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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워치> 130호 (PDF 전문)
  국회의원들 석패율제로 정치적인 나가수사태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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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riter : 프락시스     Date : 12-01-27 01:53     Hit : 1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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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시론]‘나는 가수다’의 교훈과 석패율제

채진원 | 경희대 교수·비교정치학입력 : 2011-03-31 21:07:41ㅣ수정 : 2011-03-31 21:07:42

최근 케이블TV <슈퍼스타 K>의 인기 비결을 계승하면서 실력파 가수들의 서바이벌 경쟁을 통해 국민들에게 좋은 음악을 들려주려고 시작했던 TV 리얼리티 쇼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나가수’)>가 좌초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된 핵심적 배경에는 TV제작자와 가수들이 ‘500명의 청중평가단’을 무시하면서까지 당초에 정했던 ‘게임의 룰’을 독단적으로 바꾸었기 때문이다.

당초 게임의 룰은 노래를 부른 7명의 가수 중 가장 낮은 평가를 받은 가수가 탈락되고, 그 자리를 새로운 도전가수에게 양보하도록 되어 있었다. 하지만 막상 김건모가 청중평가단의 평가 결과 탈락가수로 밝혀지자 상황이 달라졌다. TV제작자와 가수들이 여러가지 이해관계와 권력관계 때문에 게임의 룰을 바꾸었던 것이다. 결국 시청자들은 이것에 실망하면서 분노하였고, 프로그램명을 <나는 선배다>, <나는 재도전이다> 등으로 바꾸라는 항의성 댓글로 맞섰던 것이다. 관련자들이 평상시에 시청자와 ‘청중평가단’을 요식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불가피하게 룰을 바꾸더라도 우선적으로 평가단의 의견을 수렴하고자 했더라면 이러한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사태가 정치권에 주는 시사점도 크다. 한마디로 국민을 무시하는 정치게임의 룰을 만들 경우 큰 코 다친다는 메시지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이러한 교훈을 무시한 채 지역구선거에서 국민의 심판을 받아 낙선한 후보를 비례대표로 등록하게 해 살려주는 ‘석패율(惜敗率) 제도’를 통해 ‘정치적인 나가수’ 사태를 준비하고 있다. 석패율 제도 도입시 다음의 문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민의에 의해 심판받은 정치인을 다시 회생시키는 것이 민주주의 정신에 부합하는 것인지, 위헌적 성격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그리고 신진 정치인의 진출을 막고 구태 정치인의 ‘장수만세를 위한 정치보험’으로 전락할 위험성은 없는지도 봐야 한다. 또한 제도의 도입 명분도 너무 근시안적이지 않은지도 봐야 한다. 즉, 영·호남 지역에서 유권자들이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표를 많이 주어왔던 것은 유권자가 비합리적이기 때문에 생긴 것이라기보다는 지역정당들의 비합리적인 선거동원 전략과 국정운영 전략이 반복되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정당들의 선거캠페인 행태를 바꾸기만 해도 지역주의는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다. 한국정치의 더 큰 문제점은 지역주의 그 이상으로 많은 사표의 발생과 정책경쟁의 빈곤 속에서 노동자가 1000만명이 넘어도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국회의원이 단 10명도 없는 계급계층적 불비례 대표성 같은 것이다. 이러한 불비례성을 개선하고 정책경쟁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독일식 정당명부비례대표제처럼, 정당의 득표율에 따라 의원을 배분하는 방향성이 지역주의 개선보다 더 중요한 문제로 논의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석패율 제도는 낙선한 후보를 비례대표로 당선시켜주기 때문에 그만큼 비례대표의 할당분을 더 줄어들게 해서 가뜩이나 작은 직능대표성, 정책전문성을 더욱 떨어뜨리게 하는 부분도 있다. 비례대표를 확대해야 한다는 당위성과 충돌하는 부분이다. 비례대표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부분을 보완하거나 아니면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영·호남 지역에서 자당의 공천을 3분의 1씩 제한하는 방법도 정치협약과 공약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근본적으로 지역구에서 떨어진 후보를 비례대표에서 구제하는 것이 민주주의 발전에 부합하는지 혹은 위헌적인 것은 아닌지부터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
 


한국 정치의 개혁방향과 석패율 제도 도입의 전제조건
(국민의명령 / 채진원 / 2011-03-04)


1. 예상되는 논쟁
2012년 총선과 대선을 1-2년 앞둔 시점인, 지난 20일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최고위원들이 만찬회동에서 ‘석패율 제도’ 도입을 논의하고 대통령자문 사회통합위, 중앙선관위 등도 석패율제 도입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석패율제 도입을 둘러싼 뜨거운 논쟁을 예고하고 있다.
석패율제 도입의 명분은 ‘지역주의 완화’다. 호남에서도 한나라당 의원이, 영남에서도 민주당 등 야당 의원이 당선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선 여야에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향후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석패율제 도입 논의가 급진전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정말 이 석패율 제도가 지역주의 완화와 한국정치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그 제도의 효과는 긍정적일까? 이것에 대해 필자의 의견은 부정적이며, 회의적이다.

2. 석패율 제도는 왜, 어떻게 작동되는가?
 
 
석패율 제도는 유일하게 일본에서 1966년부터 실시해 오고 있으며, 그 제도의 취지는 지역구선거에서 가장 아깝게 떨어진 후보를 구제해주자는 것이다. 석패율(惜敗率) 제도의 운영원리는 다음과 같다.
 
각 당이 정당명부식 비례대표 후보를 발표할 때 홀수 번호(1,3,5번 등)는 직능/전문성 대표대로, 짝수번호(2,4,6번 등)는 지역구와 동시 출마한 중복 입후보자로 명단을 작성하되 짝수번호에는 1명 또는 복수의 후보를 동시에 내세워 이 중 가장 높은 득표율로 낙선한 후보를 비례대표로 뽑는다.
 
석패율이란 당선자와 낙선자의 득표비율 말하는 것으로서, 낙선자의 득표수를 당선자의 득표수로 나누어 100을 곱해 계산한다. 예컨대. A 후보가 5만 표로 당선되고 B 후보가 4만 표로 낙선했다면 B 후보의 석패율은 80%(4만÷5만)이다.
 
다시 말해서 정당의 비례대표명부 중 특정번호에 지역구 후보 3-4명을 올려놓고 같이 등록된 중복출마자들 중에서 일단 지역구에서 당선된 자를 제외한 뒤 남은 사람들 중 석패율이 가장 높은 사람이 비례대표로 당선되게 하는 것이다. 비례대표 가운데 석패율제도를 이용할 순번은 각 당 마음대로 정할 수 있으며 특정 유력인사를 반드시 당선시킬 생각이라면 한 명만 등록해도 무방하다.

3. 한국 정당정치의 문제는 지역주의인가? 아니면 그 이상으로 심각한가?
 
아마도 여야가 석패율 제도 도입에 공감을 하는 배경에는 한국 정당정치의 문제점을 ‘지역주의’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따라서 영호남 지역주의를 극복하는 방법의 하나로써 한나라당은 호남에서 서진을, 민주당은 영남에서 동진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고민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한국 정당정치의 문제점으로 ‘지역주의’를 보는 것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이라는 양당 구도하에서 두 당 모두 전국적인 정당이 아니라 특정 지역에 기반하고 있으면서 이해관계를 관철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배타적인 지역정당이라는 한계를 개선할 수 있는 석패율 제도나 중대선거구제도가 하나의 방법이라는 점에서 일리가 있고 타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시각은 영남에서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를, 호남에서 민주당을 지지하는 유권자의 투표행태를 비정상적인 것으로 보는 가정이 깔려 있다. 매우 이기적인 관점에서 이익을 따지는 유권자 즉, 유권자는 자신에게 더 많은 이익을 주는 정당과 후보에게 투표를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러한 가정에서 출발하는 합리적 선택이론의 시각에서 보면, 유권자의 영남당과 호남당 지지행태는 매우 합리적이며 정당하기까지 하다.
 
오히려 이것을 비정상적인 시각으로 보는 것이 더 비정상적이다. 왜냐하면, 따지고 보면 지역주의라는 이데올로기와 유인책를 동원한 것은 유권자들이 아니라 3김씨와 그 후계를 중심으로 한 지역주의 정당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2010년 시점에서 보면, 그 문제가 되고 있는 지역주의 투표행태도 존재하기는 하지만, 점진적으로 약화되고 있는 추세인 것도 사실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호남지역과 영남지역에서 민노당이 선전한 것은 그 대표적인 사례에 해당한다.
 
특히, 한국 정당정치의 문제를 지역주의로 한계 지우려는 이러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시각은 일찍부터 지역주의 정당과 투표행태를 탈피하고 계급정당, 이념정당을 추구하고자 했던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시각에서 한국 정당정치의 문제점을 보면 좀 다르게 보인다. 즉, 적어도 민노당과 진보신당에게 있어서 한국 정치의 문제점은 지역주의 그 이상이다.
 
자본-임노동, 진보-보수 등 사회적 균열구도에 따라 정당구도가 형성되어 국민의 다양한 계급 계층적 이해를 대변해야 하는 데, 한국의 정당정치 구도와 투표행태는 그렇지 못하다. 다시 말해서, 한나라당과 민주당 양당 중심의 구도가 보여주고 있듯이, 노동자가 1천만 명이 넘어도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정당의 국회의원이 10명도 안 된다는 차원에서, 한국 정당정치의 문제는 계급계층적 불비례 대표성이다.
 
그리고 필자의 시각에서 보면, 한국 정당정치의 문제점은 앞에서 상정된 지역주의와 계급계층적 불비례 대표성 그 이상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필자가 볼 때, 한국 정당정치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국민들의 다성악적인 이해관계를 반영하거나 그것과 상호작용하지 못하면서 자기 정당들끼리 따로 노는 정치의 단성화(독백주의), 즉 진보와 보수라는 이념적·정파적 편향성이 강한 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로 보인다.
 
예를 들어 보면, 국민들의 이념성향과 정치권의 이념성향과 거리가 좁혀지지 않고 따로 놀고 있는 현상이 그것을 반증한다. 하나를 보고 전체를 말할 수 없지만, 최근 추세를 반영하는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본인의 주관적 이념성향’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들은 “중도(43.4%)> 진보(31.7%)> 보수(24.9%)”순으로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응답은 한국의 국민들의 의식과 이념적 성향이 보수만 있고, 진보만 있는 것이 아니라 보수와 진보를 포함하여 중도성향의 국민이 다수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다성악적 목소리와 시각으로 보여주고 있다. 즉, 이 같은 중도, 보수, 진보의 다양한 목소리 비율은 한국정치의 복잡성과 이질성과 공존성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으며, 그중에서 중도의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최근 서강대 현대 정치연구소 이현우 교수팀이 조사하여 주간동아(2009-07-20)에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 지도부는 자기 정당의 평균 이념이 국민보다 보수적이라고 인식한 반면, 민주당과 민노당 지도부는 자기 정당이 국민보다 더 진보적이라고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듯, 각 정당의 평균이념이 국민의 성향보다 더 보수 또는 더 진보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주류 정당들 모두가 중도 성향의 다수 국민의 이해관계를 배제할 뿐만 아니라 변화하는 시민들의 의식과 다성악적 세계로 나아가고 있는 사회분위기를, 반영하지 못하고 자기들만의 이념적인 진보-보수의 편가르기(이념의 양극화)로 ‘단성악적 독백주의’에 빠져 있다는 명증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러한 기존 정당정치가 진보-보수의 이념적 편향성에 따른 단성악적 독백주의에 빠져 있기 때문에 결국 이것이 국민들의 정당에 대한 불신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적절한 예라 할 것이다.
 
특히, 기존의 주류정당들이 진보 중도 보수 등으로 다양하게 복잡하게 혼합되어 있는 국민들의 다성악적인 성향과 목소리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자기들만의 이념적 성향인 진보, 보수라는 단성악적인 독백주의를 지킬 경우, 민주 대 반민주 혹은 진보 대 보수라는 이분법적인 사고는 독백주의에 빠져 대화와 토론 및 공론장 정치는 실종되게 된다.
 
결국, 이것은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 전후과정에서 그리고 7월 한나라당이 다수의석을 무기로 하여 미디어법을 강행처리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국회 난투극과 폭력사태 및 야당의 장외투쟁과 헌법재판소 소송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정국경색이 보여준 것처럼, ‘대화와 신뢰부족’에 따른 잦은 ‘교착과 파행’ 및 ‘정치의 사법화’(judicialization of politics) 또는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politics by other means)가 판을 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결국 이렇게 한국 정당정치의 문제점을 어디에 포인트를 주느냐에 따라, 그 해법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그리고 필자가 바라보는 한국 정당정치의 문제점을 바라보는 포인트가 다르기 때문에 그 해법의 우선순위도 다르다.
 
필자는 지역주의, 사회적 균열구조에 반응하는 선거제도 개혁보다도 더 우선적으로 기존 정당들이 이념적 편향성과 단성악적인 정치에서 벗어나 다성악적인 목소리를 반영하는 정당구조로 자체 내부개혁을 진행했으면 좋겠다. 그 시작은 의원과 의원, 의원과 시민사회 간 대화와 소통을 원활히 할 수 있는 원내정당화/유권자 정당화를 더욱 촉진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4. 상대적으로 쉬운 정당개혁, 어려운 독일식 정당명부비례대표제도
 
필자의 생각은 어려운 선거제도나 당리당략용 선거제도라는 비판에 부딪혀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는 것보다는 자당 차원에서 시작할 수 있는 정당개혁을 먼저 시작했으면 좋겠다. 우선 강한 정당기율에 기반한 당론제도를 개혁할 필요가 있다. 특히, 집권당인 한나라당의 당론채택방식은 당쇄신특위가 고백한 대로, 청와대와 대통령 그리고 대통령의 의중을 전달하는 원내외당 지도부에 의해서 일방적으로 정해지는 경우가 많다. 원외당 지도부와 청와대 및 대통령에 의해 당론이 주도될 경우, 원내에서 타당 의원들과의 합리적이고 생산적인 그리고 건설적인 대화와 토론을 제약하거나 어렵게 한다.
 
원외 지도부와 청와대 및 대통령에 의해 주도되는 당론의 경우, 원내에서 타당과의 합리적이고 생산적인 그리고 건설적인 대화와 토론이 어렵기 때문에 결국 이것은 일방적으로 관철되기 시작할 때 국회의 합리적인 절차와 토론 및 합의형성에 하자가 생기게 된다고 생각한다.
의회가 교착과 파행을 피하기 위해서는 정당이 대통령과 청와대, 그리고 청와대의 의중을 관철하는 원내외당 지도부에 의하여 당론이 결정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이를 위해서는 강제적 당론을 금지시키거나 의원들의 합의에 따른 당론투표제를 도입하도록 하거나 무엇보다도 형식화된 의원총회를 실질화하여 원내정당화를 내실화하는 것이다.
 
또한, 원외당 지도부 중심의 당론 형성을 약화시키고 상임위 중심의 당 운영을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 즉 관련된 상임위원회가 헌법에 보장된 의원들의 양심에 따른 대화와 토론 및 자유투표 교차투표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민감한 사안과 이슈에 대해서는 의원총회 산하에 패널토론, 전문소위원회를 설치하여 운영하면서, 합리적인 안을 만들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 의원들의 당 지도부의 눈치를 보면서 집단행동에 참여하는 이유는 공천권을 쥐고 있는 사람들이 대통령이나 계파 보수 또는 보스 대리인이기 때문이다. 의원들의 자율적인 독립성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라도 의원들이 당 지도부와 보스의 눈치가 아니라 민심에 민감해지도록 공천제도를 ‘완전 개방형국민경선제도’와 같은 상향식공천제도로 실질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굳이 어려운 선거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면, 현행 <지역구+비례대표>를 병립하는 방식에서 비례대표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가운데, 전체의석 배분을 선거에서 얻은 정당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독일식 정당명부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만, 한국은 독일과 같은 연방제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지역분권과 지방자치를 고려하여 의원명부는 권역별 정당명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5. 석패율 제도의 문제점, 비례대표를 축소 무력화하고 지역구를 늘리는 것
 
원래 석패율제는 2000년 16대 총선 때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민주당이 도입을 추진했었다. 하지만, 그땐 한나라당의 반대로 실현이 무산되었다. 당시 한나라당은 2002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영남기반을 잠식당할지 모른다는 우려에서 석패율제를 강력히 반대했다. 그런 한나라당이 이번에 석패율제를 들고 나온 이유는 ‘영남당’이란 이미지에서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라는 판단에서이다.
 
필자가 보기에, 한국 정당정치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당개혁을 기본으로 하여, 독일식 정당명부비례대표제처럼, 획기적으로 비례대표를 늘리는 방향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석패율제도는 앞에서 제안한 두 제도 방향과 부합하지 못하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다.
 
즉, 석패율제는 지역주의를 완화한다는 명목과 달리 민의에 의해 심판받은 구태 정치인을 다시 회생시키는 것으로 대의 민주주의 정신에 부합하지 않고, 불신을 더욱 촉진할 가능성이 크다. 궁극적으로 신진정치인의 진출을 막고 구태 정치인의 ‘장수만세를 위한 정치보험’으로 전락할 위험성도 가지고 있다.
 
또한, 영호남지역의 지역구 의원 수를 늘리고 비례대표를 축소하는 효과를 가짐으로써 비례대표를 더욱 늘려야 한다는 규범적 당위성을 깰 위험성이 존재한다. 즉, 석패율제는 지역구 출마자를 비례대표에 이중 등록하게 되어, 낙선한 지역구 의원을 살려주는 효과가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비례대표의 할당량이 줄어들게 된다. 이것은 단순히 비례대표 몇 석이 준다는 것을 넘어서 각계각층의 직능 대표성과 정책전문성을 강화하여 지역주의를 타파하자는 정당명부비례대표제의 도입 취지를 전면 무력화하는 효과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수준의 지역주의구도 속에서, 사실상 지역구 의원 수를 늘리는 효과가 있는 석패율 제도는 사실상 지역주의를 완화하기보다는 더욱 강화시키는 쪽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석패율 제도가 지역주의 완화라는 쪽으로 흘러간다고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비례대표제도를 획기적으로 늘려 놓는다는 대전제 하에서 그 논의가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채진원 /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전담교수

 
배우는학생   12-01-27 12:56
제 생각에는 석패율제를 도입하면 거대야당이나 거대여당에 비해서 군소정당의 국회진출이 보다 힘들어지지 않겠냐는 것 때문에 민노당을 비롯한 정치세력에서 반발하는 것 같습니다만, 그것이 과연 나쁘기만 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입니다. 이것은 우리나라 의회 정치가 지향해야 할 점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만 독일식 다당제에 비해서 영국과 미국이 보여주는 양당제가 우위에 있는 면도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의회 정치의 바람직한 모습을 구상하는데에는, 국민을 대표하는 것(Representative) 뿐만 아니라 정치의 효율성(Governance) 역시 고려되어야 합니다. 이것때문에 위 글에서 줄기차게 추천하는 독일식 정당명부제에서도 일종의 '역치'를 두고 있으며 그것이 다른 비례대표제를 운영하는 유럽국가들의 '역치'에 비교해서도 높은 편인 5%라고 알고 있습니다.

다른분들의 의견은 저와 다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저는 우리나라 정당들이 많은 경우에 의석에 비례하지 않은 정치적 힘을 갖는 것이 합당한지에 대해서 의문입니다. 많은 의석수를 가진 거대 정당이 몇 안되는 의석을 가진 정당에게 끌려다녀 정치적으로 보다 극단적으로 편향된 노선을 채택하는 것은 해당 정당과 해당 정치인에 표를 던졌던 유권자의 뜻에 반하는 행동이기 때문에 민주적이지 못합니다. 우리나라의 비타협적인 정치 문화의 현실을 감안할 때 정치적으로 교섭해야할 단체를 늘리는 것은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부정적인 효과를 부각시킬 위험이 큽니다.

석패율 제도의 단점에 대해서, 지역구도를 타파하는 면을 반박하는 듯한 위 글의 논리는 그리 탄탄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지역구도의 문제에 대해서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며 위 글에서도 석패율제도가 지역구도 타파에 기여하지 못한다는 근거는 제시하지 않습니다. 다만 지역구도보다 더 중요하다는 계급, 계층 문제를 제시하고 있을 뿐입니다. 여러번 반복되온 이런 논리에서 저는 의도적으로 계급, 계층논리를 확장시키려는 노력을 느낍니다. 그리고 그것에서는 공산당선언에서 마르크스가 외쳤던 단결하라는 선동이나, 모든 문제는 계급적이며 경제적이라는 변증법적 유물론의 사체에서 느끼는 악취와 비슷한 냄새가 납니다. 이 나라에서 벌어지는 대다수의 충돌이 그런 사람들이 바라는 대로 계급 충돌이라면 이 주장은 일면의 정당성을 획득하겠지만 저는 적어도 아직까지는 정치적 힘을 얻기 위해서 특정 세력이 반복적으로 사회의 단편을 부각시키는 것이며 그것이 되먹임되어 실제로 경제적 갈등이 증폭될 수 있다고 봅니다.

석패율 제도에 대한 몇 안되는 실질적인 반박 가운데에 심판받은 구태 정치인을 다시 희생시키는 것은 민주주의 정신에 부합하지 않고 불신을 촉진시킬 것이라는 주장이 있는데, 저는 말 그대로 '석패'한 정치인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왜 민주주의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것은 위에서 주장하는 비례대표의 목적과 가장 합치하는 부분을 갖고 있습니다. 즉 정치적으로 선택되지 않은 사표를 최대한 줄여보고자 하는 의도가 전면에 녹아있습니다. 위 글에서 예시를 든 대로 80% 석패율의 득표자가 구제된다면 이것은 전체 유권자의 90%가 그들이 우선적으로 지지하는 정치인을 그들의 대표자로 국회로 보낸 것입니다. 비례대표제를 옹호하고 석패율제를 비판하려면 두 제도가 실질적으로 다른 측면을 비판해야지 두 제도가 공통적으로 지니는 장점을 비판해서는 안됩니다. 위 주장대로면 석패를 한 후보자보다 비례대표로 선거를 거치지 않은 후보자가 의원이 되는 것은 더욱 비민주적인 일입니다. 의도적으로 '심판받은 구태 정치인'이라는 용어를 사용해서 현재 문제시되는 구태적인 정치를 심리적으로 연결시키려 하는 것은 비겁합니다.

저는 석패율제를 지지하려는 것이 아니라 위 글의 논리를 비판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석패율제에 대한 비판이 더욱 정교한 형태로 가다듬어지든지, 받아들여져서 대한민국 정치가 더욱 선진 정치로 발돋움 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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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30 일본인의 즉물성과 한국인의 원리 탐구 민족성 - 민족성과 사회상에 반… (2) 흑진주 02-07 3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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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26 박정희論, 친일vs.종북, 국정원女, & 조국표절 --- 헌법이야기 (24) THESE 02-05 4446
8825 조국 교수의 타인 저작물 ‘표절’ 혐의 보론 (1) mahlerian 02-04 7446
8824 조국 교수 <형사정책> 편집위원장 직위 남용 의혹 mahlerian 02-04 6259
8823 국정원이 알바도 써서 선동작업을 하는 군요....정부 여당 옹호라 (7) alleviate 02-04 4632
8822 조국 교수 논문들과 발표문들 사이 저작권 문제 설명 다시 (수정) mahlerian 02-03 6052
8821 초록에서의 인용 및 출처 표시 문제 (1) mahlerian 02-03 6631
8820 어떤 정치세력에 대한 평가가 가능한가? (1) 산마로 02-02 2739
8819 빨갱이 딱지와 칼포퍼 (3) 갈천 02-02 2404
8818 좌파들에게는 엄격하지만 박정희에겐 관대한 산마로님의 이중성 (5) alleviate 02-02 2994
8817 광우병 소동, 천안함 음모론 등에서 드러난 좌파들의 행태 하나. (4) 산마로 02-02 2954
8816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표절 교수' 적발단 구상 (1) mahlerian 02-02 5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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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14 국정원 여직원이 정치글에 3자 명의 도용했다는 얘기가 나오네요.... (4) alleviate 02-02 2684
8813 조국 교수 표절 스캔들 (붙임6) (수정) mahlerian 02-01 5212
8812 조국 교수 표절 스캔들 (붙임5) (수정) mahlerian 02-01 4843
8811 조국 교수 표절 스캔들 (붙임4) mahlerian 02-01 4405
8810 조국 교수 표절 스캔들 (붙임1) mahlerian 02-01 2892
8809 [기사완성] 조국 교수의 표절 스캔들 전모 (수정) (1) mahlerian 02-01 2628
8808 대한민국을 지옥이라고 욕한 박원순에게 진짜 지옥을 알려준다 (1) 무작위세상 02-01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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