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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과연 백신이 문제일까? 1/2 [18]
[소개] 미디어에 관한 깊이 있는 정보를 구하고자 한다면... [2]
텍스트밖에 없다. [9]
[번역/moravia] 전두검사신화사(全頭検査神話史) 1/2
  [!] 한 진화론자가 본 한의학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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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riter : mahlerian     Date : 10-05-04 00:41     Hit :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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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록 선생님의 강연 원고본 두번째 장입니다.
 
 
* * *
 

앞에서 한의사 분께서 제기한 질문인 “인간이 나고 자라고 성행위하고 먹고 자고 늙고 병들고 죽는” 과정에 대한 진화론적인 설명을 가장 간단히 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답을 하기 전에 간단히 설명할 것이라면, 신체 못지 않게 생명체의 ‘행동’도 생명체가 유전 물질을 더 퍼뜨리는 데 중요하다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유전 물질은 눈으로 볼 수 있는 신체도 만들지만, 그 신체가 생존하기 위한 ‘행동 지침’도 정해줍니다. 진화생물학자들은 신체의 여러 기관과 행동을 똑같이 취급하고 있습니다. 성행위를 왜 하는지도 ‘간의 존재 이유’와 똑같이 기능적인 관점에서 다루고 있지 않습니까?

1. 生(birth) ; 새로운 ‘복사본’ 유전 물질(DNA)이 독립적 개체로 출발
2. 성장(growing) ; 다른 ‘복사본’ DNA를 출발시키기 위한 준비 시간
3. 성행위(copulation) ; 성이 분리된 생물에서, 자신의 ‘복사본’ DNA를 갖고 있는 다른 개체를 만들어내기 위해 다른 개체의 DNA와 자신의 DNA를 결합하는 과정이 필요함.  성행위는 이 ‘DNA 전달 행동’임.
4. 섭식(eating) ; 개체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하는 행동
5. 수면(sleeping) ; 지구에 밤과 낮이 있기 때문에, 어느 한 편에 주로 활동하는 동물의 경우에 활동하지 않는 시간에 주로 개체의 수리 및 ‘중앙 처리 장치 최적화’ 등의 활동을 행하게 됨
6. 노화(senescence) ; 생물의 수명에는 피식과 질병을 포함한 사고 때문에 한 도가 있으므로, 평균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수명 정도만 살 수 있도록 ‘보수’를 하게 됨. 이 때문에 전체적으로 시간 경과에 따라 생체 기능이 쇠퇴함
7. 질병(sickness) ; 몇 가지 원인이 있는데…
1) 외상(外傷)과 방어
2) 감염증
3) 유전자
4) 환경의 급변
5) 구조적 결함(진화적 타협)
8. 사망(death) ; 노화와 질병, 사고 등의 이유로 개체의 항상성 유지 노력이 끝나는 현상

대부분 이해가 어렵지 않겠지만, 세 가지 점에 대해서는 제가 좀 설명을 덧붙여야 하겠습니다.

수면 현상에 대한 진화론자들의 이론은 이렇습니다. 생물들은 밤과 낮 중 어느 한 편에 특화하여 활동하는 편이 이로울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활동하지 않을 때는 쓸데 없이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보다는 그냥 조용히 움직이지 않는 편이 나을 수 있겠지요. 이렇게 되면, 활동하는 시간에 하기 어려운 일들을 활동하지 않는 시간에 하는 개체들이 이로울 것입니다. 상처의 치유 작용이나, 특히 뇌라는 중앙 처리 장치가 있는 경우는 뇌에서 쓸데 없는 기억 등을 지우는 과정이 – 보통 우리는 이것을 ‘꿈’이라고 얘기합니다 – 활동하지 않는 시간 동안에 작동합니다. 이 이론은 ‘잠’이란 현상이 상당히 보편적이란 점 외에, 인간의 꿈 속에 시각적 이미지는 등장해도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는 현상 등을 잘 설명해 줍니다.

노화의 진화적인 설명은 뒤 슬라이드를 좀 할애해 놓았으니 거기서 자세히 하겠습니다. 단 꼭 기억해 주셨으면 하는 것은, 노화가 있는 경우 같은 환경에서 대체로 자손을 늘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며, 따라서 이것은 질병이 아니라 자손을 늘리기 위한 진화적 적응이란 것입니다.

질병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상처 및 병원체 감염이야 특별한 것이 없지만, 유전자 자체가 질병을 야기하는 수가 있습니다. 당대에서 나타나는 돌연변이뿐 아니라 개체에 병을 일으키는 유전자가 대대로 전해질 수도 있지요. 개체를 병들게 하더라도 유전자만 후대로 전해지면 된다는 자연선택 논리를 이해한다면 알기 쉽습니다. 이런 유의 유전자 질환은 우리 나라에서는 그다지 주목 받은 것이 없어서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만, 페닐케톤뇨증(phenylketonuria)이 아마 그런 경우라고 의심해 볼 만 합니다. 환경 급변은 인간이 형성된 시대와 현대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로, 근시가 가장 좋은 예일 것입니다. 진화적 타협은 인간이 갖고 있는 진화적 역사적 유산 때문에 생기는 일로, 가령 사람의 눈이 머리 뒤에도 있으면 좋은 일이 많겠지만 사람은 눈 두 개 귀 두 개로 만족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지요. 그리고 사람은 아가미가 없어서 물에 빠지면 질식사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생기는 질병의 가장 좋은 사례가 망막 박리와 허리 디스크입니다.

물론 이런 설명을 한의학 쪽에서는 전혀 들은 바가 없습니다.

진화적 사고방식이 단순히 탁상 공론이 아니라 자연계에서 보이는 구체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예만 간단히 언급해 드리겠습니다. (사진; Wikipedia)

(1) 박쥐는 몸 크기가 쥐와 비슷한 것도 많습니다만 수명은 보통 10배가 넘습니다.
(2) 연어는 한 번 알을 낳은 후 이 사진처럼 바로 늙어서 죽어 버립니다.
 
 

 
(3) 많은 동물의 경우 대체로 성비가 1:1입니다. 하지만 어느 집단에서 자손의 숫자를 생각하면 1:1은 대단히 비효율적인데도 – 자손을 낳을 수 있는 암컷의 숫자가 많을수록 자손이 많아지겠지요 ‐ 이 성비가 계속 유지됩니다. 따라서 이 비율이 왜 일반적인지는 설명이 필요한 문제입니다.

(4) 아래 사진은 망막 박리의 모습입니다. 인간에게 이 질병이 왜 그리도 흔한지 – 평생에 걸쳐 대략 수백 명 당 한 명 꼴로 나타납니다 – 그 궁극적인 이유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근접인은 다 알고 있을 테니, 그건 별로 흥미가 없습니다.
 

 

 
(5) 위 사진은 황열병 바이러스입니다. 보통 감기나 결핵, 매독, AIDS처럼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파하는 질병보다, 모기가 옮기는 황열병/뎅그열, 벼룩이 옮기는 페스트, 이가 옮기는 발진티푸스, 그리고 오염된 물을 통해 옮는 장티푸스나 콜레라 등의 증세가 훨씬 더 격렬합니다.[16]

(6) 아래는 아귀의 그림인데, 이 그림 안에는 아귀 네 마리가 있습니다. 
 
 
 
  
 
(7) 위 사진은 침팬지 암컷의 ‘sex skin’입니다. 단 배란 기간에만 그렇습니다. 그런데 사람은 왜 안 그렇지요?[17]

(8) 아이들은 대체로 채소를 싫어하지 않습니까? 좋아하는 애 보셨나요?

(9) 사람을 죽이는 것은 대부분 남자입니다. 특히 연쇄살인범이 여자인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18]
 

 
(10) 아래 사진은 플레이보지 창업자 휴 헤프너(Hugh Hefner)와 그의 ‘파트너들’입니다. 나이가 많더라도 지위가 높은 남자는 여자들 여럿, 특히 젊은 여자들과 관계를 갖는 수가 많지요. 반면 그 반대의 경우는 아주 드물기 때문에 뉴스거리가 될 정도입니다.
 
 
이 문제들과 비슷한 예들을, 앞에서 ‘인간의 정상적인 삶에 대한 설명이 한의학 안에 들어 있다’고 주장하신 분께 설명해 보라고 문제로 제기했습니다. 답이 나왔을까요?

의학적 견지에서는, ‘인체의 비정상 상태가 무엇인가’에 대해 진화론적 시각이 흥미 있는 통찰을 제공합니다.

직장에서 집으로 돌아와 보니 불행히도 불이 났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 그림 11. 집의 ‘정상 상태’와 ‘불 난 상태’(source; Windows clipart)

그 때 여러분께서는 평소의 집의 모습과는 달리 불타고 있는 집, 연기, 그리고 물을 끼얹는 소방관을 보셨을 것입니다. 모두 다 ‘비정상 상황’입니다. 이 중 어떤 것을 돕고 어떤 것을 없애야 하겠습니까? 설마 소방관도 비정상이니 내쫓아야 한다고 말할 사람은 없겠지요?[19]

이와 같이 ‘비정상 상황’에서 없애야 할 것과 인체의 자연 방어 반응을 가려내는 것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이제는 열과 설사가 인체의 자연 방어라는 것은 너무 널리 알려져 있어서 제가 구태여 말하기가 쑥스럽습니다. 이 외에 기침과 재채기, 통증, 염증 모두 인체가 외부 자극에 대해 보이는 적응적 반응이지요. 그러면 이런 것들이 나오는 대로 내버려 둬야만 한다? 진화론에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기생 생명체들은 이런 것들을 정상적 수준 이상으로 촉진하여 이득을 얻는 수가 많기 때문에 – 한 가지 예로, 말라리아로 인한 고열은 사람을 앓아눕게 만들어서 모기가 더 잘 피를 빨게 만듭니다 ‐ ‘인체에게 적당한 수준’으로 맞춰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20] 단순히 열만 해도, 지나치면 뇌손상을 가져올 수 있지 않겠습니까.
 
진화론적 시각이 더 공헌할 수 있는 사례 중 대표적인 것 세 개를 들어 보겠습니다. 우선 면역계에 관한 얘기 두 개를 하지요.

저도 어릴 때는 다소간 알러지가 있었습니다. 알러지를 일으키는 IgE, 성가시기만 한가요?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IgE처럼 복잡한 체계는 뭔가 쓰임새가 없었다면 진화적 시간 안에서 존속하기가 불가능합니다. 심지어 동굴 물고기는 서식처의 빛 강도에 맞춰 점차적으로 시력이 약해지다가 결국에는 눈이 완전히 없어졌습니다. 눈도 ‘쓸모 없으면 퇴화’의 예외가 아니라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인간이 지금처럼 된 석기 시대까지 IgE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질문하는 편이 올바를 것입니다.

IgE의 순기능으로는 기생충과 미생물에 대한 저항이라는 현재의 정설에 덧붙여, 진화생물학자 마지 프로핏(Margie Profet)이 제안한 두 가지 설이 있습니다. 프로핏은 알러지가 많은 환자에게 암이 적다는 연구 결과가 그 반대의 경우보다 다섯 배가 많음을 알아냈으며, 또 다른 가능성으로 미지의 독소를 재빨리 인체에서 몰아 내는 한 가지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습니다.[21]

전에 이렇게 순기능이 있었다면, 드물던 알러지 현상이 현재 왜 이렇게 많이 퍼졌는가 하는 질문을 던져 볼 필요가 있습니다. 여러 학자들이 지적하듯이 원하는 대로 원인을 골라잡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석기 시대 환경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면 적절한 시기에 기생충에 노출되어야 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고, 현대의 환경이 낫다고 생각하면 어린 시절에 집먼지진드기 등에 노출되면 곤란하다고 말할 수 있겠지요. 이 둘의 공통점은, 현대 환경이 석기 시대에 비해 너무나 많이 변화했다는 것입니다. 석기 시대에 인간이 어려서 노출된 기생충이나 미생물은 현대에 비해 판이할 것이며, 이 점에 대한 상세한 연구는 알러지에 대한 여러 가설들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과연 알러지는 소위 ‘화재 경보기 원리’의 한 가지 예일까요, 아니면 잠재적인 위험원을 제대로 알려 주는 지표일까요?

알러지에서 알 수 있듯이, 면역계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만성 육아종 질환은 중성백혈구나 단핵구의 총수 및 탐식기능은 정상이나 식세포 내로 들어온 균을 살균하는 기능에 결함이 있어 박테리아와 진균감염이 반복되는 질환이다.  이는 세포 내 과산화수소, 할로겐, 과산화물 등의 생성불능으로 식세포 내로 들어온 균을 효과적으로 죽이지 못하기 때문이다.[22]
여기에 인용해 놓은 것과 같이, 백혈구가 세균 및 침입자를 죽이는 방식을 잘 뜯어보면 사람 자신에게도 위험할 수 있습니다. 이 산화성 화합물들은 조직에 산화 손상을 입히며 결국 암의 위험을 증가시킵니다.  현재 감염증이 많은 저개발 국가들에서 암의 발생률이 높은 것이 관련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는데, 감염된 곳 주변에 백혈구가 집중 폭격을 퍼붓는 것이 분명히 관련이 있습니다.[23]

조금 더 나아가서, IgE는 현대 사회에서는 사람을 계속 귀찮게 하지만 암이나 기생충에서 보호하여 오래 살게 할 수 있습니다.  백혈구는 당장의 감염증을 격퇴해 주지만, 장기적으로는 암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런 장기간/단기간의 이득 교환(trade‐off)이 가장 극단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을까요?  바로 노화입니다.

노화는 인간이 피할 수 없는 현상입니다.  하지만, 일반 대중들에게 노화가 정확히 왜 나타나는지는 아직까지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인간이 만든 기계와 노화가 같은 점도 많습니다. 

[ 공통점 ]
1. 금방 고장나는 경우에는 수리를 염두에 두지 않는다.
2. ‘한꺼번에 고장나게’ 만든다.
3. 시간이 많이 지나면 새거로 바꾸는 편이 낫다.
4. ‘정식 수명’이 다하더라도 대개 좀 더 사용할 수 있다.

일정 수명이 되면 거의 한꺼번에 고장나게 되어 있다든가[24] 보통 ‘공칭 수명’이 넘어도 금방 고장은 안 난다든가 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두 가지가 있는데, 기계는 자손을 남기지 않으며 사람은 상처가 나도 자기 복구 기능이 있다는 점입니다. 
 

 
스타크래프트에서 저그 유닛은 리제너레이션 기능이 있지 않습니까?  만든 지 어느 정도 시간 경과 후 죽는다면 실제하고 비슷할 텐데 말입니다.

제가 썰렁한 농담을 했습니다만, 사람은 꽤 큰 상처를 입어도 자기 복구를 상당히 잘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간 같은 특정 기관의 자기 치유 능력은 정말로 우수합니다.  그런데도 나이가 먹으면서 같은 손상을 입더라도 잘 치유가 되지 않습니다.  이것이 단지 ‘수리 비용이 점차 증가하기 때문에’ 일어날까요?

생물이 오래 산다는 것은 그리 쉽지 않습니다.  일차적으로 외부의 포식자나 사고를 피해야 하며, 반면 내부적으로는 손상을 복구해야 합니다.  내부 손상이라고 말하는 것은, 위에서 백혈구가 침입자를 공격하면서 조직에 입히는 손상 등을 얘기합니다.  이 외에는 체온 때문에 생기는 포도당‐단백질 결합체의 생성 등도 한 가지 요인입니다.  그리고 살아 있는 동안 적절한 수만큼 자손을 낳아야 하겠지요.

우선, 외부의 포식자나 사고로 죽을 확률이 높은 경우 내부 손상을 수리하는 것이 의미가 없어집니다.  이것은 일회용품의 경우 부속품을 따로 팔 필요가 아예 없는 이유와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생물의 경우, 동물원에서 안전하게 키우더라도 어차피 오래 살지 못하는데, 생물 자신이 내부 손상을 별로 수리하지 않기 때문에 얼마 못 가 내부 기관이 망가져서 죽게 됩니다.  이런 생물은 죽기 전에 자손을 많이 남겨야만 하지요.  쥐나 토끼처럼 여러 생물들의 저녁거리인 동물은 번식력이 거의 천문학적인 대신, 실험실에서 키워도 어차피 오래 살지 못합니다.  이런 생물들은 먹는 음식에서 얻는 에너지를 내부 수리 및 기생체를 막는 면역계보다는 번식으로 돌립니다.

그러면, 특정한 방법으로 몸을 보호하는 동물들은 어떻습니까?  기본적으로 포식자에게 잡혀 먹힐 확률이 낮으므로, 내부 손상 수리에 자원을 투자해도 얻는 것이 많습니다.  이런 동물의 대표적인 것으로는 새나 박쥐, 가시나 껍질을 뒤집어쓴 동물들, 그리고 특히 사람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체구가 크면 잘 안 잡아먹히기 때문에 수명이 증가하는데, 몸을 보호할 특정 수단이 있는 동물들은 비슷한 체구면서 보호 수단이 없는 동물에 비해 수명이 훨씬 깁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노화가 존재하는 이유는 시간이 지나면서 어차피 개체가 사고나 포식 등으로 죽기 때문에, 그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신체를 수리하기보다는 번식하도록 자원을 할당하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동물이 성적으로 성숙하여 번식을 시작할 수 있게 되면 바로 노화가 시작된다는 사실은 이 이론을 입증합니다.

아래는 한국의 2007년 인구 통계에서 얻은 연령별 사망률입니다.  사망률이 가장 낮은 곳은 몸이 한창 좋다고들 하는 20대가 아니라 놀랍게도 남녀 공히 10~12세 무렵으로, 인간이 번식을 시작할 수 있는 가장 어린 연령 부근입니다.  그리고 일관되게 남성이 여성보다 사망률이 높음을 알 수 있습니다.
 
 
▲ 그림 12. 한국 인구의 연령(x축) 별 사망률 곡선.  2007년 자료.

노화에 대한 이 관점은 앞으로 짧은 기간 내에 인간이 200세까지 살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꺾어 버립니다. 물론 현재처럼 인간이 평균적으로 오래 사는 상황은 인류 역사상 전혀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이 진화적 시간만큼 지속된다면 인간의 평균 수명은 반드시 증가할 것입니다만, 문제는 인간의 진화적 시간은 한 세대가 적어도 20년 정도 되기 때문에 대략 수 만 년 단위란 것입니다.

교훈 하나; 현재까지 알려진 어떤 수단이라도 인간의 노화를 지연시킬 수는 없습니다.[25]  노화 방지를 선전하는 거의 모든 수단은 고로 진실과 거리가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지요. 물론, 여러 다양한 한약들도 포함해서요.

지금까지는 이론적 얘기가 많았는데, 실제 환자와 면담할 때에 진화론적 견지가 어떤 득이 있는지 보시겠습니다. 진화론적 환자 상담은 기존 방식보다 환자에게 훨씬 설득력이 있습니다.  저는 여기서 세 가지 사례를 제시하고 싶습니다. 기존 방식의 상담 예는 들지 않고 진화론적 비교 사례만 언급하겠습니다.

첫 예인 통풍 사례는 제가 답을 여기 적습니다만, 나머지 두 가지는 생략하겠습니다. 제 블로그에 이미 올라와 있거나 아니면 다른 곳에서 답을 쉽게 보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

1) 통풍(gout)
의사 ] 이 병은 관절 내부에 요산 결정이 침전하여 생깁니다. 모래가 관절 속에 들어갔다고 보시면 됩니다.        
환자 ] 왜 제 관절에 요산 결정이 생기나요? 선생님은 저보다 나이도 많은데 멀쩡하지 않습니까?
의사 ] 산화 방지제가 노화를 방지해 준다는 얘기는 들으셨지요? 요산은 강력한 산화 방지제며, 고릴라나 침팬지 등 인간의 ‘친척’보다 인간에게 함량이 높습니다. 현재로는 이들보다 사람이 오래 사는 한 가지 요인으로 추정됩니다. 단 일부 사람들에게는 그 양이 좀 지나쳐서 관절 속에 결정이 쌓이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특히 퓨린이 많이 함유된 음식은 결국 요산을 만들기 때문에 이 현상을 촉진합니다. 물론 이렇게 아픈 증세를 방치할 수 없으니 적절한 식사와 약으로 요산 함량을 낮춥시다.

2) 입덧(morning sickness)
환자 ] 선생님, 이 지긋지긋한 구역질 때문에 마음대로 못 먹는 것은 물론이고 이를 제대로 닦기도 힘들군요. 도대체 왜 입덧이 생기나요? 그리고 어떻게 좀 해 주실 수 없을까요?

3) 1형 당뇨병(소아당뇨병)
환아의 부모 ] 선생님, 우리 애의 당뇨병이 DR3이라는 유전자 때문이라 의심된다고 하셨습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당뇨병을 일으키는 유전자가 생길 수 있나요?

여기 설명의 약 절반은 ‘의학이 과학적이다’란 것을 설명하는 데 사용했으며, 나머지 절반은 진화생물학이 의학에 도움을 많이 줄 수 있으며 환자에게 설득력이 높다는 것을 보이는 데 사용했습니다. 더 좋은 점은, 진화생물학에서 내리는 결론들은 한의학 쪽에서 전유물처럼 말해 오던 ‘인간의 본질’을 아주 논리적으로 밝히는 데 결정적으로 유용하다는 것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소위 생로병사가 모두 들어갑니다.
사실 진화적 사고방식을 심리학에 적용한 진화심리학까지 예를 들었다면 한의학에서 답을 줄 수 없는 문제의 예로서 더욱 좋았을 텐데, 여기서 그럴 시간은 없을 것 같습니다.

현재 한의학이 처한 상황을 가장 잘 지적해 주는 말은 제가 대략 30년 전에 읽은 책에서 인용하도록 하겠습니다.

“… 점성술사들은 [ 일식 등의 ] 천변(天變)을 예언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다가 이런 현상들의 규칙을 이해하게 되면, 그것은 이미 천변이 아니게 되는 일에 무척이나 고민했을 것이다. 점성술은 천문학으로 바뀌고 있었으며 그럴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26]

현재 한의학 교육 과정에서는 의학 과정의 해부학, 약학, 기타 여러 가지를 배운다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다면 한의학이 무슨 필요가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해부학 등의 과목은 기본 체계 자체가 의학이며, 심층에서는 진화생물학과 같습니다. 이것이 한의학과 조화를 이룰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기가 어렵습니다.

[ 추천 도서 ]

1. ‘Why we get sick’, Randolph Nesse & George C.Williams(1994) ; ‘다윈 의학’을 잘 설명한 고전적인 저서.
2. ‘The selfish gene’, Richard Dawkins(1976) ; 현대 진화론의 사고 방식을 이해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저서지만, 현재 한국어판은 번역이 나쁘기로 악명이 높다.
3. ‘Why we age’, Steven Austad(1997) ; 부분적으로 약점은 있지만, 매우 많은 생물에게 왜 노화란 현상이 존재하는지 잘 알 수 있는 좋은 책
4. ‘The red queen’, Matt Ridley(1993) ; 1990년대 이후 Dawkins와 함께 과학 교양서 저술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힐 Matt Ridley의 대표작. 성(性)이 왜 존재하는지 간명하고 아름답게 설명
5. ‘How the mind works’, Steven Pinker(1997); 인지심리학과 진화심리학 양편을 책 하나로 알 수 있는 역작. 다소 읽기 어려우나 충분히 일독할 가치가 있음
6. ‘Plague time’, Paul Ewald(2000) ; 현재 위험성이 충분히 인식되지 않고 있는 만성 전염병의 영향에 대해 논한 책

제가 추천 도서 여섯 개를 골랐습니다. 아마 ‘이기적 유전자’는 거의 다 보셨을 테고요, 그렇다면 가장 먼저 ‘Why we get sick’을 추천드립니다. 이 책을 읽으셨다면 제 말이 좀 지루하셨을 정도로, 후반부는 거의 이 책의 사례에서 발췌한 부분이 많습니다. 노화에 특히 흥미가 있으시다면 ‘Why we age’가 좋습니다. 이 책은 부분적인 결함도 있습니다만 전반적인 노화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는 아주 상세한 설명을 제공합니다.

의사 선생님들을 위해서는 마지막의 ‘Plague time’에서 새로운 시각을 볼 수 있습니다.

[ 맺음말 ]

별볼일 없고 생물학과 의학과는 좀 동떨어진 공돌이를 한의학에 대한 적극적인 비판자로 만든 데는 진화생물학의 역할이 결정적이었습니다. 게다가 진화생물학은 의사 선생님들께서 질병을 보는 시각뿐 아니라, 대중이 의사를 보는 좋지 못한 시각을 개선하는 데도 도움을 많이 줄 수 있습니다.

진화생물학 및 진화심리학을 좋아하는 한 아마추어로서, 이 학문이 의사 선생님들 사이에서 관심을 끌고 궁극적으로 환자에게까지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바라 마지 않습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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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로쟈   10-05-04 00:45
도킨스와 마투라나의 생각중에 저는 마투라나의 생각에 동의합니다.


유전자가 개체를 완전히 지배한다는 생각은 좀 거시기 하거든요. 물론 '이기적' 이라는 용어가 레토릭에 불과할지라도 도킨스가 설명하는 방식대로라면 인간은 (생명체는) 단지 유전자의 수단에 불과하뿐 언제든 복제되면 필요가 없어지는 물체일 수도 있으니까요.


유전자수준에서 생존을 위해 계획을 하고 미래를 예측한다고 보는 것은 원자가 그러하다고 생각 하는거와 유사할것입니다. 인간은 유전자로 구성되기도 했지만 원자로 구성되기도 했으니까요. 


무계획적으로 여러 차이를 가진 유전자 개체군이 나타나는데 환경의 변화로 어쩌다 거기에 유리한 개체군이 살아남는 것이지 유전자가 미리 계획해서 그렇게 진화되고 살아남는다고 볼수는 없을 것입니다. 물론 유전자의 복제나 후성유전자의  영향을 완전히 부인하는 것은 아니지만, 유전자 만능과 그에 따른 진화가 유전자의 사전결정에 따른 필연적 결론은 아니라는 겁니다. 살아남았으니 강한것으로 추인되는 것이지 강해서 살아남은게 아니란 거죠. 진화는 실제 단지 운이 좋았던 것일 수도 있는 겁니다.
mahlerian   10-05-16 14:49
어부님의 글은 헬스로그에도 포스팅되어서 여러 코멘트가 달렸습니다. 참고하세요.

진화생물학 측면에서 본 한의학
http://www.koreahealthlog.com/18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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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77 단동에서 본 신의주 (1) Garry 09-05 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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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75 좌파 선정 기준에 자본론 읽은 게 들어갈까요? (29) 흑진주 09-05 424
6674 ㅋ. 의사를 만약 면접으로만 뽑는 세상이 온다면 (38) omega 09-05 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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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69 사람먼저.. 라는 생각 (3) THESE 09-03 359
6668 mb식 공정한 사회. (15) 그삿갓 09-03 565
6667 의사, 엔지니어 그리고 무형의 가치 (3)  흑진주 09-02 309
6666 의혹에 대처하는 타블로 오은선의 닮은꼴 행보 (4) omega 09-02 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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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63 노무현 차명 계좌가 웬지 궁금해집니다. (11) 흑진주 09-01 523
6662 임정이 집권을 했다면? (21)  어광3 09-01 360
6661 베트남의 한류와 한국군의 베트남전 참전 (27)  어광3 09-01 368
6660 중국식 개혁개방을 하면 북한이 붕괴할까? (18) 어광3 09-01 421
6659 인천공항 매각에 대한 진실 (4) Nietzsche 08-30 636
6658 DTI 규제 완화, 아파트 거래 살아날까요? (10) 흑진주 08-30 672
6657 이성적 비관주의자 (28) doomer 08-30 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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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54 <이성적 낙관주의자> (6) mahlerian 08-29 1341
6653 김태호 총리 후보 자진 사퇴 (11) 흑진주 08-29 695
6652 한중일 삼국의 신라면 비교... (22) paracelsus 08-28 1169
6651 쌀 지원에 대한 고위직, 지식인 탈북자들의 주장 (9) Garry 08-28 437
6650 한정호선생님께 드리는 글 (4) 경청하는사람 08-27 866
6649 오돌또기님에게 사과드립니다. (12) mahlerian 08-26 3060
6648 지상파 방송 MBC 의 여론지배력 문제 (5) mahlerian 08-26 1574
6647 김정일 방중 (3) 제라스 08-26 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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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록강 제방 남한..
Garry/2010-09-07
한방에서도 EBM(Evide..
제봉/2010-09-07
이명박 치매?
경청하는사람/2010-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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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그나로크/2010-09-07
게리님// 그러니깐 ..
경청하는사람/2010-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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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rry/2010-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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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청하는사람/2010-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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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봉/2010-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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