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민족 서로돕기운동 소식지에 올라온 어떤 탈북자의 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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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숙 새터민, 가명
북한의 식량난과 대북 쌀 지원
북한의 식량난이 날이 갈수록 더 열악해지고 있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더군다나 그 땅에서 수십 년을 배곯으며 살아온 우리 탈북자들의 심정이야 더말할 나위가 없지만, 누구보다도 그 사정을 잘 아는 탈북자들이 대북 쌀 지원에 대해서는 적극 반대하고 있다.
“부모형제들 생각하면 쌀을 주어야 한다. 그러나 인민들한테 쌀이 가나, 쌀을 주면 군대한테 다 들어가고, 또 간부들끼리 실컷 해먹고 나머지를 장마당에 내다팔아 폭리를 채운다. 인민군대는 김정일을 지켜준다. 때문에 쌀 지원은 김정일 체제를 오히려 유지시켜주는 것이다.”
탈북자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는 최근 중국에 친척방문을 나온 북한주민들의 마음을 그대로 대변하는 말이기도 하다. 확실히 북한사람들의 목소리이다. “중국 땅에 나와 보니 외국에서 그렇게 많은 식량을 지원해주었다는데, 우리는 잘 알지도 못하니 안타까운 일이다. 남조선에서 식량을 지원해준다면, 그 식량이 인민들한테 고스란히 돌아가면 좋은데, 인민들 손에 들어가지 못하니까, 남조선이 아무리 쌀을 많이 보내줘도 고맙다는 생각을 못하게 돼 있다.”
북한의 식량난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60여년을 고집해 온 북한정치가 어제는 대량 아사를 낳았고, 오늘은 나라의 대문을 지키는 수많은 어린 군인들마저 굶겨 죽이고 있다. 또 앞으로 얼마나 많은 아사자가 발생할지 모른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북한의 식량난을 지켜보자는 심사는 동포이기 전에 인간으로서 할 일이 아니다.
최근 북한의 식량지원을 반대하는 남한의 일부 사람들은 오히려 탈북자들을 부추겨 북한의 민주화와 인권은 떠들면서도 북한주민을 살리는 쌀 지원은 하지말자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주장은 남한에서 지원한 식량이 인민들에게 골고루 배분되지 않고 오히려 남한을 향한 총부리가 되어 돌아올까 봐 염려되어 그럴 것이다.
그러나 다른 관점에서 한 번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인민군대는 김정일의 자식이 아니라, 힘없고 불쌍한 백성들의 자식이다. 내 형제자매인 것이다. 요즘 북한 군인의 70%가 만성적인 영양실조로 정상적인 군사훈련조차 못하고 있다. 일반 병사의 30%가 병실에서 죽을 시간만 기다리고 있다. 다 죽어가는 아들을 그러안은 엄마의 심정은 어떠한지, 자식을 둔 부모의 입장에서 우리 모두가 한번 생각해보자.
“군대도 우선 먹을 거 못주니까, 머리칼이 다 빠져 하나도 없어요, 얼굴이 꺼멓고 입에는 보슴털 하나 없이 사람 몸에 뼈밖에 없어요, 뼈에 그저 가죽만 뒤집어 씌웠는데, 아들을 보는 순간 미쳐서 죽을 것 같았어요. 밥을 먹이니까 바로 눈알하구 발이 바로 퉁퉁 붙습디다, 한술 먹기 바쁘게 설사하구, 죽도 아예 소화를 못 시켜요.”최근 중국에서 만난 북한 주민의 생생한 증언이다.
인민군대의 식량난은 북한체제를 지키기에 앞서 수많은 북한주민들을 또다시 굶겨 죽이는가, 살리는가 하는 민족 대란이다. 인민군대뿐만 아니다. 탁아유치원과 고아원 등 수많은 어린이들이 제대로 먹지도 입지도 못해 만성적인 영양실조에 걸려있는 가슴 아픈 참상은 더 심해지고 있다.
요즘 북한에는 군대 가기를 기피하는 현상이 늘어나고 있다. 군복을 입고 전투지에 가는 도중 달리는 기차에서 뛰어내려 중국으로 탈북 하는가 하면, 산에 숨어서 무작정 민가를 털고 있다. 군대에 나가도 제대로 먹이지 않아 허약에 걸려 죽기 때문이다. 또 부대 내 식량구입을 위해 병사들을 집으로 보내는 현상이 다반사다.
인민군대는 김정일과 북한정치의 희생물이다. 북한사회를 정치적으로 보지 말고 인도적인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김정일을 지키는 인민군대이기 전에 먼저 굶주리는 불쌍한 한 동포, 내 아들과 같은 귀중한 자식들일 것이다. 최소한 배고파하는 자식 앞에서 정치를 논하기 전에 사람부터 살려야 되지 않는가.한 민족인 우리가 북한주민들의 고통과 배고픔을 외면하는 것은 오히려 북한정치의 정당성을 인정시켜주고, 남한에 대한 나쁜 인식만 북한주민들에게 심어주는 결과를 낳는다.
얼마 전 중국을 통해 한국에 온 탈북자는 말한다. “인민들은 잠깐이면 넘어가기 때문에 그걸 막기 위해 딱 가둬놓고 있어요. 아무리 통제해도 인민들의 마음을 막지 못해요. 또 가족 9명이 배 타고 넘어가지 않았어요? 배고파 죽겠는데, 그냥 앉아 죽을 수는 없어요. 내가 반역자라는 소리 들어도 좋다. 하루 살아도 굶지않고 사람답게 살다 죽자. 욕구가 그거니까요.”
지금 수많은 북한 사람들은 비싼 쌀값에 하루 두끼도 못 먹고 있다. 우리는 북한주민들을 외면할 수는 없다. 북한에 쌀을 보내지 않는다고 하여 김정일이 굶어 죽는 일은 절대로 없기 때문이다. 불쌍한 백성들만 굶주리고 더 고통스러울 뿐이다.
북한의 식량지원은 백성의 아들들인 내 자식을 구하는 일이다. 90년대부터 지속된 고난 속에서 생존 방식을 터득한 신세대들은 어려서부터 북한사회에 대한 희망을 버린 지 오래다. 감옥에 가기 싫어, 죽지 못해 할 수 없이 군대에 끌려 나가고 있다. 그렇게 때문에 요즘에는 탈영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지금 대북정책을 잘한다 못한다 말하기 보다는 그저 북한을 포용하는 정책을 했으면 좋겠어요. 포용해서 얻는 대가를 생각해 봐야 합니다. 북한이 남한에 대해알게 되면 자연히 동화되고, 무너지게 되는 거죠. 자꾸 북한을 밀어내니까, 불쌍한 주민들만 못살게 굴고 있어요.” 많은 탈북자들은 자기들만 남한에 와서 잘 살고 있는 것이 몹시 미안하다며 이렇게 말한다.
식량지원은 전부가 북한 주민들의 배급으로 가지는 못할지라도 장마당으로 흘러나와 시장의 쌀값을 떨어뜨린다. 그러면 하루 한 끼 풀죽도 겨우 먹던 사람들이 두세끼의 죽을 먹을 수 있지 않는가, 최소한 굶어죽지 않을 수 있다. 우리는 배고픔 앞에서 허덕이는 북한 사람들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대북 식량지원에 대해 좀 더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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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재 ┃
정민숙님은 2004년 한국에 온 새터민으로 64호부터 연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