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만원은 육사 출신으로 미국에서 응용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세상에 없던 수학공식도 두개를 만들어 냈단다. 품질관리에 관한 잘 알려진 경영 컨설턴트이기도 하다.
그는 일찌기 80년대 부터 ‘영구분단이 오히려 통일의 지름길’이라는 주장도 했었다. 남북이 자꾸 통일을 하려드니까 갈등이 생긴다라는 것이다. 남북을 두개의 국가로 완전히 나누고 교류하면 오히려 통일이 가까워진다는 역설이다.
그의 책 중에 ’70만의 경영체 한국군’은 큰 인기를 끌었었다. 북에도 남한보다 독자가 더 많다는 소리가 있다. 그는 요즘에도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한국 군부의 무기조달체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한국군의 숫자를 30만 정도로 과감하게 줄여야 한다라는 군축론자였다.
지만원은 김대중에게 발탁되어서 김대중 정권의 초기에 참여하기도 했었다. 지만원도 김대중의 한반도 평화론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높이 평가했었다. 지만원은 햇볕정책과 거의 유사한 주장을 일찌기 해왔다. 남북에 두개의 정치적 실체가 존재하는 것을 인정하고 교류협력하고 평화적으로 통일 하자는 것이다.
문제는 결정적으로 햇볕정책과 둘의 견해의 차이는 군축을 언제할 것인가?의 시기에서 갈린다. 즉 신뢰구축이 먼저냐? 군축이 먼저냐? 란 것이다. 이는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와 비슷한 논란이다.
햇볕정책도 한반도의 평화구축 과정에서 군축이 언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김대중에게 발탁되었던 지만원은 군축이 모든 신뢰구축보다 선 순위에 있다고 주장했었다. 권총을 서로 차고 대화할 수는 없다. 상호간에 기습공격을 할 능력을 없앤 뒤에야 대화할 수가 있다. 유엔의 감독 하에 과감한 상호 군축을 먼저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견해는 김대중, 임동원에 의해서 채택되지 않았다. 그들은 신뢰구축이 먼저라는 것이다. 이에 배신감을 느낀 지만원은 그가 전문가로서 평생 어렵게 쌓아온 군사 전문가, 경영 컨설턴트로서의 신뢰와 경력을 희생하면서까지 근 10년 동안 햇볕정책을 맹렬하게 공격해 왔다.
그러나 지만원의 견해는 시의적으로 보면 몇가지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보여진다.
첫째, 그는 남북이 냉전으로 돌아가 영구분단을 하는 것이 안보 면에서 가장 안전하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의문이다.
최근의 북의 단말마적인 천안함과 연평도 공격은 한반도는 냉전상태로 되돌아갈 수가 없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이는 냉전이 아니라, 압박을 풀고 남의 입장을 바꾸기 위해서 북에 의한 대규모 국지전이 수시로 나는 열전과 냉전의 중간 양상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붕괴 위기와 고립에 몰릴 수록 더 잃을게 없는 북의 공격은 과감해질 것이다. 북은 결코 혼자 순순히 망할 생각이 없다. 너 죽고 나 죽자는 것이다.
둘째, 그는 군축을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한반도 군축의 의미가 뭔지가 모호해 졌다.
북은 핵무기를 가졌는 반면에 재래식 군사력은 쇠퇴해 버렸기 때문이다. 북이 핵을 포기한 댓가로 남은 무슨 무기를 포기해야 할까? 핵무기는 핵무기로 대응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런데 남은 포기해줄 핵이 원래 없다. 남의 최신 전투기 1대를 줄이는 댓가로 북은 40년이 넘은 고물 전투기 몇대를 없애야 할까? 그것도 기준을 정할 수가 없다.
셋째, 영구분단이 되도 남은 더 안전해 지지도 않을 뿐 아니라, 다른 경제 사회 정치적인 부담도 역시 줄지도 않는다.
왜냐하면 대량의 잠재적 탈북자들 때문이다.
남한 입경의 탈북자들이 2만명 남짓으로 아직 대량으로 못 오는 이유는 결코 남북이 분단이 되어서가 아니라, 2천 수백만 북 주민들에게는 지금 자유가 없기 때문이다. 만일 극히 억압적인 북 체제가 중국 수준으로 유화만 되더라도, 수십만 중국동포가 이미 들어와 있듯이 수백만 탈북자들의 남하는 기정사실이다. 다만 우리는 그 시기와 경로를 아직 특정할 수 없을 뿐인 것이다.
거기에다가 대량의 탈북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뒤늦게라도 북 주민들의 생활을 안정시키고 대규모 대북 투자에 나서야 할 것이다.
결과로 우리는 통일이 안되더라도, 흡수통일에 준하는 부담을 지고 공멸해 버릴 것이다. 따라서 길게 보면 남북의 분단이 유지되건 말건과 관계가 없이 북으로 인한 괴멸적인 부담을 우리가 회피할 수가 있는 경우의 수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