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신규 교수님의 토론 마무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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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끝난 얘긴 아니지만. 일단.
1) 우선 독자들께:
소칼서평-상대주의-인문학의위기-마이크로소프트 케이스로 전개된 논쟁은 내 자신에게도 매우 유익한 논쟁이었다. 가장 유익한 점은 괜찮은 역사학자 하나가 어떻게 사고하는가를 내가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도 되었고, 또 사회과학자와 역사학자가 어떻게 대화를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뭔가 중요한 통찰도 주었다.
왜 홍성욱과 필자가 이 논쟁을 지겹게 계속했는가, 그게 소칼논쟁과 어떤 관련이 있나 이런 정리는 곧 올려서 좀 더 분명하게 이 논쟁에서 무엇을 건질 수 있나를 생각해 보겠다.
2) 다음 홍성욱 Contextualization 에 대해 내가 동의하는 점:
홍성욱이 앞 글에서 쓴 다음과 같은 얘기는 사실은 내가 많이 동의하는 얘기다. 그리고 이 년 전 쯤에 MIT 의 Sloan School 의 로비에 둘이 앉아 한 다음과 같은 비슷한 얘기는 내 기억에도 분명히 있다.
"IRS 나 Path-Dependency 는 양날의 칼이다. 독점형성을 설명하지만 반대로 자연독점을 주장할 수 있는 논거다"
내 기억으로는 내가 한 얘기지만, 둘이 같이 앉아서한 얘긴데 뭐 같이 크레딧이 있겠다. 하지만 홍성욱의 부정확한 기억에 의한 위의 정리는 아직도 반독점 케이스의 핵심에도 조금 또 벗어나 있다.
내가 한말은 내 기억으로는 "자연독점"을 주장할 수 있다는 게 아니고, 이 논리로 "독점이 소비자 이익을 가져온다" 라는 주장의 근거를 제시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자연 독점이건 뭐건 독점이고 그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반독점 행위를 하면 처벌할 수 있는 것이니까, "자연독점"이냐 "인위적 독점"이냐는 그 자체로는 반독점 케이스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얘기다.
그런데 이 Feedback 문제가 중요한, 조금 더 일반적이고 경제학 표준 용어를 쓴다면, 소비의 외부경제효과 (혹은 Network Effect) 가 있는 경우의 독점은 독점상태가 완전경쟁 상태보다 소비자에게 이익을 줄 수가 있다. 정확히 이 논리가 사실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방어 논리가 되었다.
정말 재밌는 얘기. 필자 학교의 동료교수로 이 Network Economy 에 대한 세계적 권위인 Nicholas Economides 는 정확히 이 논리로 마이크로소프트의 독점을 그대로 유지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참고로 Economides 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무 관계가 없다. MIT 경영대학원의 학장인 역시 산업조직론의 거장인 슈말렌지가 마이크로소프트 방어팀의 팀장이다. ) 더더 재밌는 얘기. 폴 크루그만은 Economides 가 이 분야를 오랫동안 제대로 연구해 온 학자이기 때문 그 주장을 믿고 자기는 anti-anti Microsoft 다시말해 미법무부의 반독점국을 반대한다고 주장한다. 두 번이나 이 주장을 뉴욕타임즈 칼럼에 실었다.
하하, 더더더 재밌는 얘기, 폴 크루그만은 역시 MIT 경영대학의 Rebecca Henderson 의 기술적 문제에 정통한 논리적 설득에 넘어가서, 이제는 "쪼개려면 확실히 쪼개던지 (두개가 아니라 네개로), 아니면 그대로 두라" 라는 양비론으로 후퇴했다. 다시 한번 작은 얘기지만, 여기서도 필자는 폴 크루만과 일관되게 반대입장에 있었고 폴크루그만은 드디어 우리 진영의 논리에는 완전 승복했고, 정치적으로도 반이상 개종했다는 것을 지적해 둔다. 딴 문제는 몰라도 나는 내 연구와 관련된 입장에서는 중요한 두가지 문제에서 폴 크루그만과 반대입장에 있었고, 두 번다 이겼다. :-). 경제학도 물리학과 마찬가지로 권위가 아니라 사실과 논리에 의해서 발전한다는 직접 경험을 한 것이다.
(정직하게: 이 문제에서 내 공헌은 생산성 문제하곤 비교가 안되게 작다. 컨퍼런스참가해서 별 관계없는 논문발표하나 했고, Economides 가 소비자이익을 주장할 때, 그말도 맞지만 독점을 깨면 더 소비자이익이 커진다는 얘기를 기술적내용을 들어서 반론 한마디 한 것 밖에 없다.)
다시 홍성욱에게 말하고 싶은 교훈은, 이 토론의 과정은 정확히 "경제학 내적인" "논리와 사실" 의 대결에 의해 논의가 전개되고 결론이 나고 있다.
물론 홍성욱의 얘기대로, 이 논리와 사실로는 완벽하게 끝난 얘기인 "마이크로소프트는 쪼개야 한다"는 결론은 아직 연방 어필 코트와 최고법원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논리적 결론과 법률적 결론 그리고 정치적 결론은 다를 수가 있다.
3) 논쟁때의 격론과 잘못의 사과
내가 첨 홍성욱 글을 "반쯤 표절(?)" 이란 공격을 했다가 잘못했다고 깨닫고 곧 사과를 했다. 표절의 정의하고는 전혀 다른 얘기기 때문에 내가 반쯤이란 수식어를 달긴 했지만 잘못된 것이어서 사과를 했고 홍성욱이 흔쾌히 넘어갔다.
이번에 식민지 근성 어쩌구 한 말을 사과한 것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홍성욱말대로 그가 항상 "양신규는 식민지 근성 지식인이다" 이렇게 생각하는게 아니고, 논쟁하다 신경질 나면 잠깐 그런 생각이 들고 그 잠깐 그런 생각이 표출된거라고 생각되는 거고, 나도 비슷한 경우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교훈: 실명 톤쟁을 하면 논쟁이 격해지고 깊숙한 공격이나 암수를 쓰더라도 이렇게 나중에 교정할 수가 있고, 악감정이 훨씬 덜해지고, 재수좋으면 더 친해질 수도 있다. 홍성욱과는 대학 2 년 때부터 맨날 티격태격이지만 아직도 친구다.
이곳 토론방의 복면의 중상모략가들이여 건설적 논쟁에 끼고 싶으면 하루 빨리 복면을 벗어라.
4) 마지막: 논쟁 끝난 거 절대 아님. :-).
(2000년 05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