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 코크란 연합의 연구결과들을 소개해드렸는데요. 학자들의 소통법은 일반인의 소통법과는 좀 달라서 일반인들은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용어들도 조작화, 객관화해서 씁니다. 가능성이 높니 낮니, 충분하니 불충분하니부터 시작해서 "매우" 등의 부사도 다 계산해서 쓴다는 말이지요. 리차드 뮬러(Richard Mulle)의 <대통령을 위한 물리학(Physics for future President)>(* <오마이뉴스>에서 연일 정치선동하기 좋아하는 한국의 모 물리학자가 쓴 책 제목과 헷깔리지 말 것.)을 읽어보면 이런 학자들의 언어용법에 대해서 지구온난화 관련 간략하게 설명해놓은 장이 있습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 *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말의 의미
지구온난화는 실재한다. 1957년 이후 지구의 평균 기온은 0.6℃ 정도 상승했고, 최소한 인간활동이 온도 상승에 일부 원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런 주장은 우리가 흔히 듣는 강한 주장에 비하면 매우 소극적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많은 과학자와 정치가들은 사실 지난 세기의 온난화의 주범은 인간 활동이라고 말한다. 어느 쪽이 진실일까? 기후에 있어서 어떤 원인이 100% 확실하다고 집어서 말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기후 변화와 관련된 전 지구적 위험을 평가하고 국제적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공동으로 설립한 유엔 산하 국제 협의체이다.)의 2007년 보고서의 결론을 찬찬히 읽어 보자.
전 세계적으로 관측되는 대기와 해수의 온난화, 얼음의 감소 등 지난 50년 간의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는 외부적인 요인을 제외하고는 설명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 사실은 기후변화가 알려진 자연적인 원인들만으로 발생된 것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시사한다.*
* IPCC 보고서 <기후변화 2007 : 물리학적 기반 : 정책결정자들을 위한 요약>(Geneva, Switzeland : IPCC, 2007), 10. 내가 인용한 부분은 이 문서에서 직접 가져온 것이다. 보고서의 다른 부분에서는 비슷한 말을 '대부분'이라는 말을 사용해서 쓰고 있는데, 인간이 대부분의 온난화에 책임이 있을 가능성이 90% 라는 식이다. IPCC 보고서는 이 차이에 대해서는 설명하고 있지 않다. 만약 우리도 '대부분'이라는 말을 쓴다면 그 결과는 대부분의 관측된 온난화 현상은 인간에 의한 것이 아닐 가능성이 10% 있다는 것과 동일하다. 이런 사소한 의미의 차이는 이 책의 나머지 부분에서 논의할 내용에서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어떤 사람들은 위의 진술이 너무 미적지근하다고 비판한다. 정치적인 압력 때문에 인간에 의한 영향이 원래 서술하려던 것보다 약하게 묘사되었다는 이야기다. 다른 쪽에서는, 과학자들은 이런 진술이 너무 강한 주장을 담고 있으며 정치적인 압력 때문에 인간과의 연관성을 과장했다고 말한다. 당신은 미래의 지도자로서 보고서의 서술들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바란다. 보고서의 진술들은 유수한 과학자들로 구성된 협회에서 승인된 것이며 사용된 용어들도 신중히 선택된 것들이다. 이런 진술도 지구 온난화에 대한 과학적 합의라는 측면에서 자세히 알아볼 가치가 있다. 이제 여기 사용된 용어들을 면밀히 분석해 보자.
첫째로 '그럴 가능성이 극도로 낮다'는 것과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말을 살펴보자. IPCC 는 일반 대중들이 확률을 사용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낀다는 것 때문에 정형화된 용어들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보고서는 과학자들이 서술하는 것이며, 그들이 사용하는 용어가 그들의 뜻을 정밀하게 정의하도록 매우 세심하게 신경 쓰고 있다. 아래 용어들을 보자.
극도로 가능성이 높음 : 95% 의 확률, 19:1 의 가능성
매우 가능성이 높음 : 90% 의 확률, 9:1 의 가능성
가능성 높음 : 66% 의 확률, 2:1 의 가능성
가능성 낮음 : 34% 의 확률, 1:2 의 가능성
매우 가능성 낮음 : 10% 의 확률, 1:9의 가능성
극도로 가능성이 낮음 : 5% 의 확률, 1:19의 가능성
이런 정의를 이용해서 IPCC 의 진술문을 다음과 같이 정량적인 용어로 다시 써볼 수 있다.
1957년부터 현재까지 관측된 온난화는 일반적인 기후변화로 인한 결과일 가능성이 극도로 낮다(5%의 확률). 어떤 다른 원인이 개입되었을 것이다(태양활동의 변동, 혹은 인간 활동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증가). 인간이 이 온난화의 일부라도 관련되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90%의 확률).
물론, 이 진술은 관측된 온난화와 인간이 관계가 없을 가능성도 10%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전의 2001년 보고서에서, IPCC 는 인간 활동이 원인일 가능성이 66% 있다는 가능성이 높다('매우'가 빠진)는 용어를 사용했다. 따라서 지난 6년간 인간이 온난화의 일부에 기여한 증거가 보다 강해졌다고 할 수 있다.
<불편한 진실>에서 앨 고어는 인간의 지구 온난화에 대한 책임을 다음과 같은 주장으로 표현했다. "부정할 수 없는 증거들이 넘쳐난다" 그는 영화의 몇몇 부분에서 인간은 지난 100년간(50년이 아니라)의 온난화 전부(일부가 아닌)에 책임이 있음을 제시했다. 그가 옳을 수도 있지만 IPCC 합의와 그의 시각이 다른 부분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IPCC 는 그들이 보고서에서 사용하는 용어들을 면밀하게 정의하는데 많은 주의를 기울였다. 앨 고어는 이보다 훨씬 더 극단적인 입장에 서 있다.
정치적인 과장이 IPCC 의 합의를 얼마나 왜곡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예를 들어 보겠다. 나는 동료에게 지구온난화의 원인이 인간에 의한 것이 아닐 확률이 10% 정도 있다고 생각한다는 얘길 건넸다. 그다음 "내가 지구 온난화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생각하나?"라고 물어보았다. 모두들 한결같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그런 기준을 적용한다면 IPCC 전체가 지구 온난화에 회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셈이다.
왜 IPCC 는 그토록 약한 결론을 내세우는가? 앨 고어의 말처럼 지구 온난화에 대한 증거는 넘쳐나지 않는가? 그렇다. 지구 온난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증거는 매우 강력하다. IPCC 는 95% 확률로 지구 온난화가 진행 중이라고 간주한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 현상이 일어나는 것과 그것이 인간에 의해서 그렇다는 것은 엄연히 다른 문제다. 이 두가지는 서로 연관되어있지만 동일하지는 않다.
근거로 삼을 자료가 엄청나게 많은데 어째서 IPCC 는 좀 더 강한 결론에 이르지 못하는가? 기본적으로 단 한가지 현상 때문에 불확실성이 나타난다. 바로 구름이다. 실제로 모든 기후 모델의 예측 불확실성은 온도 증가에 따른 구름의 반응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다. IPCC 는 구름이 강한 음의 되먹임 작용을 만들지만 온난화를 완전히 상쇄할 만큼은 아니라고 추정하고 있다. 게다가 구름의 자연적인 변화조차도 우리는 아직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구름은 수증기와 온도에만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라 일조량과 대기권에서 전하가 이동하는 것과도 연관이 있다. 그래서 컴퓨터 모델은 물리학에서 유도된 관계식보다는 경험적인 관계식에 의존해서 예측을 하게 되어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