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이비의학 비판과 관련 명사들과 관계된 위키피디아 항목으로는 스티븐 배럿, 해리엇 홀, 에드짜르트 에른스트, 사이먼 싱, 요 네 사람들과 관련된 항목이 가장 구체적이면서 좋습니다. 그만큼 비중이 큰 사람들이라는 얘기겠죠. 다른 사이비의학 비판 관련 명사들이 더 있는데 이미 차차근 번역에 들어갔으니 관련 개념들 등등과 함께 조만간 집중적으로 소개하겠습니다(독자 사이트도 준비중). 앞으로 스켑렙에서 정치쪽은 파비안느님과 피닉스님이, 연예쪽은 쇼비즈니스님이 맡아주시고, 저는 과학쪽에 좀 더 집중하고자 합니다.
사이먼 싱 사건과 관련, 영국 명예훼손법이 아주 독특하구나 느끼시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어떻게 그런 대목이, 비록 1심에서였긴 하지만 패소를 할 수 있나?
같은 영미법으로 묶이긴 하지만, 영국법과 미국법은 또 다릅니다. 같은 민사라고 하더라도 명예훼손 법리를 본다면, 영국은 미국과 비교하면 표현의 자유보다는 명예의 보호를 훨씬 더 중시하고 있는게 특징입니다.
미국 명예훼손법과 비교, 영국 명예훼손법의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바로 ‘피고 거증책임(burden of proof on the defendant)’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게 무슨 얘기냐.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원고’가 자기 명예가 어떻게 훼손되었다는 것인지 불법성을 입증해야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불법행위자로 지목된 ‘피고’가 자기 표현과 관련 적법성을 입증하지 못하는 한 무조건 법적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신기하죠?
우리나라에서는 공직선거 기간에서만 적용되는, 다소 가혹해보이는 명예훼손 위반의 거증책임 논리(이거 특히 정봉주건으로 유명해졌지요)가 영국에서는 그냥 평소에도 상시적으로는 관철되고 있다는 얘기.
우리나라의 명예훼손법이 선진국에 비해서도 그렇게 경직된게 아님을 알 수 있음.
영국의 명예훼손법에서는 피고가 다음 세가지 면책 항변을 행사해서 이것이 받아들여질때에만 명예훼손 관련 법적 책임을 면할 수 있습니다.
1. 진실의 항변(defence of justification)
공표된 내용이 객관적으로 사실이다고 항변하는 것입니다. 객관적 사실임을 항변해야하므로, 이 경우 피고인 공표자가 자기 주관적으로 사실로 오인하거나 또 선의로 이해될 측면이 있더라도 적법한 항변이 되지 않습니다. 주장이 사실임을 얘기할 수 있는 합당한 근거를 반드시 대어야 합니다. 물론, 이는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개인의 프라이버시 같은 것을 폭로한 경우에 쓸 수 있는 항변은 아닙니다.
2. 공정 논평의 항변(defence of fair comment)
공익사항에 관하여 하는 공정한 논평이다고 항변하는 것입니다. 사실관계 문제보다는 의견관계 문제를 변호하는 항변으로, 피고측은 통상 공표된 주장이 ‘의견표명의 건’일때는 이 법리를, ‘사실언급의 건’일때는 ‘진실의 항변’의 법리로 항변을 하게 됩니다(구분이 모호한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당연히 공익적 목적이고 뭐고간에 허위사실 공표를 했을때는 ‘진실의 항변’ 법리도, 또 ‘공정한 논평의 항변’ 법리도 변호의 무기로 사용될 수 없습니다.
3. 특권의 항변(defence of previlege)
개인의 명예권보다 공공의 이익 또는 특정한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것이 매우 정당한 경우임을 들어 항변하는 것입니다. 특권의 항변에는 두가지가 있는데, 절대적 특권(absolute previlege)은 국회의원의 의회에서의 진술, 재판에서 증인의 진술, 공개된 재판절차에 대한 보도, 공무집행상의 발언 등등으로 이는 무조건적인 면책에 해당되고, 상대적 특권(qualified or conditioned previlege)은 공공집회에 대한 보도, 도의적 또는 사회적 의무에 따른 발표, 기업 또는 기관에서의 내부고발성 양심선언 등등으로 이는 공표에 특별한 악의가 없는한 조건부 면책에 해당됩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영국 명예훼손법에 대한 다음 위키 항목을 참조하십시오. 저 세가지 항변 문제는 신평 교수의 <명예훼손법>에도 관련 내용이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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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영국의 명예훼손법은 원고측이 기본적으로 유리하며 그래서 런던은 '세계 명예훼손 소송의 수도(libel capitial of the world)'라고 불릴 정도로 관련 소송이 많습니다. 이런 영국의 언론 현실에 대해 <한겨레>의 이봉현 기자가 ‘신문과 방송’지에 조명기사를 쓴 것도 있지요.
다만, 저 기사는 (더구나 <한겨레> 기자의 기사인만큼) 좀 깍아서 읽을 필요도 있습니다. 기사의 마지막 대목에도 나오는 얘기이지만, 비록 민사라도 영국의 명예훼손법이 가혹한 것은 그만큼 영국의 황색언론들이 마치 선거국면에서의 나꼼수나 조국 교수 수준으로 평소에도 광분해서 날뛰고 있는 측면도 있기 때문입니다. 자유를 넘은 방종이 워낙 난무하는 상황에서, 달리 책임을 지워 제어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지요.
물론, 사이먼 싱(Simon Singh)의 경우는 분명 안된 경우이긴 합니다만, 사실 영국 명예훼손법에서 ‘피고 거증책임’ 문제의 경우는 워낙 오래된 전통이기도 하고, 영국의 언론 현실에서는 다른 대안이 마땅치 않으며 또 ‘양날의 칼’이기도 해서 제가 봤을때는 쉽게 개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듯 합니다.
사실 영국의 명예훼손법은 1996년에도 한번 개정(The Defamation Act of 1996)되었었는데, 거증책임 문제야 말할 것도 없고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미국 법논리에서는 너무도 당연한 ‘현실적 악의의 원칙(actual malice rule)’, ‘공인 개념(public figure)’같은 것조차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공인 개념’에 대해서는 다음 링크 참조.
그건 그렇고, 위의 이봉현 기자의 기사를 읽고 든 생각인데요. 영국의 황색언론 종사자들이 부러워죽겠는 나라 목록에는 아이슬란드뿐만이 아니라 편향과 거짓으로 점철된 나꼼수류, 조국교수류가 도무지 정치적, 법적 책임을 지지않는 대한민국도 분명 포함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