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주성하 기자가 북중 간의 좁은 강폭 사진을 보여주면서, 유사 시에 북에 통제가 풀리면 이런 강 쯤은 넘어서는데 아무런 장애가 되지 못한다고 했지요. 사실, 과거부터 북중 국경은 강 주변 주민들 간에 쉽게 넘나드는 곳이여서 국경이라고 볼 수도 없는 개념에 가까웠던 시절이 오래 있었다고 합니다.
얼마 전에 혜산 출신의 탈북자 아줌마를 우연히 만났는데, 애 데리고 탈북한지가 얼마 한 3년 밖에 안되었더군요. 혜산은 중국과 교류가 많기 때문에 크던 작던 다들 장사를 해서 먹고 살기에는 큰 문제는 없는데, 이혼을 하는 바람에 홧김에 왔다(?)는 식이 더군요.
이런 일상생활에서 만나게 된 탈북자들로 인해서 남북의 심리적 거리는 아주 가까워진 것 같습니다.
북에서 먹고 살기 힘든 계층이라면 탈북을 할 동기가 더 절박하게 크죠. 그들의 문제는 이명박 들어서 강화된 통제를 회피하고 탈북하는데에는 많은 돈이 들고, 남에 아무런 연고가 없다면 끌어줄 사람도 없다는 거죠. 즉, 잠재적 탈북자는 엄청난 숫자라고 봐야 하겠으나, 단순하게도 남에 갈 연줄이 아직 없기 때문에 탈북을 못하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다고 봐야 합니다. 이는 사상이나 이념과는 무관하게 단순히 경제적 요인으로 그렇다는 겁니다. 북의 하층일 수록 남에 들어올 동기가 당연히 더 많다는 겁니다.
그럼 나중에 북은 수백만이 탈북을 해서 하층은 없고 중산층 이상만 남는 사회가 되어 버리겠네요. 노동력이 부족하니 그 인원들 가지고 북 경제를 발전시키는데도 한계가 많겠습니다. 또한 남에 들어오는 탈북자들은 너무 못 먹고 못 배워서 사회적응력이 없고 의료비 많이 드는 하층들이 주류니까, 그만큼 남의 부담도 엄청나게 커질 겁니다. 어쩄건 시기와 경로를 확실히 모를 뿐이지, 이런 대량탈북은 필연입니다. 한반도의 장래에 관한 모든 시나리오 중에 반드시 일어날 일이 바로 이것이죠.
그런데 사실 장차 탈북을 쉽게 하려면, 국경을 넘고 나서도 험난할 북중 국경을 넘기보다는 휴전선이 훨씬 쉬워질 겁니다.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위에도 어떤 분이 폭이 4키로에 달하고, 중무장한 군인들이 상호 간에 지키는 이곳을 어떻게 통과하냐? 고 지적합니다. 그런데 다소간의 논리적인 상상력을 발휘하면, 이 분계선은 탈북을 막는데 곧 거의 무용지물이 되어 버립니다.
이미 개성가는 도로, 경의선, 금강산 가는 도로, 금강산 가는 철도 길이 다 뚫려 있습니다. 북이 내부 붕괴에 직면하거나 최소한 유화가 된다면? 탈북자에 대한 북측의 통제를 제대로 기대할 수가 없게 될 겁니다. 거기의 인민군들이 막는다고? 지금도 북중 국경의 인민군들은 돈을 받고 오히려 안전한 탈북을 위한 길 안내를 해주고 있죠. 마찬가지인 겁니다. 어쩌면 굶주리는 인민군, 그들 자신이 가장 먼저 탈북을 해버릴 지도 모릅니다ㅎㅎ
그럼 폭이 단 4키로로 걸어서 1시간이면 바로 남에 직접 들어 오는 이 길들이야 말로 최상의 탈북 통로가 되어 버립니다.
보다 비공식적인 ‘도로’들도 휴전선에는 수도 없이 만들어 질 겁니다.
얼마 전에 먹고 살기 힘든 한 남한 사람이 자기 군 복무 시절에 파악한 휴전선 철조망의 구멍을 뚫고 북으로 월북해 버렸죠. 북 당국은 월북자를 왠만하면 받지 않는게 요즘 방침이기는 하지만, 어려운 길로 온 성의를 감안해서 그냥 받은 모양입니다만ㅎㅎ 마찬가지로 가끔 인민군이나 북 주민이 군 복무 시절에 파악한 경로를 통해서 비무장지대를 거쳐서 남으로 오는 사람이 몇명이 있죠.
결국에 처음에는 목숨을 걸고 지뢰 피해서 아는 사람만 한 두사람이 오고가는 이 길들이, 오고간 사람들의 숫자가 늘면 발자국이 남아서 자연히 길이 되고 비교적 안전한 탈북 통로가 되어 버리는 겁니다. 그런게 휴전선 전역에 수십개, 수백개가 나버릴 수 있는 겁니다.
일단 인민군이 분계선을 통제를 못하면, 그 다음은 아주 순조롭습니다. 현행 헌법 상 북 주민들은 모두가 국민의 자격이 있으므로, 한국군은 이들을 분계선에서 따뜻하게 맞이해 줄 ‘의무’가 있습니다. 이들을 강제로 북으로 돌려보낼 법적인 근거는 전혀 없죠.
설혹 헌법까지 개정을 해서 법적인 근거를 앞으로 어떻게든 마련한다고 해도, 탈북자가 ‘김정은은 개새끼다! 호로 자식이다!’ 열 번을 외친 다음에, 이 행위로 인해서 나는 북에 돌아가면 정치범으로 몰려 처형되게 생겼다고 주장하면, 돌려보내면 죽을 사람을 돌려 보낼 수가 없으니, 난민자격을 인정해서 체류를 인정해야만 합니다. 합법적으로 체류자격 얻기란 아주 쉽죠ㅎㅎ
그 다음 이 탈북자들을 하나원으로 보내고, 숫자가 너무 많으면 저기 경기도 고양시에 있다는 일산 호수공원 옆에 수용을 시키겠으나, 언제까지 가둬 수가 있을까요? 길어야 몇달 뒤에는 사회에 내 보내야지요.
그런데 문제는 수십, 수백만에 달하는 이들에게 줄 임대주택이 너무 부족할 거라는 겁니다. 노숙을 해야할지도 모르겠네요. 아니면 난민 수용소에 오래 살아야 하거나.. 거기다가 심사가 끝나서 주민등록을 하게 되면, 기초생활보장비, 의료비 등을 토착민들과 똑 같이 받아야 하고, 이로 인해서 줄어든 복지해택 때문에 남의 저소득 계층이 불만을 가지게 될 것이며, 중산층도 엄청난 세금 부담에 허리가 휠 겁니다. 그로인한 남북 주민들 간의 갈등이 아주 커져서, 견디다 못해서 차라리 남북을 영구분단시키고 탈북자들을 북에 돌려보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해질 지도 모르죠.
이 지경에 이르기 전에 운 좋게 먼저 들어온 탈북자들의 국민자격은 유지됩니다. 탈북을 해도 좀 미리 해야 해택이 있는 거죠. 90년대 초 이전에 탈북한 사람들은 남에서 많은 정착지원을 받았으나, 그 이후로 계속 지원은 인색해 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니까, ‘탈북은 선착순’인 겁니다ㅎㅎ
그 숫자가 이미 수백만이라면 게임은 끝인 거죠. 북은 노동력 부족으로 경제발전에 어려움을 격게되고, 남도 사회부적응에 시달리는 탈북자들과 높은 세금으로 큰 어려움을 격게될 거라는 거지요. 남에 들어온 너무 못 먹고 못 배워 사회적응이 힘들고 의료비를 엄청나게 잡아먹을 탈북자들이 진정으로 제대로 정착하고 사회와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려면, 한 30년 뒤인 그 다음 세대가 성장한 다음에야 가능해질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북의 붕괴는 곧 남의 붕괴라 분석하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남한 사람이 태어나기 전 부터인 60년간이나 분단이 지속되고 있으므로, 북의 굶주리는 주민들에게 남이 철저하게 무관심해지고 있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들이 오로지 ‘모든 것은 김정일 탓일 뿐’ 이라 말하는 것은, 이런 자신들의 무관심과 나태에 대한 좋은 변명거리입니다.
그러나 사실 길게보면 문제의 핵심은 김정일이 전부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는 우리가 진짜 문제를 자각하지 못하게 지연시키는 요인일 뿐이죠.
기본적으로 긴 분계선을 접하고 있고 말이 통하는 남북은 운명의 공동체이고 이를 회피할 방법이 모든 시나리오 아래서 전혀없는 숙명적 관계인 것이죠. 그것이 결코 지금처럼 우리가 굶주리는 북 주민들을 외면할 수 없도록, 우리를 사정없이 오래 오래 갈수록 더욱 강하게 강박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