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에서는 김정일을 너무 신격화 하다 보니까, 그에대한 반발로 이 ‘전지전능한’ 김정일만 제거되면 모든 것이 풀린다라는 환상이 생긴 것 같다. 그러나 김정일 사망 이전에도 내가 누누히 지적해 왔으나 이는 잘못된 시각이다.
어떤 보수적인 이들은 김정일은 개혁개방을 절대로 할리가 없으므로, 그에게 그런 기회를 줄 필요조차 아예 없고 봉쇄를 지속해야 한다고도 주장해 왔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김정일도 6.15 정상회담으로 원조가 들어오고 대외 분위기가 풀리자 7.1경제개선 조치란 것을 했으며, 남과의 협조로 개성공단 사업을 했으며, 봉쇄가 심화된 요즘에도 중국에게 광산과 영토와 항구 등 팔 수가 있는 모든 것을 팔고 있다. 중국이 북에 요구하는 개혁개방이란 자기들한테 그런거나 좀 헐값에 팔아 달라는 소리다.
남과 미국에게 봉쇄를 당한 상태에서 북이 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가 사실 그거 밖에 없었다. 김정일이 사망 직전 1년여간 중국을 뻔질나게 드나든 것에는 중국식 개방과 그에 따른 경제난 해소에 대한 그의 미련과 간절한 기대가 배여있는 것 같다.
김정일을 가까이서 만나 본 민주당의 박지원은 이런 그를 두고 ‘북에서 가장 개혁 개방적인 사람’이라고 까지 했었다.
이제 김정은이 후계를 이었으나, 이 해외물 먹은 젊은 청년과 실용주의적인 그의 후견인인 장성택도 우리의 협조로 환경이 바뀌지 않으면 별 수가 없을 것이다. 나 뿐이 아니라 김정은이 현 시점에서는 개혁개방을 못할 거라는 점은 북에 관한 다른 전문가들도 마찬가지 전망을 가지고 있다.
국민대 교수 란코프는 ‘북의 개혁개방은 체제붕괴로 이어질 것이 뻔하기 때문에 김정은도 못할 것’이라고 보며, 전 통일부 장관인 정세현도 ‘주변 정세가 우호적으로 조성되지 못하면 체제붕괴 위험 때문에 북은 개방을 못한다’고 역시 마찬가지로 공통적으로 전망을 한다.
정세현의 말을 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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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시대에 개혁·개방은 어떻게 될 것으로 보나.
“폐쇄사회가 개혁·개방을 하는 필요충분조건은 개방을 해도 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국제정치적인 보장이 확실할 때다. 현재처럼 북한이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살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하는 상황에선 개방을 기대할 수 없다. 북한이 자진해서 문을 열 것 같지 않다. 6자회담을 통해서 북·미관계가 개선 조짐을 보이고 평화협정이 체결되어서 군사적으로 위협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해야 개방·개혁으로 갈 수 있다. 북한이 경제나 풀어보자고 빗장을 열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백두혈통 아니면 통치 못해… 김정은 실권 강화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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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시대의 북한에 한가지 희망이 있다면, 정세현의 지적처럼 지금 북핵을 매개로 해서 북미 간에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다. 이것이 북핵 포기, 북미 수교, 평화협정과 남북의 2체제의 연합제 통일로 이어진다면 남과 미국의 지원 아래에 북은 안정적인 개혁 개방의 길로 나아갈 희망이 있다.
이것은 이미 2천년 6.15 때에 남북 간 합의로도 그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였다. 그에 따라서 개성공단 사업도 가능했던 것이며 재미있게도 이 사업에 대해서 만큼은 남한의 진보 및 보수파 북한 당국, 탈북자들까지 모두가 긍정적이기만 하다. 거기에다가 노무현 때의 10.4 합의에 따르면 추가로 해주공단 건설에다가 개성 평양 간 고속도로 보수 등 북의 개방의 폭은 대폭 확대되게 예정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어렵게 이뤄온 이 과정들을 완전히 뒤엎어 버리려 들었던 이명박 정권은 지난 4년 간에 과연 무엇을 얻었는가? 전혀 아무 것도 없지 않은가? 더 나쁜 것은 그 방향으로는 앞으로도 아무런 대책이랄 것도 없지 않은가?
다시 말해서 김정일이란 개인의 퍼스넬러티에 절대성을 부여해 오고 거기에 모든 한반도 문제의 원인이 있는 것처럼 본 것은 명백하게 잘못 된 것이였다. 그렇게 본 사람들은 앞으로 크게 실망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설혹 김정은에 이어 군사 쿠데타가 나던지 누가 북의 집권자로 등장해도 마찬가지다. 북한에 서방의 기준에서 만족스러운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등장할 가능성은 향후 30년 간은 없을 것이므로, 남한 자칭 보수파들의 극단적인 ‘북한 협오’과 미국의 ‘봉쇄’는 이를 구실로 지속될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누가 북의 집권자인가와 관계가 없이, 북이 처한 지정학적인 환경을 북과의 협조 아래에 우리가 주동적으로 바꿔줘야지만이 북에서는 바람직한 변화가 가능한 것이다.
여태까지 북의 문을 열 열쇠는 북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손에 쥐고 있던 것이였다.
엎어치나 매치나 과거나 지금이나 장래에나 우리가 할 것은 결국에는 ‘햇볕정책’ 밖에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