적 DNA를 살펴 볼 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삼성생명의 자산이 어떻게 형성되어왔느냐에 있다.
논의를 위해 우선 보험회사처럼 박쥐형 회사 말고, 참새형 주식회사와 사자형 상호회사를 한가지씩 살펴보자. 우선 참새형 주식회사의 예로 자동차 회사를 들어보자. 자동차 회사의 자산은 일단 주주의 투자와 채권자의 빚으로 형성이 된다. 그럼 자동차 회사의 주인은 누구냐 하면 주주와 채권자이다. 이 경우 채권자는 빚의 원금과 이자만 받으면 되고, 회사의 이익이나 손해는 모두 주주의 몫과 책임이 된다.
다음에는 사자형 상호 회사인 뮤추얼 펀드 회사를 살펴보자. 뮤추얼 펀드는 펀드 매니저가 투자자들의 자금을 주식이나 채권 등 금융 상품에 투자하는 회사이다. 뮤추얼 펀드의 주인은 투자자들이고 펀드 매니저는 그 펀드의 관리 비용과 펀드의 성공에 따른 일부 배당을 받을 뿐이다.
뮤추얼 펀드의 매니저가 한 투자자에게 5천원을 받아서 70만원으로 불린 다음, 5천원을 돌려주고 나머지 69만 5천원을 자기가 가질 수는 없다. 관리비용 천원과 펀드 성공에 따른 배당금 5%로 3만6천원을 제외하고 나머지 66만4천원은 투자자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그럼 보험회사는 어떻게 될까? 삼성생명이 운용하는 자산은 주주의 초기 투자와 보험 계약자의 보험금으로 이루어져 있다. 만약에 삼성생명의 자산이 모두 주주의 초기투자로 이루어져 있고, 그걸 운용하여 5천원을 70만원으로 불렸다면 그건 모두 주주의 것이다. 그런데, 운용자산의 형성이 주주의 기여분 15%: 보험계약자의 기여분 85% 이라면 어떻게 될까?
그 동안 삼성생명은 자산운용의 이익이 나면 주주 15%: 보험계약자 85% 비율로 배당을 해왔다고 밝혔다. 무슨 말이냐 하면 삼성 생명이 주인으로서의 보험계약자의 몫을 85%, 주주의 몫을 15%로 생각하고 행동해왔다는 이야기이다. 삼성 생명은 배당을 해주는 배당 상품을 파는 생명보험 회사이다. 과거의 이익배당을 그렇게 해 왔으면 미래의 이익배당도 그렇게 해야하는 것이 경제적 논리이다. 그리고 주식가치란 미래의 배당이익배당의 현금가치인 것이므로, 주식가치의 85% 는 보험계약 가입자의 몫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가 있다. 그런데 삼성측의 주장은 갑자기 오늘 날짜로 주주 100% 보험계약자 0% 배당 비율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경제논리로 분석해 보면 삼성의 주장대로 실행이 된다면, 삼성생명의 가치 85%를 보험계약자로부터 빼앗아서 주주에게로 주겠다는 얘기인 것이다. 삼성생명의 평가가치가 14 조원에 육박하는 모양이니깐, 12 조원 정도를 보험계약자로부터 삼성패밀리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주쪽으로 약탈 이전하겠다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그 중에서 2조8천억원을 내놓겠다는 이야기이니, 전체주주로 보면, 9 조원을, 삼성 패밀리만 5-6 조원을 강탈하겠다는 이야기이다.
이런 식으로 허구헌날 40 년간을 당하고도 남한 인민들이 살아가는 걸 보면 정말 대단한 민족이란 생각이 든다.
그럼 도대체 왜 삼성의 주장 (1) 삼성생명은 주식회사다 주장은 어떻게 된 일일까? 이게 바로 남한 약탈경제체제의 본질이다. 삼성생명은 주식회사인데도 배당상품을 팔고, 보험계약자들에게 배당을 해왔다. 보험 계약자들은 배당이 있기 때문에, 비싼 보험금을 내고 가입해 온 것이다. 사실 배당 상품이 나오기 전에 보험 가입률은 매우 낮았고, 배당상품이 나온 다음에야 남한의 생명보험 가입액이 국민소득 이상이 되는 선진국 수준으로 성장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그 미래의 배당금을 모두 주주들이 강탈해 가겠다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함정들이 사실은 그 동안 한국 재벌들이 국민들에게 부를 강탈해서 살쪄온 트릭들의 일부이다. 부패한 권력, 아부성 좀생이 지식인들, 무식하고 겁 많은 인민 등이 바로 이 약탈경제체제를 지탱해주는 삼각 기둥이다. 이 약탈경제체제가 이제 서서히 무너져 내리고 있다. 삼성생명을 둘러싼 논란은 이미 약탈경제체제의 중요한 세 축이 이제 변하고 있다는 강한 징조를 보여준다. 정권교체만세, 민상기 교수 만세, 약탈에 저항하는 국민들 만세다.
야만과 싸우는 사람들은 아름답다.
(1999년 07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