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에, 오래 재워든 증권사 계좌를 쓸 일이 생겼는데 비밀번호가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전화해보니 오프라인 지점을 방문해야 된다기에 증권사 홈페이지에서 가까운 지점이 어딨는지 찾았습니다. 서울 강북의 저희 동네에서 가장 가까운 지점은 지하철로 40분 거리에 있더군요. 그런데 강남구나 서초구는 지점이 거의 한 블록마다 하나씩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간단하게 조사했던 내용입니다.
증권사는 수요가 많은 곳에 지점을 많이 개설할 터이니 지역별 경제력(증권사 위탁 금융자산 보유량)을 간접적으로 비교해볼 수도 있고, 지하철 1시간 거리보다는 걸어서 5분 거리가 편하니 지역주민이 누리는 금융편의성 수준을 비교하는 지표도 될 수도 있습니다. 이하는 전에 블로그에 올린 내용을 복사해와서 평어체입니다. 양해 바랍니다.
<자료 조사 방법>
○ 지역별 인구 : 국가통계포털>기획통계>지역통계>시군구별>인구·가구>주민등록인구통계>시군구별 주민등록인구>2008년도
○ 증권사 영업점 수 : 상장기업 23개사의 웹사이트 영업점 찾기 서비스를 이용해 조사. 2개사는 오프라인 영업점이 없었으며, 4개사는 가입을 필요로 하거나 Windows Vista로 접속할 수 없어 제외하였다.

위 표에서는 알 수 없지만 기업 특색에 따라 지역별 분포가 다른 것이 재미있다. HMC투자증권은 Hyundai Motors Capital로 현대자동차의 계열사인데 영업점을 현대차 공장 소재지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는지 울산에 전체 영업점의 11.1%가 있다. (타 증권사 평균 2.33%) 대신증권은 타 증권사에 비해 호남권에 영업점을 많이 두고 있어 눈에 띈다. 타 증권사 평균 지역별 영업점 비율은 [서울 41.9% 인천/경기 20.3% 강원 1.9% 충청권 4.1% 경북권 8.6% 호남권 6.8% 경남권 13.1% 제주 0.7%]인데 반해 대신증권은 [서울 42.2% 인천/경기 18.9% 강원 0.9% 충청권 3.5% 경북권 6.0% 호남권 13.8% 경남권 10.4% 제주 1.7%]의 분포를 보여 서울, 호남, 제주지역에 업종 평균보다 많은 영업점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증권사별/지역별 영업점 수는 첨부한 엑셀 파일에서 볼 수 있으니 각 기업의 특색을 찾아보는 작업도 가능하겠다.
17개 증권사의 영업점을 모두 더하면 전국에 970개가 있으며, 그 분포를 8개의 큰 지역으로 구분하면 아래 지도와 같다. 2008년 인구 4954만명(통계청 자료)을 기준으로 나누어 보면 한국에는 5.1만명 당 1개의 증권사 영업점이 있다. 조사에서 빠진 4개사의 영업점이 있으니 실제 갯수는 조금 많을 것이나, 지역별 분포는 대동소이할 것이다. HMC나 대신증권을 예로 든 것은 그만큼 예외적이기 때문이며, 대부분의 증권사는 평균치에 가까운 지역비율로 영업점을 두고 있다. 증권사에 대한 오프라인 접근도는 서울 주민이 가장 높고, 강원 주민이 가장 낮으며, 단순계산으로 3.5배의 차이가 난다. 단, 8개 권역이 아닌 16개 광역시도별로 비교할 경우에는 충청북도가 10.1만명당 1개로 접근도가 가장 낮으며, 서울특별시와 4.0배의 차이이다.

조금 더 작은 지역단위로 가보면 어떨까? 영업점 수가 많아 통계적 관찰이 가능한 서울과 경기도를 기초자치단체별로 분석했다.(다른 광역시도는 영업점이 한 곳도 없는 시·군·구가 많다.) 서울 내의 구(區)별 비교는 광역시도 수준에서보다 큰 차이를 보인다. 지점당 인구가 가장 적은 곳은 거주 인구가 적은 중구(4343명). 가장 많은 곳은 영업점이 단 1곳밖에 없는 도봉구(37만3900명). 차이는 86.1배이다. 영업점 수를 비교하면 가장 많은 강남구(98개)와 가장 적은 도봉구(1개)의 차이는 98배에 달한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자원과 시설이 집중되어 있는 서울에서도 관악(8만9083명), 성북(9만4660명), 중랑(21만3900명), 도봉 4개 구는 강원도(8만8735명)에 비해 인구 대비 증권사 영업점 수가 적다. 물론 그렇다 해도 증권사에 대한 접근도 면에서는 서울 주민이 유리하다. 태백에서 강릉, 정선에서 원주에 가는 것보다야 도봉구에서 노원구로 가는 일이 훨씬 쉽고 비용도 적게 들지 않겠는가.
상술했다시피 이 자료는 한 측면에서 금융편의성의 비교, 또 한 측면에서는 지역별 경제력의 비교지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살펴보면 좋을 것이다.
경기도에서는 분당구가 있는 성남시에 영업점이 가장 많으며(36개) 연천, 가평, 동두천, 의왕, 가평 5개 시·군에는 영업점이 1개도 없다. 인구 대비 영업점이 가장 많은 곳은 과천이고(2만3133명당 1개) 가장 적은 곳은 남양주로(25만2900명당 1개) 차이는 10.9배이다.
이상입니다. 98배의 영업점 수라는 서울 내에서의 극단적인 차이는 뜻밖의 결과였습니다. 서울 강북에 살면서 강남에 비해 상대적인 생활편의시설 부족으로 이런 저런 불편을 느낍니다. '지방'에 살 때는 많은 부분을 아예 체념하게 됩니다. '좋은 지역'에 살 수 있는 기회는 비싼 집값을 부담할 수 있는 경제력에 의해서만 결정되어야 할까요? 그 점에 대해서 명확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불편한 감정을 느낍니다. 하지만 달리 좋은 방법이 생각나지는 않습니다. 결국 좋은 지역에 살고싶다는 욕구가 경제활동에 동기를 부여하고, 남들보다 뛰어난 성과를 낸 사람은 반드시 그 보상을 받는 '공정한 시장경제'가 가장 좋은 분배 방식이라는 생각이 다시금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