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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워치> 130호 (PDF 전문)
  중도수렴 부재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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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riter : 프락시스     Date : 11-09-01 14:46     Hit : 1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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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시론]중도수렴 부재의 정치
 
 
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전담교수 ccw7370@hanmail.net
 
 
우리 사회는 최근 서울시 주민투표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듯이, 무상급식을 두고 한바탕 큰 홍역을 치를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는 유감스럽게도 정치적 양극화로 끝났다. 즉 주민투표를 둘러싸고 진행된 정치권과 시민사회 진영의 극심한 정파적·이념적 대결과 갈등이 정치적 양극화로 드러난 것이다. 진보와 보수, 이분법적으로 갈라지는 정치적 양극화는 주민투표 개표가 무산된 직후, 여야가 서로 승리했다는 시각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났다.

지난 24일 김기현 한나라당 대변인은 “민주당의 반민주적 작태로 개함하지 못했으나 오세훈 시장의 사실상 승리”라고 주장했다. 반면 이용섭 민주당 대변인은 “착한 시민들의 착한 거부가 나쁜 시장의 나쁜 투표를 결국 이겨냈다”고 밝혔다. 하지만 두 당의 이러한 시각은 심각한 착오인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YTN이 중앙일보, 동아시아연구원과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두 당의 현실인식이 민심과 얼마만큼 동떨어진 독단적 생각인지가 드러난다.

 
 
‘주민투표에서 누가 승리했는가’라는 물음에, 응답자의 70%는 ‘어느 당도 승리했다고 할 수 없다’고 답했다. 한나라당이 이겼다는 쪽은 6.5%에 불과했고,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이 승리했다는 의견도 23.5%에 그쳤다. 또한 ‘투표 결과를 떠나 여야가 대응을 잘했느냐’는 물음에는, 응답자의 73.3%는 한나라당이, 66.2%는 민주당이 각각 잘못했다고 답변했다. 아울러 이번 주민투표가 ‘정책 대결’보다는 ‘정치 대결’이었다는 주장에도 응답자의 70% 이상이 공감을 보여, 이번 투표가 남긴 한계가 무엇인지를 고백해 주었다.

이러한 여론조사 결과는 주민투표를 두고 벌어진 정치권의 논쟁과 주장이 일반 국민의 민심과 다른 정치적 양극화였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많은 것을 시사한다. 문제가 되고 있는 정치적 양극화의 ‘실체’가 사실은 다수의 국민과 유권자들이 이념적으로 양극화되고, 이것이 정치엘리트들인 정당, 시민사회, 지식인, 언론으로 전달되어서 정치적으로 양극화되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라는 점이다.

즉 정치적 양극화는 정치엘리트가 다수 국민의 이념적 성향이나 민심과 무관하게 너무 좌우로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발생한 자기들만의 양극화 현상이었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정치엘리트 수준의 정치적 양극화가 국민 대다수의 이념성향이 중도로 수렴되는 최근의 추세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실체는 ‘중도수렴 부재의 정치’라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정당이 이념적 양극화를 보이는 것은 정치엘리트가 극단적인 전략을 편향적으로 동원해 발생한 갈등의 결과라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 즉 각종 민생현안과 정책이 국민의 실생활의 필요와 문제점에서 출발해 공감대를 넓히는 방식으로 추진되기보다 정답이 이미 정해져 있는 이념적 틀에서 출발할 경우 문제 해결이 어렵게 된다. 공감대 형성과정이 빠진 ‘전면적 무상급식’과 ‘선택적 무상급식’도 좌·우경적 정책으로 둔갑해 서로 타협할 수 없게 된다.

정치엘리트 수준의 정치적 양극화는 곧 우리의 국회와 정당이 그동안 어떻게 국민의 불신을 받게 되었는지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국회에서 의원들이 왜 그토록 거칠게 몸싸움을 벌이며 자신의 지지층에게 어필하기 위해 행동했는지를 이해하게 해준다. 아울러 진보와 보수의 이념적 성향이 약해지고 중도적 성향의 유권자들이 증가하고 있는데도, 각종 사회적 갈등이 심각해져 보이고 일견 상충돼 보이는 갈등현상들이 계속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푸는 데 단초를 제공해주고 있다.

이러한 정치엘리트 수준의 정치적 양극화가 개선되지 않으면, 우리 정치는 시민사회의 갈등을 합리적으로 반영해 해결하기보다는 이를 더욱 증폭시키게 된다. 결국은 정당과 의회가 국민통합의 대표기관이 아니라 갈등 조장의 주범으로 전락하게 되고, 국민으로부터 강한 불신을 받아 정당과 의회 무용론이 나오게 된다. 따라서 이것의 실체와 심각성을 올바로 이해하고 대처해야 한다.

그 출발점은 ‘생활정치’와 ‘중도실용정치’로의 전환이다. 이념의 눈으로 민생과 생활세계를 보는 것이 아니라 민생과 생활세계의 눈으로 이념과 정치를 보는 접근이다. 이렇게 할 경우 이념의 과잉문제를 최소화해 국민의 실생활과 소통할 수 있다. 여기서 실용이란 의미는 기회주의적으로 행동하라는 것이 아니라 프랙티컬(practical)하다는 뜻으로 실제적이고 실천적인 접근을 하라는 의미다. 생활정치와 중도실용 노선으로 전환할 경우 이념의 과잉문제를 해소하고 국민의 실생활과 소통할 수 있는 민생정치가 강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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