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만 선생님의 강연 원고본 두번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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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왜 대체의학을 믿는가?
사실 한의학이나 동양의학이라는 단어는 감정에 매우 깊은 영향을 미치는 단어입니다. 그러므로 인지적으로는 편향(affect bias)를 일으키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하며,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서양의학이라는 단어와 비교되어 사용될 때는 더욱이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점은 일단 논외로 하고, 왜 대체의학이나 한의학이 널리 받아들여지고 어떻게 그들의 논리체계가 발전해 왔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가. 국내 대체의학의 확산의 대략적인 흐름
오래전에 학문(특히 과학)의 목적을 물어보면 ‘진리 추구’라고 답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생각들은 최소한 진리가 존재하고, 진리라는 것이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그런 것으로 당연히 받아들여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다가 사회가 점차 복잡해지면서,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포스트모더니즘과 뉴에이지의 흐름이 우리 사회를 강타했고, 과학의 영향이 줄어들었던 시기가 왔습니다. 포스트모더니즘이나 뉴에이지의 흐름은, 물론 합리성에 기반한 진리 추구 노선에 대해서 대안이 되기에는 부족했지만, 비평의 도구로는 훌륭했고, 맹목적으로 널리 받아들여지기도 했으며, 그러한 측면에서 '소칼의 사기 사건(Sokal's Hoax)'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국내에서는 이러한 흐름의 영향이 아주 컸다고 보기는 어렵고 상당한 시간이 지나서 들어왔기 때문에 전체적인 영향보다는 몇몇 특정한 분야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바로 한의학이 가장 혜택을 받았다고 생각됩니다.
일반 대중들 혹은 현실적으로 이뤄지는 과학연구활동과 관련이 적은 분야에서는 포스트모더니즘이나 뉴에이지 사고방식이 현대과학적인 세계관을 대체할 것으로 생각되었고, 특히, 기계론적인 세계관 대신 유기체적인 세계관이 각광을 받을 것으로 생각되었으며, 공학이나 물리학의 세상에서, 환경과 생물학의 시대로 변화할 것으로, 서양철학의 시대에서 통찰을 중시하는 동양철학적인 요소가 가미된 새로운 철학의 시대로 변화될 것으로 기대한 사람들이 많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사실 이러한 문제는 과학에 대한 경시풍조와 논리, 합리성이 퇴조하는 경향을 낳게 했고, 그 결과 검증되지 않은 많은 치료법이 사회에 만연하게 된 기본 토양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문제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과학의 역사가 짧고 전문가가 부족한 상황에서 어쨌거나 일반인들이 많은 피해를 당하게 되었습니다.
나. 패러다임 용어의 남용
토마스 쿤(Thomas Kuhn)의 패러다임이라는 용어는 과학사를 이해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용어이지만, 대체의학자들은 이를 악용하고 지나치게 자의적으로 사용했습니다. 특히 패러다임의 공약불가능성(incommensurability), 즉 서로 다른 패러다임은 상호간 이해가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악용해서 한의학과 현대의학이 서로 이해못하는 것은 서로 패러다임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물론 이 주장은 토마스 쿤의 주장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이를 비평하기가 쉽지 않은 것도 역시 사실입니다. 아마 한의학에 대한 가장 강력한 비판 중 하나는 과연 한의학이 패러다임으로 존속할 수 있을 정도로 과학계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가 될 것 같습니다.
다. 환경문제
환경문제는, 전체를 하나로 보지 않으면, 즉 지구를 하나로 보는 시각이 없으면 이해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지구의 북반구에서 사용한 농약이 남극의 펭귄에서 발견되는 현상은 단순히 기계론적 세계관에서는 쉽게 파악하기 어렵지만, 지구가 하나의 유기체라는 관점에서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현상인 것입니다. 현대과학의 기계론적 세계관의 문제로 환경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에 유기체적인 시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고, 이러한 주장의 연장선상에서 가이아(Gaia)[28]라는 용어가 사용되었습니다. 비록 가이아라는 주장이 비과학적인 용어임에도 불구하고, 전문적인 논문에서도 일부 사용될 정도로 매우 널리 퍼지게 되었습니다. 반면 동양의학은 기본적으로 유기체적인 사고를 중시했기 때문에, 이러한 지적 분위기는 현대과학이 완전하지 못하며 동양철학으로 이를 보완해야 한다는 생각을 받아들이게 했습니다. 환경은 생활속에서 바로 체감할 수 있는 것이었고, 특히 발생한 환경문제들이 현대과학으로는 설명하기에 적합한 개념이 별로 없었고, 유기체적인 사고체계가 이를 극복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는 것입니다.
라. 뉴에이지 서적의 범람
과학적 사고가 특별히 확산되지 못한 나라는 초자연현상(supernatural)에 대한 선호가 심하기 때문에 국내에도 한의학적 시각이 확산된 것이 언제부터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만, 대안으로서 가치 있는 이론체계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은 분명히 범양사에서 소개한 여러 가지 서적이 일반인에게 읽히기 시작하면서부터 입니다. 예를 들어, 범양사에서 나온 제리 쥬커브(Gary Zukav)의 <춤추는 물리(The Dancing Wu Li Masters)>, 프리조프 카프라(Fritjof Capra)의 <현대 물리학과 동양사상(Tao of Physics)> 등은 물리학과 동양사상이 매우 비슷하고, 그렇기 때문에 동양인들이 우주를 오래전부터 잘 이해할 수 있다거나 혹은 앞으로 더 잘 연구할 수 있을 것을 암시합니다. 하지만 이 책은 일부 소수의 독자들이 읽었을 것이고, 그다지 중요한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다가, 1982년에 미국에서 출판되고, 국내에는 1983년, 후에 환경부장관이 되었던 김명자 교수가 번역하여 정음사에서 출판된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의 <엔트로피(Entropy)>가 많은 사람들에게 퍼지면서 국내에서 현대과학의 여러 가지 문제점을 파악하게 되고, 기계론적 세계관의 문제점에 대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이 책의 내용 자체는 카터 행정부 시대의 이야기이지만, 이 책에서 언급한 내용은 그로부터 수년간 해외 토픽을 통해서 확인되는 등, 상당히 최신 정보 내지는 고급 정보를 바탕으로 현대사회의 에너지 낭비를 고발한 책으로 우리가 기계론적 세계관을 가져서는 안되고 유기체적인 세계관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설득력있게 지적했습니다. 유기체적인 세계관은 전통적으로 동양철학과 유사했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환경 운동 등에 많은 영향을 미쳤고, 현대과학만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인식을 심어주는데 가장 큰 기여를 했습니다. 사실 이 책은 뉴에이지 사이언스(New Age Science)에 대한 서적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바로 뉴에이지 사이언스의 흐름으로 자연스럽게 연결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 다시 이 분위기를 이어서 범양사는 프리조프 카프라의 저서들은 번역해서 널리 우리나라에 소개하는데, 이때, 프리조프 카프라의 서적을 번역하면서 영어로는 New Age Science 이지만, 이를 단순히 ‘신과학’ 이라고 번역하여 소개합니다. 프리조프 카프라의 <새로운 과학과 문명의 전환(The Turnig Ponint)>과 같은 서적이 번역되면서 현대 과학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 등에 대해서 많은 지식이 널리 퍼지게 되었습니다. 범양사는 그 외에도 뉴에이지 사이언스뿐만이 아니라 현대과학의 저서도 소개하는데, 주로 유기체적인 세계관을 가진 책을 위주로 번역하게 됩니다. 아마 이들이 우리나라의 신과학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 미국에서의 대체의학의 범람
대체의학은 항상 존재했지만, 미국내에서 대체의학은 특히 미국 보건원에 대체의학국(OAM)이 설립되면서 널리 받아들여지게 됩니다. 사실 미국은 전반적으로는 대체의학에 대해서 엄격한 편이지만, 일부 대체의학에 대해서는 너그러운 편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동종요법(homeopathy)같은 대체의학은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는데다가 동종요법 약전 자체가 존재할 정도입니다. 뿐만 아니라 카이로프랙틱(chiropractic)은 미국 의사들과의 법정투쟁에서 이김으로서 더 이상 의사들의 간섭을 받지 않는 조직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배경도 있고, 1990년대 바로 직전에 미 의회에서 당시 암치료법과 대체의학에 대해서 조사를 실시하였습니다. 그 결과물로 미국의 국회 산하 기술평가 사무국(OTA)에 의하여 1990년 ‘OTA 보고서(Office of Technology Assessment: Unconventional Cancer Treatments)’가 나오게 되고 뒤이어 대체의학에 대한 보고서가 나오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역시 1990년 OTA 보고서인데, 이 보고서는 당시 널리 사용되었던 암치료법이 거의 효과가 없다는 주장을 담고 있으며, 당시 암치료법으로 생각되었던 많은 대체의학도 역시 조사하여 같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대부분의 대체의학자들은 이 보고서의 앞부분, 즉 당시 현대의학의 치료법이 효과가 생각보다 적다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실제 이 보고서에서 소개한 대체의학 치료법 중에서 효과가 검증된 것은 하나도 없었고, 그점도 명확하게 서술되어 있었다는 것입니다. 다만, 대체의학의 상당부분이 아직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모든 대체의학이 효과가 없다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이 보고서 이후로 미 의회는 1992년 회계연도로 비정통의료술(unconventional medical practices)을 연구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도록 200만불을 제공하는 법(Public Law 102-170)을 통과시키고, 미 보건원 산하에 대체의학국(Office of Alternative Medicine , 이하 OAM)이 설립되도록 돕게 합니다. 이 조직은 다시 1998년 10월에 새로운 법(Public Law 105-277)에 의해서 ‘보완 및 대체의학에 관한 국립연구센터(National Center for Complementary and Alternative Medicine, 이하 NCCAM)’로 개편되면서 미국국립보건원센터(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Center, 이하 NIH) 규모로 격상되게 됩니다. 초기에 OAM 이 만들어질 당시는 200만불의 예산만 있었으나, 지금은 12억 8천 8백만불(2010년 예산) 즉, 이미 1조5천억원에 가까운 예산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체의학이 효과적이라는 증거는 아직 없는 상황입니다.
미국의 NIH 에 OAM 이 설립되었다는 것 자체가 미국 내에서 정통과학으로 인정받았다는 주장이 사실이 아님에도 그렇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이러한 영향으로 인하여 대체의학이 널리 받아들여질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로, 많은 사람들이 대체의학에 대해서 우호적인 상황이 되었습니다.
3. 한의학과 대체의학이 미치는 피해
한의학과 대체의학이 어떤 피해를 끼치는가에 대해서 제가 정확하게 알지는 못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의사분들이 훨씬 자세히 알고 계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대부분의 대체의학은 치료법 자체가 효과는 비록 없지만 직접적인 피해도 없는 경우가 많으며, 일반인이 보았을때 딱히 눈에 띄는 문제점도 적어 보입니다.
하지만, 대체의학은 많은 시간과 돈을 낭비하게 합니다. 대개의 대체의학은 처음에는 사람들이 비용을 지불할 수 있을 정도만을 요구하지만, 점차 여러가지가 겹쳐서 상당히 많은 비용을 지불케 만듭니다. 어차피 불치병이라면 효과가 아직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이라고 해도 시도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이 점은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단 절박한 상황에서 효과가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을 시도하는 것을 비판하는 것은 사이비과학에 대한 비판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입니다. 최소한 저는 이 문제에 관해서는 현대의학쪽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므로 그런 시도들을 모조리 사이비라는 개념으로 다룰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두번째 고려할 사항은 효과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말은 대부분은 아직 연구가 안되어있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검증시험을 통과하지 못했다는 뜻인 경우가 더 많습니다. 이 경우에는 간단히 말해서 시도할 가치가 없을 정도로 치료 효과가 매우 낮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다시 생각해볼 것이, 대체의학에 들어간 많은 비용이 낭비된다는 것입니다. 그 돈을 모은 것은 가족의 행복을 위한 것이었을 겁니다. 그 돈은 많지 않으며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지만, 환자가 평생 동안 자신의 가족을 위해서 모은 것이므로, 남은 가족을 위해서 쓰는 것이 나을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는 것 말고, 대체의학의 매우 실질적인 위험의 하나는 적절한 치료를 받을 기회를 잃어버리게 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유명한 인사들이 대체의학을 고집하다가 매우 쉽게 고칠 수 있는 질병으로 사망하는 경우를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29] 이러한 것도 역시 대체의학의 피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외에도 몇몇 어떤 대체의학은 시간과 경제적인 피해가 아니라 분명한 신체적인 피해도 입힙니다. 예를 들어, 드물기는 하지만, 미국에서 카이로프랙틱을 받다가 목뼈가 부러져서 사망한 사례도 있으며, 국내에서도 한약/민간대체의학의 잘못된 치료 때문에 병원에 실려오는 경우는 흔히 발견되는 것입니다. 일부 소비자들은 이러한 위험을 잘 모르고 약간은 위험할 수 있는 치료를 받으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아기들에게 선식으로 유아식을 하여 영양부족으로 구루병이 걸린 사례도 있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사이비에 빠진 사람들은, 치료가 성공하지 못해도 그 치료법을 비난하는 경우가 별로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흔히 말하는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노력하고 공부한 것이 잘못된 것이라고 받아들이기 보다는 자신이 철저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문제점을 알면서도 대체의학이나 비합리적인 사고를 폐기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이 많은 과학적 회의주의자들의 일반적인 생각입니다.
4. 대체의학에 빠지게 되는 이유
가. 대체의학에 대한 오개념
많은 의사들은 왜 사람들이 대체의학에 빠지는지 쉽게 이해하지 못하고, 그들이 바보이거나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며, 한의사들은 사기꾼이 분명하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현실을 돌아보면, 오히려 유명한 의사들이 대체의학을 옹호하는 경우도 많고, 일단 무엇보다 한의사가 의도적으로 남을 속이는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는 것입니다.
한번 질문을 아래와 같이 바꾸어 보겠습니다.
왜 어떤 사람들은 (사이비) 종교를 믿을까요?
왜 어떤 사람들은 사주팔자, 풍수, 궁합 같은 것을 믿을까요?
왜 어떤 사람들은 창조론을 믿을까요?
왜 어떤 사람들은 UFO를 믿을까요?
왜 어떤 사람들은 초능력을 믿을까요?
왜 어떤 사람들은 수돗물 불소화를 반대할까요?
왜 어떤 사람들은 점성술, 점술에 대한 관심을 버리지 못할까요?
왜 어떤 사람들은 백신을 거부할까요? 등등등.
수없이 많은 사례에서 보듯이 한의학을 포함하여, 사이비과학을 믿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엄청 많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오히려, 이런 사이비와 관련된 것을 하나도 믿지 않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극히 드문 일입니다. 대체의학을 믿는 것은 다른 모든 불합리한 것을 믿는 것과 큰 차이가 없으며, 대부분의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중의 하나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즉, 과학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오히려 소수이며, 사이비과학이 만연한 것이 우리사회의 절대 다수라는 것을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돌팔이나 대체의학에 대한 일반 의사들이나 과학자들의 잘못된 생각을 스티븐 배렛은 아래와 같이 정리했습니다.
오개념 #1: 돌팔이 행위는 쉽게 찾아낼 수 있다.
틀렸다. 돌팔이 행위(quackery)는 사람들이 깨닫는 것보다 훨씬 더 찾아내기 어렵다. 현대의 돌팔이 행위 지지자들은 과학적인 전문용어를 사용하고, 이것은 그 영역에서 토론되는 개념에 익숙하지 않은 많은 사람들을 속일 수 있다. 보건관련 전문가들도 자신의 전공분야와 관련이 없는 분야에서는 허구와 사실을 구분하는데 어려움을 느낀다.
오개념 #2: 어떤 것이 효과가 있는지를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개인적인 경험이다.
틀렸다. 물론 만약 당신이 어떤 제품이나 치료법을 사용하고 나서 기분이 좋아졌다면 당신이 한 것에 대해서 신뢰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질병(ailment,역주 : 여기서는 일반적으로 가볍거나 약한 만성질병)은 자연적으로 사라지거나, 증세가 특별히 깊거나 다양하지 않다. 심각한 상태라고 할지라도 매일 매일의 변화가 크기 때문에 돌팔이 방법을 따르는 많은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게다가, 어떠한 행동을 취하는 것은 잠시 편안함을 가져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플라시보 효과). 이러한 이유 때문에, 치료방법이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를 확립하는데 일반적으로 대조군이 있는 과학적인 연구가 필요한 것이다.
오개념 #3: 대부분의 돌팔이 행위의 희생자는 쉽게 속았다.
틀렸다. 물론 한가지가 실패해도 계속 다이어트 책을 사거나 혹은 "마법"의 알약을 구입하는 사람은 정말로 쉽게 속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아무리 허망하다고 해도 유행하는 것을 따르고 있다. 그러나 돌팔이 행위 희생자의 대부분은 단순히 의심이 없었을 뿐이다. 사람들은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서 들은 것을 믿으려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돌팔이의 아이디어 - 특히 영양에 대한 것 - 는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또 다른 돌팔이 행위의 희생자는 심한 질병이나 혹은 만성 질환을 앓고 있기 때문에 절망하는 사람들로, 그들은 희망을 제공하는 어떤 것이라도 시도해 보려고 하는 사람들이다. 소외된 사람 - 그들중 많은 사람은 편집증환자 - 은 또 다른 희생자 그룹이다. 이러한 사람들은 우리의 음식이 안전하지 못하며, 약은 이익보다는 해가 되며, 의사, 제약회사, 거대 식품회사, 그리고 정부 기관은 대중을 보호하는데 관심이 없다고 믿으려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믿음을 가진 이는 ‘자연산’이라고 주장하면서 접근하는 식품과 치료를 제공하는 사람들에게 쉽게 속아 넘어간다.
오개념 #4: 돌팔이 행위의 희생자는 희생당할 만하다.
틀렸다. 이것은 속아 넘어간 사람들은 "좀더 자세히 알아봐야"했었으며, 그들이 어떻게 되던 간에 마땅하다라는 생각에 근거한다. 이러한 감정이 저널리스트, 법집행요원, 판사, 그리고 법률 입안자들이 돌팔이와 싸우는 것에 우선권을 두지 않는 이유이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대부분의 희생자들이 쉽게 속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이 무지와 절망 때문에 고통받거나 죽음을 당하는 것은 마땅한 일이 아니다.
오개념 #5: 모든 돌팔이들은 사기꾼이며, 도둑들이다.
틀렸다. 돌팔이 행위는 종종 그것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세심하게 사기를 치는 것이라고 논의된다.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물론 자신들의 돌팔이 행위를 우편주문하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대부분은 자신들의 제품이 가짜라는 것은 알고 있고, 우체국이 그들을 막기 전에 능숙하게 치고빠지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돌팔이 행위를 조장하는 사람들은 단순한 맹신자, 열성회원, 비평능력이 없이 헌신적인 사람(자신이 선호하는 이론을 의심하지 않는)들로, 자신의 "신앙"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오개념 #6: 대부분의 돌팔이 행위는 매우 위험하다.
틀렸다. 물론 돌팔이 행위는 심각한 상황에 있는 사람이 효과적인 치료를 받는 것을 포기하게 하거나 연기시키기 때문에 심각한 해가 되거나 죽음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 또한 완전히 잘못 방향을 잡아서 돌팔이의 방법에 속아넘어가 그들의 이익를 추구하는 것에만 이용되는 경우 비참한 인생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피해를 입은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일반적인 사람이 비명을 지를 정도로 많지는 않다. 대부분의 돌팔이 행위의 희생자들은 신체적으로보다는 경제적으로 피해를 입는다. 게다가, 많은 사람들은 비과학적인 방법이 그들에게 도움이 되었다고 믿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에, 그들은 우연의 일치와 인과관계를 혼동한다. 그러나 가끔은 증명되지 않은 접근이 실제로 사람의 긴장을 낮추기 때문에 감정과 관련된 증세를 완화하기도 한다.
오개념 #7: "돌팔이 행위 중에서 "Minor" 형태는 해가 없다.
틀렸다. 통상 돈이 별로 들지 않거나, 신체에 해가 안되는 돌팔이 행위는 해가 없다고 종종 받아들여진다. 예를 들어, 비타민 알약 "영양 보험"이라던가, 관절염에 구리 팔찌를 차는 것 등이다. 하지만 그들이 이러한 것을 사용한다는 것은 사용자가 사리분별력이 부족하고 더 심각한 형태의 돌팔이 행위에 취약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사회에 해가 되기도 한다. 돌팔이 행위에 낭비되는 돈을 연구비로 사용되는 것이 낫다. 하지만 그 대부분은 잘못된 정보를 널리 퍼뜨리고, 소비자 보호법을 약화시키려는 사람들(주로 비타민 판매업자)의 주머니속에 들어간다.
오개념 #8: 정부가 우리를 보호한다.
틀렸다. 비록 다양한 정부 기관이 돌팔이에 대항해서 싸우고 있지만, 대부분은 효과적으로 보호하기엔 충분하지 못하다. 게다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각 정부 부처간의 조정 계획이 부족하다.
오개념 #9: 돌팔이들의 성공은 현대의학의 실패를 의미한다.
틀렸다. 종종 많은 사람들이 의사들이 그들에게 친절하지 않기 때문에 돌팔이를 찾아가며 만약 의사들이 좀 더 자상하다면 그들의 환자가 돌팔이에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런 일이 종종 발생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부분의 돌팔이 행위는 의사들의 삐뚤어진 의료행위와는 무관하다. 의사들은 환자들의 감정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그들에게 설명을 충분히 하도록 특별히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돌팔이 행위를 방어하기 위해서 의료 행위를 비난하는 것은 “천문학이 완벽하지 못해서 점성술을 믿겠다”는 것과 같은 것이다.
오개념 #10: "대체의학" 방법들은 현재 과학의 주류로 들어왔다.
틀렸다. 1991년 미 의회는 미국 국립보건원(NIH)에 비전통의학적인 방법에 대한 연구를 육성하기 위한 장소(현재는 대체의학국 (National Center for Complementary and Alternative Medicine, NCCAM)으로 불린다.)를 명령하는 법률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아직까지 유용한 연구 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물론, 반면에 "대체의학" 옹호자들은 NIH에 대체의학국이 설립된 것은 "과학에서 받아들인 것"으로 광고한다. 그리고 대중매체도 이 내용이 사실인지 아닌지 조사하지 않고 위의 주장을 그대로 반복해서 말하고 있다.
나. 대체의학을 믿게되는 원인
1) 인지과학의 해석 - 휴리스틱(heuristic) 문제 (주먹구구 판단)
한의학과 같은 사이비 과학이 퍼지게 된 이유에 대하여 오래전에는 단순히 개인이나 사회의 문제로 생각했지만, 최근에는 그것에 대해서 좀 더 깊이 과학적으로 이해하게 되었으며, 특히 인간의 생래적인 인지 결함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인간의 신체는 수십만년전 동굴에서 채집생활을 하던 시기에서 크게 진화하지 않은채 현대에 살고 있습니다. 인간의 뇌는 생존을 위하여 진화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인간 뇌에서 발달한 '주먹구구식 지름길 판단(heuristic)'은 분명 수십만년 전의 생활에 큰 도움이 되었을 것입니다.
이러한 휴리스틱에는 몇 가지가 있지만, 밝혀진 것 중에서 크게 "닻내림 효과(anchoring effect)", "대표성의 오류(representativeness error)", "가용성 오류(availability error)", “affect bias" 등이 가장 대표적으로 인간의 인지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여러 책에서 나오므로 여기서는 간단히 대표성의 오류만 생각해 보겠습니다. 대표성의 오류의 사례는 특히 인종 차별에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온 외국인에 대해서 동남아시아에서 온 사람들은 범죄자나 혹은 지적 능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등의 편견은 바로 대표성의 오류입니다.
이 오류는 진화과정에서 인류에게 매우 유용한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초원에서 살았을 원시인들은 물을 마시기 위해서 물가에 왔을 때, 물이 깨끗하지 않고 약간 더러울 경우, 과거의 기억을 떠올려 봅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이 물을 마시고, 병에 걸리거나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떠올리면, 상황이 똑같지는 않더라도 인간은 그러한 물을 마시지 않고 다른 물 웅덩이를 찾을 것입니다. 반대로 그러한 기억이 전혀 나지 않는다면, 안심하고 물을 마실 것입니다.
또한 인간은 매우 약하기 때문에 초원에서 가장 큰 위협의 하나는 뱀이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지나가다가, 뱀의 모습과 비슷한 모습이 보이면 무조건 피하거나, 혹은 뱀이 지나가면서 내는 소리와 유사한 소리가 들리면 비록 그 소리가 같지 않더라도 피할 것입니다. 물론 상황이 더 심각해서 큰 표범이나, 치타, 사자 등의 육식동물을 감지하는 것은 생존과 직결되었을 것이며, 비슷하면 피해야지 정확하게 확인한 후에 피하다가는 육식동물에게 잡아먹힐 수 있습니다.
이런 대표성의 오류는 인간의 기억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특히 이러한 생존에 관련된 기억은 상당히 오래가는 편입니다. 그것은 이와 같이 공포와 같은 감정이 연관된 사건이 기억될 때, 편도체(amigdala)에서 호르몬(아드레날린이나 코르티졸 등)이 나오는데, 그럴 경우 그 기억은 잘 지워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인간의 두뇌가 대표성을 이용해서 판단해왔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필요없는 매일 매일의 일상의 기억은 잘 지워져야 하고, 생존과 직결된 기억은 오래 기억되어야 합니다.
이것과 관련되어 또 한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인간의 신념이라는 것이 여기서 출발한다는 것입니다. 신념은 하나의 기억에 불과하지만 잘 지워지지 않고 항상 먼저 떠오르는 기억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종교를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신념은 사실 오랜 경험이 축적된 것이 아니라, 대부분은 선명한 기억에 불과하기 때문에, 틀린 내용이 많지만(설사 오랜 경험이라고 해도 검증된 경험이 아니므로 틀릴 가능성이 높음), 그러한 기억은 공포나 종교적인 체험 등의 강렬한 감정에 의해서 각인되었기 때문에 황금률과 같은 보편타당한 것들보다 우선적으로 인간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입니다.
대체의학도 바로 이러한 점을 잘 이용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과학적이고 재미없는 숫자로 된 증거보다는, 증언(testmonial)과 일화(逸話)에 의존합니다. 대개의 일화는 생생하고 기억에 선명하게 남습니다. 그래서 일반인들은 어떤 병이 걸렸을 때,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의사들의 조언을 듣는 것보다 자신이 생생하게 기억하는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이고 또한 그런 감언이설에 쉽게 속아넘어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불행히도 그것은 앞서 말했듯이 인류의 오래된 진화의 산물인 것입니다.
2) 인지적인 오류에서 논리적인 오류로 진행
앞서 언급한 인간의 뇌의 인지 기능의 불완전성으로 인하여, 몇 가지 특징적인 현상이 나타납니다. 이에 해당하는 많은 용어가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들만 정리하면 언급해도 주관적인 검증(subjective validation),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 포러 효과(forer effect), 인지 부조화, 소망적 사고(wishful thinking) 등이 쉽게 떠오릅니다. 로버트 캐롤의 <회의주의자의 사전(Skeptic's Dictionary)>에는 이와 같은 논리적이거나 인지적인 오류에 대해서 아래와 같이 항목이 있습니다.
제 개인적은 경험으로는, 이들 하나하나를 제대로 자세히 이해하지 못하면, 사람들은 아전인수격으로 생각한다는 식의 막연한 생각을 하고, 어떤 일이 발생한 후에 깨닫기는 하지만 미리미리 그러한 오류를 예방하지는 못한다는 것입니다.
3) 논리의 오류에서 비과학적 체계로의 발달
앞서 말한 논리적인 오류가 체계적으로 축적되어 하나의 이론체계가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이러한 비과학적 체계에는 여러가지가 있으며, 무엇보다 상당히 오래전부터 내려온 것들로 아마도 원시시대로 연결되는 것들이 많습니다. 이러한 체계에서 사실로 드러난 것은 결국 과학이 되지만, 그렇지 않은 것은 주술이 됩니다.
제임스 프레이저(James George Frazer) 박사[30]는 원시부족의 주술을 감응주술과 접촉주술로 나누고 있습니다. 이들 주술은 매우 광범위하게 우리 생활에 뿌리박혀 있으며, 민속놀이 등으로 포장되어서 오늘날은 물론 앞으로도 상당히 지속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이 글에서는 다루지 않지만 최근에 유행했던 ‘뉴에이지 심리치료’에는 바로 이러한 주술적인 개념이 원시시대와 너무나도 똑같이 들어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주술은 일부는 좀 더 이론적이고 체계적인 것으로 발달하여 원시 종교를 비롯하여, 종교 및 원시시대의 세계관 등으로 발달하게 됩니다. 현대의학이 있기 전까지는, 서양의학도 그 일부는 주술적인 것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이러한 이론 체계가 상당히 논리적이기 때문에, 단순 논리로서 이들을 공격하는 시도는 그다지 신통치가 않다는 것입니다. 논리는 현실의 세계가 아니라 이데아(idea)의 세계에서 통하는 것이고, 이데아의 세계에서 이들의 논리는 결코 틀린다고만 볼 수 없는 것들이기 때문에 이를 반박하기 위해서는 경험주의(empiricism)를 바탕으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5. 사이비의학의 신뢰성?
사이비의학을 신뢰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 대부분은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이 말을 두고 일반인들은 "효과는 있는데 아직 검증되지 않은 것"으로 착각하는데, 사실은 대체의학쪽에서 나오는 무엇이 효과가 있다는 주장 자체가 신뢰하기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우리가 어떠한 사실을 알기 위해서는 매우 엄격한 관찰을 필요로 하지만 한의학이나 대체의학은 그런 엄격한 관찰을 통해서 밝혀진 사실이 아니라 기억에 의존하는 수준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그것에 수천년간의 경험이 축적되어 있다고 하지만, 수천년간의 경험이 아주 자세히 기록되어 보존된 것이 아니고, 기록의 신빙성도 낮을 뿐만 아니라, 사실 서양에서도 동양에서 얘기되는 그런 수준의 의학이 있었지만, 현대의학에 의해서 폐기되었다는 것을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효과가 전혀 없지 않을 것이며, 앞으로 증명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미 많은 임상시험을 진행했으며, 그 결과 치료 효과가 없는 것으로 부정되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 극히 드물다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오랜 경험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우리 주변에는 조상으로부터 내려오는 온갖 초자연적인 이야기나 미신들도 널려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인간의 인지 능력은 우리가 생각하듯 그렇게 훌륭하지 않아서 과학적인 도구가 없이는 제대로 평가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다행히 이 문제는 최근에 쉽게 해결되어가는 추세입니다. 대체의학의 효능 문제는 미국내 NIH에서 대체의학국이 생기고 나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그렇기 때문에 가장 많은 연구비가 대체의학의 임상비용으로 사용되었습니다. 뒤에서 계속 다루지만 NCCAM에서 올해 예산이 거의 1조 5천억 가까이 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대체의학을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임상에서 대체의학의 효과가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대체의학자들은 자신들의 치료법이나 약이 임상시험에서 검증되었다고 주장합니다. 바로 그 이유를 살펴보겠습니다.
가. 이중맹검시험(Double-Blind Test)
모든 임상시험에 이중맹검시험을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중맹검시험을 해야만 최소한의 신뢰도를 확인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과학적 실험에서는 당연한 것이므로 특별히 더 언급할 필요성은 없다고 봅니다. 하지만 대조구가 없을 때 어떤 실험결과가 나오는가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대조구가 없을 때 임상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을 가장 잘 드러내는 한 사례가 바로 Portacaval Shunt (문맥-대정맥 문합술)라는 수술입니다. 이 치료법은 1940년대 중반에 Esophogal Hemorrhaging (출혈성 질환 중 하나)을 치료하기 위하여 개발되었으나, 그 이후로 여러 가지 목적으로 시행되었습니다. 이 치료법의 임상 결과, 초기의 대조구 없이 진행된 임상에서는 효과가 훌륭한 것으로 드러난 것과는 달리 무작위 대조구를 사용한 연구에서 효과가 없다는 것이 드러나 폐기되었습니다.
실험의 통제 수준과 문맥-대정맥 문합술의 효과에 대한 연구자의 평가수준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임상은 낮은 수준의 임상이 아무리 진행되어도 올바른 결론에 이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대체의학자들이 자신의 임상 결과가 기본적인 요건도 충족되지 않는다면, 그 결과가 아무리 훌륭하게 나와도 후에 매우 훌륭한 임상시험에서 쉽게 뒤집혀 버리는 것입니다. 이러한 일이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무의식적으로 대조구에 더 심한 환자를 배치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것을 좀더 객관적으로 실시한다고 해도 쉽게 넘어갈 수 없는 장벽이 바로 위약효과입니다.
나. 위약효과(Placebo's Effect)
위약효과, 또는 플라시보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 편입니다. 설사 플라시보 효과만 있더라도 치료법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하지만 그 문제는 임상에서의 문제이고 치료법의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서는 일단 플라시보 효과를 제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비처(H. K. Beecher)가 1953년 보고한 논문에 의하면 대략 치료효과의 35% 가 플라시보 효과임이 발견되었고, 그 이후의 실험들은 이보다 더 높은 플라시보 효과가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플라시보 효과가 생각보다 작다는 논문들도 발표되고 있습니다. 즉, 자연적으로 치료될 수 있는 것조차도 많은 사람들이 플라시보 효과라고 평가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통증에 관해서는 플라시보 효과가 확실하며, 이미 그것의 메카니즘도 일부가 밝혀진 상태입니다.
플라시보 효과와 관련되어 중요한 사항은, 설사 플라시보 효과가 작용된다고 해도, 임상시험은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선 가장 큰 이유는 약의 부작용입니다. 플라시보 효과는 대조약과 비교하여 부작용이 없습니다. 부작용이 없다보니 환자들이 플라시보 효과라는 것을 알게 된다는 것입니다. 두번째는 임상시험을 하기 전에 임상시험 동의서를 받는데, 이 과정에서 자신이 처한 입장을 잘 알게 되기 때문에 무작위적으로 선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무엇을 맞는지 알게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마지막으로 탈락자입니다. 탈락자가 많아지면 임상결과가 다르게 변질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일반적으로 모든 임상이 거의 유사한 중요도를 갖는 것이 아니라, 무작위 대조구를 가지는 것은 기본이고, 그 외에도 임상의 크기가 커야하고, 탈락자가 적어야 하고, 플라시보 효과가 제대로 통제되어 있어야 하고, 좋은 논문에 발표되어야 하는 등에 따라서 중요도가 달라지는 것입니다.
그러나 특히 국내의 한의사는 대부분이 단순히 자신의 임상적인 경험, 즉 무작위 대조군도 없고 플라시보 효과도 없는 결과를 신뢰하는 것이며, 또한 최근 임상에서 검증되었다고 할 때, 여러 가지 요건상 단순히 무작위적(randomized)으로 선택된 임상 정도만을 가르키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대체의학의 임상에서는 플라시보 효과를 컨트롤하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이점을 매우 유의해서 살펴보아야 합니다. 그것에 대한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다. 침술의 과학적 검증결과 사례
한의사들이 여러 가지 효과있는 자신만의 비법을 주장하지만, 침술에 대해서만 간단히 다루어 보겠습니다.
한의사(대체의학자들 포함)들은 침술이 만성통증(목과 허리, 편두통), 상처와 관련된 통증(근육, 인대), 소화기관 관련 질병(소화불량, 궤양, 변비, 설사등), 심혈관계 (고혈압, 저혈압), 생식기관 관련(생리불순, 불감증 등), 근육과 신경의 이상 (마비), 및 행동관련 이상(과식, 마약중독, 흡연)의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이들 관련 임상시험이 많이 진행되었지만, 이것을 확실하게 증명한 실험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가장 정교한 실험은, 치과 수술과 관련되어 메릴랜드의대 통합의학센터의 중의학 프로그램 디렉터인 라오(Lixing Lao) 박사에 의해 이뤄졌습니다.
이 실험은 1차 실험이 있은 후, 확대하여 2차 실험까지 진행했습니다. 대조구는 가짜 침술을 이용하였으며, 실험은 매우 조심스럽게 진행되었고, 1차 실험에 비하여 2차 실험은 임상참가자도 많았기 때문에 매우 신뢰할 만한 결과라고 판단됩니다. 그 결과는 대조구보다 침술을 받은 사람이 약간 낮은 통증을 느낀 것으로 나왔으나 사실상 통계적인 오류 범위 이내였기 때문에 침술이 치과 수술의 통증에 미치는 효과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이 실험은 특이하게도 실험 후에 자신이 어떤 치료를 받았다고 생각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한 응답을 받았습니다. 그 결과는 놀랍게도 가짜 침술을 받은 사람은 대략 진짜와 가짜를 받았다는 것이 큰 차이가 없었으나(실험을 잘 통제했음을 확인할 수 있음), 침술을 받은 사람들은 침술을 받았다고 느끼는 사람의 비율이 현저히 높았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자신이 침술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누어서 비교한 결과 자신이 침술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통증이 현저하게 낮았습니다. 이 결과 분명히 침술은 그 자체 효과보다는 플라시보 효과가 매우 크며, 플라시보 효과는 환자가 자신이 침술을 받는다는 것에 대한 기대(expectation)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침술에 대한 믿음과 실재임상의 차이, 통증에 대한 침술과 플라시보의 효과 비교
침술의 효과가 플라시보 효과라고 할 때, 플라시보 효과가 통증은 동일한 데 통증이 약하다고 인지하는 상상력의 문제가 아니라, 실제로 통증이 약해졌기 때문이라는 것은 이미 1970년대부터 뇌의 마약성 호르몬의 수용체의 기능을 저해하는 날록손(naloxone)을 사용할 경우 플라시보 효과가 줄어든다는 사실로부터 알게 되었습니다. 2008년에는 플라시보에 대한 훌륭한 리뷰 논문이 2편이 발표되었는데, 그 중 파브리치오 베네데티(Fabrizio Benedetti)의 리뷰 논문(Annu. Rev. Pharmacol. Toxicol. 2008. 48:33-60)에서는 플라시보의 생화학적 메카니즘에 대한 최근의 연구 결과를 자세히 정리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침술 연구와 관련 연구자의 국적은, 논문이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느냐 부정적인 결과가 나오냐에 큰 변수가 되고 있습니다. 침술 연구의 대다수가 사실은 객관적이지 못하고 연구자의 문화적 편견이 개입된다는 뜻으로, 이는 이중맹검이 역시 피험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연구자 국적별 침술 관련 연구결과 성공/실패사례
(R. Barker Bausell 박사의 <Snake Oil Science: The Truth about Complementary and Alternative Medicine>, Chapter 11 에서 인용. 원 소스는 Control Clin Trials. 1998 Apr;19(2):159-66. 위 결과는 아시아권 언어로 쓰여진 논문을 제외하고, 영어로 쓰여진 논문에 한정됨. 아시아권에서는 침술이 효과가 없다는 연구결과는 스리랑카에서 나온 논문이 유일)
6. 결 론
지금까지 과학적 회의주의에 대한 개요와 역사를 간단하게 살펴보고, 그 대표적인 단체나 인물에 대해서도 간단히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회의주의적인 시각에서 (사실상 과학적 시각과 차이가 없습니다만) 대체의학이 받아들여지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 여러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았습니다. 또한 마지막으로 과학적 회의주의 시각의 비평의 하나로 침술에 대해서 간략히 살펴보면서, 이중맹검의 필요성과 플라시보 효과에 대해서 검토해보고, 침술의 효과가 대개는 플라시보 효과임을 확인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인간은 일상생활에도 상당히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며, 오늘날과 같이 사이비 과학이 범람하는 것 역시 놀라운 현상이 아니라, 오히려 모든 분야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며, 대체의학이 만연한 것 역시 의학계가 예외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줄 뿐입니다.
다행히, 최근 들어 대체의학과 한의학 등을 대상으로 여러 분야에서 몇몇 훌륭한 수준의 임상결과가 발표되고 있으며 예상대로 대부분이 효과가 없거나 미약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제 대체의학의 효용가치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이러한 임상 결과들을 계속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러한 현실에서 올바른 판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의 비합리적인 추론이나 인지 능력의 결함에 대해서 잘 알고 이에 대해서 항상 조심하여야 하며, 열린 마음과 함께, 엄격한 비평적 사고도 같이 갖추어야 할 것 같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