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겠습니다. 결전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는 것 같아요.
얼마 전 이명박이 청와대 지하벙커에 이른바 '워룸'이라 불리는 비상경제상황실을 설치한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이 친구들 이제 서서히 자신들의 구상을 구체화, 표면화하고 있다는 짐작이 가더군요.
워룸(War Room, 전시국가종합상황실)... 말 그대로 전시에 적의 공격으로부터 국가의 핵심 지휘역량을 보호하고, 국방을 포함하여 국가의 모든 자원과 정보를 통제하여 적을 타격하고 전쟁을 승리로 이끌겠다는 목적을 가진 시설입니다. 가상의 적이 아닌 아주 구체적인 적 즉, 섬멸 대상을 확정한 상태에서 필요한 시설이자 기구입니다.
워룸은 적의 물리적인 공격에 대비한 시설입니다. 또한 밖의 정보는 최대한 입수하되 자신들의 정보는 외부 유출을 철저히 통제하겠다는 목적을 갖고 있습니다. 밖의 정보도 최대한 입수한다고 하지만 사실상 극히 정선된 고급 정보만 대상으로 합니다. 분초를 다투는 행동 결정이 필요한 전시이기 때문에 이것저것 잡다한 정보를 다 분석할 시간이 없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프로그램입니다. 즉, 평상시에 충분히 시뮬레이션한 프로그램에 새로 입수되는 정보만 입력하여 그 처리 결과에 근거하여 필요한 행동을 즉각즉각 결정해야 합니다.
간단히 말해 워룸은 눈은 열고 귀는 최소한도만 열어두고 입은 아예 꽉 다물고 손에 든 치명적인 무기를 최대한 효과적으로 휘둘러 적을 반드시 살상해야 하는 상황에 필요한 구조입니다. 이명박 일당이 워룸을 설치한 의도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정식 이름이 비상경제상황실이기 때문에 그냥 경제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는 분들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정말 비상 경제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면 워룸처럼 닫힌 공간이 아니라 보다 오픈된 구조를 갖추는 것이 맞습니다. 다양한 정보를 최대한 신속하게 입수하여 모든 가능성을 다 검토하여 최선의 결정을 내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워룸처럼 닫힌 공간은 경제 위기에 대응하는 구조로서는 매우 부적합합니다.
이번 워룸 설치에는 이명박의 의지가 매우 크게 작용했다고 하더군요. 원래 아이디어를 낸 경제수석실은 기존 경제금융비서관실을 상황실로 전환하는 정도의 구상이었고, 새로운 회의체를 만들 필요성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명박이 “별도의 상황실을 설치하라”며 특단의 조치를 요구했고, 참모들이 “각 부처를 화상으로 연결하는 '온라인 회의체' 정도면 되지 않겠느냐”고 했지만 이명박이 '오프라인'을 고수했다는 얘기입니다.
작년 말에 정정길 대통령실장이 한나라당 관계자들을 만나 "내년(2009년)에는 체제 차원의 위기가 올 수 있다"고 한 말이나 극히 일부 언론에서만 보도되고 말았습니다만 청와대 일부 관계자가 "야간 통행금지 부활도 고려할 정도의 각오로 일해야 한다"고 한 말이 자연스럽게 연결이 됩니다. 말 그대로 정권 핵심부는 지금 '일전'을 각오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저 '일전'이 누구를 상대로 한 것이냐 입니다. 한미FTA 문제로 미국과 싸울 정권도 아니고, 독도 문제로 일본과 싸울 정권은 더욱더 아닙니다. 뉴라이트가 들으면 서운하겠지만 북한이나 중국과 싸울 정권도 아닙니다. 북한과 싸울 생각이 있다면 제2롯데월드의 건축을 허가하기는 어렵습니다.
제2롯데월드 건축하면 서울공항은 그 기능이 최소한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고 봐야 합니다. 전쟁 일어나면 서울공항은 당장 대한민국 공군력을 운용하는 중추 시설이 되어야 하는데, 그 기능을 절반으로 저하시키는 대형 민간건물 신축을 허용하면서 전쟁을 추구한다? 이건 한마디로 사기라고 봐야죠.
결국 이명박이 현재 워룸까지 설치해가면서 구상 또는 대비하고 있는 전쟁은 바로 '국민과의 전쟁'이라고 봐야 합니다. 물론, 이명박 일당은 저걸 '좌파와의 전쟁'이라고 부를 겁니다. 하지만 이명박이 '좌파'라고 설정하는 대상이 엄청나게 광범위하다는 점에서 실제로는 국민과의 전쟁이라고 할 수 있고, 이게 좀더 확대되면 거의 내전 수준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가 됩니다.
워룸 설치가 경제위기 대처용이라지만 실제로 이명박이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염불'보다 국가 내부의 반대파 소탕이라는 '잿밥'에 더 관심이 있다는 것은 현재 정부부처 1급 공무원 인사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국정에 막대한 차질이 초래되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지난해 연말 교육과학기술부(1급 7명 전원)와 농림수산식품부(1급 4명 전원), 국무총리실(1급 8명)의 고급공무원들이 일괄사표를 제출한 이후 후속 인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서 생긴 현상입니다.
금융위원회도 중요 보직을 맡았던 1급의 인사이동 이후 후속 인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기획재정부 등 일괄사표 제출과 무관했던 부처들도 후속 인사에 신경을 쓰면서 업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하는군요.
조직에서 실무자의 업무 능력은 자신이 맡은 일을 제대로 처리하는가를 기준으로 판단하지만, 간부나 경영진 등 상급 지휘자들의 역량은 휘하 직원이나 조직들의 업무가 얼마나 유기적이고 효율적으로 잘 배분되고 상호 연결되느냐에 의해 판단해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이명박은 지휘관 또는 리더로서의 역량이 완전 빵점이라고 봐야 합니다. 간단히 말해 후속 인선안 구상조차 없는 상태에서 마음에 안 드니까 "전부 모가지"라며 짖었다는 얘기니까요.
능력 문제가 아니라면 더 심각한 거죠. 아예 정부 부처의 일상적인 업무 돌아가는 것에는 관심조차 없고, 마음에 안 드는 놈들 조직에서 잘라내고 마음에 안 드는 소리 하는 국민들 어떻게든 추적해서 감옥에 집어넣겠다는 맹목적인 증오심에 눈이 벌개져 있다는 결론이 되니까요.
제2롯데월드 건축허가 그리고 미네르바 구속... 저는 이 친구들이 신호탄을 쏜 거라고 생각합니다. 한번 붙어보자는 거죠. 니들(국민들) 뭐라고 떠들어도 상관 없다... 간단히 말해 이 친구들 지금 노골적으로 말은 안해도 내심 "똥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을 거라고 봅니다. 여론이니 비판이니 상관하지 않고 하고싶은 짓거리 마음껏 하겠다는 거에요. 불만스럽다며 시끄러운 놈들은 몽둥이로 대가리를 박살내겠다는 선언이구요.
1987년 체제에 대한 반성을 이야기합니다만, 저는 90년대 중반 이후로 적어도 이념/사상/이론적 측면에서는 1987년 체제가 끝났다고 봅니다. 그 자리에 대신 들어선 것이 리버럴리즘이에요. 바로 이 리버럴들이 줄곧 했던 얘기가 "한나라당이 정권 잡아도 역사를 거꾸로 되돌릴 수는 없다"는 것이었죠. 노무현 유시민 진중권 등은 말할 것도 없고 지금 나름대로 진보적인 색채를 가진 사람들 99%는 이러한 성향입니다.
촛불 집회 역시 바로 이러한 리버럴들의 영향력에서 단 한 치도 벗어나지 못했어요. 리버럴의 감성이 소녀 좌파들의 촛불이란 상징으로 형상화된 겁니다.
뭐 다 좋은데요, 이렇게 가면 진보 진영 몰살 당할 것이란 걱정이 자꾸 생깁니다. 적들은 이쪽에 대해 결코 타협하지 않는 적의로 똘똘 뭉쳐져 있고, 그러한 적의를 단 한 순간도 거둔 적이 없는데, 이 쪽에서는 자꾸 타협과 리버럴을 얘기하고 공정한 룰을 얘기합니다. 전, 솔직히 이거 완전 착각이고 사기라고 봅니다.
결국은 정의가 승리할 것이라는 낙관론은 버린 지 오래입니다. 그러한 낙관론도 실은 넓게 보면 소녀 좌파적이고 리버럴적인 세계관이죠. 하지만 확실한 것 하나는 있어요. 상황에 따라 진보는 승리하기도 하고 패배하기도 하지만, 진보가 패배한 나라 그런 사회는 더 이상 발전이 없다는 점입니다.
역사에서 진보의 과제를 소화하고 거기에 저항하는 세력을 패퇴시킨 국가와 사회는 발전합니다. 지금 세계사의 주역들도 그런 과정을 거쳐왔구요. 하지만 진보의 숙제를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수구세력에게 승리를 안겨준 국가와 사회는 결국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가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궁극적인 역사 법칙의 관철 속에서 진보가 담보하는 위대한 승리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우리나라가 진보의 위대한 승리의 족적에 포함되기를 바랍니다. 다른 나라의 승리를 통해 진보가 역사 발전의 주체로서 당당하게 나아가는 모습을 쓸쓸하게 바라보는 패자의 경우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러려면 지금 각오를 다지고 준비해야 합니다.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우리가 원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이미 싸움에 휩쓸리고 있다는 사실만이라도 다들 깨달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