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기획강좌에서 패널로 발표했던 원고입니다.
* * *
안녕하세요? 스켑티컬레프트 운영자 mahlerian 이라고 합니다.
먼저 이런 뜻깊은 자리를 만들어주신 유용상 위원장님과 한정호 위원님을 비롯 일특위 위원님들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강연하신 두 분, 김진만 선생님과 이영록 선생님께도 감사드리고 싶고요.
과학적 회의주의 관련해서는 강좌같은 것를 언젠가는 제 사비를 털고 또 제가 따로 공부를 해서라고 꼭 해야한다고 생각했었지만, 이렇게 빨리 일이 진행된건 역시 유위원장님과 한위원님의 추진력, 그리고 김선생님과 이선생님의 평소 갈고 닦은 해당 분야의 전문성 덕인 것 같습니다. 제가 온라인상으로는 은근히 마당발인데 그 덕을 한번 보는 것 같습니다.
기실 우리 김선생님의 강연은 원래 두시간을 해도 모자란, 광범위한 주제의 강연입니다. 최대한 축약해서 과학적 회의주의의 전체 개요를 잘 설명주신다고 고생하셨습니다. 또 우리 이선생님도, 사이비의학인 한의학이 다 할 수 있다고 우기는 것들이, 사실은 의학/(진화)생물학 연합군이 훨씬 더 잘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잘 설명해주셨습니다. 수고하신 두분께 거듭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습니다.
패널로 선정되면서, 뭔가 기록이 되어 남길만한 말씀을 드려야할 것 같아서 2~3일동안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이 기회에 왜 '회의적인 좌파'를 표방하는 시사정치토론 사이트 스켑티컬레프트가 한의학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 말씀을 드려보겠습니다. 제가 여기에 대해서는 그간 말씀을 거의 안드려왔던 것 같아서요.
김진만 선생님의 강연에서도 잠시 언급되었지만, 소칼의 사기 사건(Sokal's Hoax)은 참 여러가지로 화제를 불러모은 사건이었는데요. 좌우파 당파 정치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 사건은 두가지 측면에서 고찰해볼 수 있는 사건이었던 것 같습니다.
첫째는, 좌파내 노선투쟁의 측면입니다. 우파에겐 좌파는 오로지 종북좌파 하나밖에 없는지 모르겠지만, 사실 알고보면 좌파에는 여러가지 정치노선이 있습니다. 여성노선, 계급노선, 환경노선, 대한민국에는 독특하게 여기에 추가로 민족노선, 호남지역노선이 있죠. 이들은 총좌파로서 총우파와 기본적으로 대립하지만, 자기들끼리 거의 죽기살기로 물어뜯고 싸우기도 합니다. 소칼은 과학자이자 계급노선을 따르는 구좌파였던 모양인데, 포스트모던 좌파들과 신좌파들이 주로 취하는 여성노선과 환경노선은 좌파의 여러 노선 중에서도 가장 강경한 반과학적인 태도를 갖고 있는데다가 좌파내에서 7~80년대 이후 강력하게 계급노선의 영역을 잠식해들어갔고, 이것이 그의 심기를 크게 건드려 그런 대형사건을 낳았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둘째는, 총우파에 대한 총좌파의 대응으로서의 예방적 비판행위의 측면입니다. 좌파끼리도 각각 경쟁자로서 심하게 싸우기는 하지만, 어떻건 이들은 기본적으로 우파에 대해서는 다같이 연대하여 대립하는 정치적 자원들입니다. 소칼도 본인이 직접 밝힌 정치적 동기는 총우파로부터 총좌파를 구원하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실은 소칼의 <지적사기>라는 책 이전에 비슷한 류의 책이 중도쪽에서 나와서 소칼에 크게 위기의식을 느끼게 했습니다. 바로 생물학자인 폴 그로스와 수학자인 노먼 레빗이 함께 쓴 <고등미신 : 학문적 좌익과 과학의 불화(Higher Superstition: The Academic Left and Its Quarrels with Science)>라는 책입니다. 이 책에서 그로스와 레빗은 미국의 강단 좌익의 반과학적 태도가 불러일으키는 폐해를 아주 신랄하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소칼이 결국 극단적인 보이콧, 스턴트까지 감행하면서 다른 좌파를 비판한 것은, 더이상 반과학적 흐름이 좌파내에서 지속되면 좌파 전체가 도매급으로 중도와 우파로부터 완전히 사이비 정치세력으로 몰릴 것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서론이 너무 긴가요? 소칼 사건을 이렇게 두가지 측면에서 고찰해보았는데, 제가 이 얘기를 하는 것은 물론 제 한의학 비판 동기도 정치적 측면에서 본다면 소칼의 포스트모던 좌파와 신좌파 비판 동기와 사실상 똑같기 때문입니다.
저는 한국산 (중도)좌파를 자처하는 사람인데, 비록 좌파내에서는 유권자 인구상 가장 다수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선전선동기구를 장악하고 있는 좌파내의 지식권력 엘리트들에게는 거의 좌파로서 인정을 못받고는 호남지역노선과, 또 여성, 계급, 환경, 민족을 조화있게 아우르는 중도통합노선이 바로 제가 취하고 있는 정치적 입장입니다. 소위 말하는 김대중주의자죠.
저는 좌파내에서 호남지역노선과 중도통합노선이 그 합리성과 민주주의성에 비해 너무 괄시를 받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고요. 계급노선에 대해서도 그렇지만, 특히 민족노선과 환경노선, 여성노선쪽 극좌파가 취하고 있는 친한의학, 반과학적 , 반미적 태도에 심각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습니다. 솔직히, 이제는 과거 우파에게 느꼈던 분노보다 더 큰 분노를 그들에게 느낍니다. 그런 사람들도 다 자기 몫은 있겠지만, 능력이나 공익성에 비해 좌파내에서 지나친 대접을 받고 있고, 이러다가 좌파 전체가 국민들로부터 완전 무슨 공산주의자 내지는 김일성주의자, 사이비로 낙인찍힐까봐 솔직히 겁이 많이 납니다. 원래 진짜 좌파는 그런 극단주의자들과는 거리가 있는데 말이지요.
한의학 문제로 말씀드리면, 저는 2002년때는 부산에서 역시 김대중주의자인 강준만 교수의 팬클럽(강교수가 펴내는 잡지인 '<인물과 사상>을 사랑하는 모임', 보통 인사모라고 부름)에 있으면서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였습니다. 노사모쪽과도 교류가 있었는데, 저는 이미 그때부터 한의학에 비판적이었으므로 노무현 후보 지지자 중에서 독특하게 한의사가 많다는 사실에 기이함과 당혹감을 동시에 느꼈습니다. 아마 의사들과의 정치적 대립 차원에서 한의사들이 노무현 후보를 밀지 않았나 하는데, 아닌게 아니라 참여정부가 들어서고 한의사들은 한방주치의라는 전리품을 얻습니다. 저는 이때부터 사실 참여정부의 노선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갖기 시작했지요.
제 고향인 부산에서도 소위 동의보감이라 불리우는 동의대 한의예과쪽 사정 얘기를 들어보면 이쪽이 운동권의 극단적 민족주의 노선(소위 NL)과 상당한 친화력이 있습니다. 극좌파의 각종 집회나 모임 등에서 이들은 단골손님이기도 하지요. 좌파의 반과학적 태도가 노골화된 이른바 광우폭동때도 이 사람들이 뭐 했는지는 대충 감잡으시리라 봅니다.
근데, 제 추측으로는, 그저 정치적 친화성 정도가 아니라, 지금 현재 한의쪽의 자금이 민족노선이나 환경노선을 취하는 사이비 극좌파의 중요한 물적토대가 되고 있는 것도 아닌가 싶습니다. 좌파 매체인 <프레시안>도 현재 갑산한의원과 연결고리가 있고, 역시 같은 좌파 매체인 <오마이뉴스>도 한의사이자 극단적 노무현 지지자인 고은광순씨, <민족의학신문> 등등과 교류가 있는 것으로 봐서 분명 뭔가가 있습니다.
정치적으로 누가 누구와 결탁한다는 것 자체를 비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좋게 보면 어떤 가치를 같이 공유해서 실천하고자 하는 연대죠. 좌파 매체도 영리를 추구하는 사업자로서 광고영업을 해야하는 것이고요.
다만, 저는 과연 애먼 의료소비자의 등을 쳐 돈을 벌고있는 한의사의 정치자금으로 정치활동을 했을때 그 정치가 과연 정상적인 정치가 될까, 또 그런 돈으로 매체활동을 했을때 그 언론이 과연 정상적인 언론이 될까 의문입니다. 그쪽은 삼성 돈은 더러워서 안받겠다는데 삼성 돈을 안받으면 안받는 것이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사이비 돌팔이들의 정치자금과 광고료를 명분의 좌파가 받아도 되나요? 마피아 돈으로 정치하고 기자질 하겠다는 것과 차이가 뭐냐는 것입니다.
이번에 제가 이 강연 초청손님으로 우파 매체 기자님도 모시고, 특히 과거 계급노선쪽 운동권(이른바 PD)의 길을 걸었던 좌파분도 모시고 그랬는데, 실은 바로 이런 좌파의 막가는 현실을 고자질을 하겠다는 의도도 좀 있습니다.
한의학, 이거 도대체 정치적으로도 그냥 놔둬선 안됩니다. 좌파내 노선투쟁으로서 제 스스로는 매우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제 노선의 파이를 좀 키워야한다는 측면에서도, 또 총우파에 대한 총좌파의 예방적 대응 측면에서도 말이지요.
단순히 한의학과 정치적 좌파의 연결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것 외에도 중요한 일이 있습니다.
사실 제가 좌파 네트웍 내에서 성장해서 하는 얘기입니다만, 이제는 제가 지적으로 이념적으로 그들 대다수와 선을 완전히 그어버린 것을 떠나서, 그들을 인간적으로 평가해보면, 좌파들은 역시 종교인들과 마찬가지로 강한 소명의식으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로서의 장점이 분명 있는 사람들입니다. 근성과 집요함에서 그들은 세속 민간인들, 우파들과는 비교를 불허합니다.
아무 근거도 명분도 없었던 광우병 촛불시위에 동원되었던 그 엄청난 정치적 에너지를 보시지요. 이게 만약 명분있는 반한의학 운동에 쓰인다면?
전국의 한의원들 그날부로 다 문닫아야 합니다. 한의원들 다 망할때까지, 창피한줄도 모르고 지 생계걱정도 제쳐두고 그 앞에서 죽자고 1인시위하고 촛불시위할 사람들이 바로 좌파들입니다. 이 얼마나 든든한 반한의학 운동의 우군입니까?
제가 이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것이, 바로 고통받는 사회적 약자의 지푸라기도 잡고 싶은 심정을 마구 괴롭히고 이용해서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세력인데요. 사이비좌파나 한의사나 이점에선 목표가 비슷하긴 한데, 어쨌건 사실 대다수의 좌파는 사회적 약자을 돕고자하는 동기와 의지 자체는 분명 강력한 사람들이고 이들의 감성을 이미 제도권에도 깊이 침투한 권위인 한의학을 공격하는데 동원한다면 분명 빠른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참고로, 저도 참여한 안티조선운동의 경우는 7~8년만에 <조선일보>를 아예 완전히 주저앉혀버렸습니다. 한때 <조선일보>의 영향력은 지금의 MBC 이상이었고, 주요 논설위원들 모두가 영향력있는 지식인 10위권에 들었었지만 요즘 <조선일보>야 조중동하는 식으로 그냥 우파신문 중 하나로 평가받을뿐이죠. <조선일보>의 브랜드가치가 확 떨어져버렸단 말입니다.
<조선일보> 출신 영화 전문 기자 이동진 아시죠? 이동진 기자는 요새 자기 <조선일보> 기자 경력을 막 숨기고 다닌데요. 서명덕 기자라고 IT분야로는 대한민국에서 최고 전문성을 갖고 있는 분이 있습니다. 이분은 정권교체전에 <조선일보>에 거액을 받고 스카웃됐는데, 촛불시위 터지는 시기 전후로 회사 관뒀더라구요. 최근에 인터뷰때도 그걸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그만두게된 이유로 촛불시위도 한 이유였다구요. <조선일보> 경력이나 재직이 이제는 주홍글씨가 되는 세상이 불과 몇 년만에 왔습니다. 이게 좌파의 가공할만한 게릴라 전술 위력입니다.
이거 정치는 잘 모르는 의사님들에게는 아주 생소한 얘기일테고, 저도 아주 깊은 분석을 해보고 하는 얘기라기보다는 정치적 직관으로 하는 얘기이지만, 분명 어떤 분들에게는 영감이 될 수 있는 아이디어일 것이라 꺼내보았습니다.
저는 한의학 문제는 시급을 요하는 생명권과 건강권으로서의 인권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홍세화 선생님이 배고픈 북한 애들을 도와야 한다면서 그런 얘기를 하더라구요. 다른건 다 기다려줄 수 있지만, 고픈 배는 기다려주는게 아니라고요. 맞는 말씀이지요. 다만 제 생각은 이래요. 고픈 배만 기다려주지 않는게 아니라 아픈 몸도 기다려주지 않는다고요.
역사와 문명이라는 것은 자연스럽게 결정적으로 진보하는 것이겠지만, 거기에는 분명 인간 개개인의 의지와 노력도 담겨있다고 생각합니다. 한의학 문제도 결국 반드시 해결은 되겠지만, 거기에 드는 시간과 여러가지 고통과 희생을 줄이는 것은 결국 선구자인 의사 여러분과 과학적 회의주의자 여러분의 몫일 것입니다.
우리 과학적 이성진영을 위해 파이팅 한번 외치고 싶구요. 인사에 가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이어서 김진만 선생님과 이영록 선생님의 강연 자료, 그리고 편집후기와 모임후기를 곧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두분 강연자료를 다시 온라인 버전으로 수정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네요. 늦어지더라도 양해하시길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