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번 사이트 개편에 부쳐 스켑렙의 구체적 사업계획와 운영방침의 변화에 대해서 한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작년 7~8월경에 이 문제로 창립멤버들간, 또 회원들간에 이런저런 설전이 오가기도 했었는데요. 그때 제가 일찌감치 드렸어야했던 답변들과 설명들이 많이 늦어졌네요. 송구스럽습니다.
운영자로서 먼저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스켑렙은 앞으로도 과학/정치/경제/문화 4대 영역에 대한 공공토론 사이트로서의 성격을 유지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스켑렙이 시즌2, 시즌3, 시즌 4, 어떻게 발전하더라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자유로운 의견개진, 그리고 '사실'과 '논리'를 최우선 가치로 두고 한국 사회의 공론을 한 수준 높인다는 스켑렙의 지향은 결코 바뀌지 않습니다.
스켑렙의 목표는 궁극적으로는 ‘지식인 바로 세우기’입니다. 한 사회의 희망과 위기가 바로 공론에서 나오기에, 현 한국 사회의 위기를 진단 처방하고 희망을 제시하는 것도 결국 공론의 생산자인 지식인의 몫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현실과 밀착되지 못한 비과학적, 반과학적 공리공론을 지양하고, 이 사회의 지식인들이 과학적 담론을 생산할 수 있도록 스켑렙은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이 땅에 합리성을 우뚝 세우고자 하는 이 모든 분들에게 스켑렙이 변함없는 동료가 되겠습니다.
1.
사이트의 사업계획와 관련해서 먼저 본 사이트의 시즌2 개선 계획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일단 시즌2의 전체적인 포맷은 일단 '팀블로그 + 커뮤니티'의 형태입니다. 제가 근래 눈여겨보고 있는 것은 블로그와 커뮤니티가 결합된 익스트림 무비라는 사이트입니다.
사실 블로그는 게스트를 위한 공간이 많이 협소합니다. 또 대개의 메타블로그가 블로그 소개 이상의 성격을 띄지 못하고 있는데다가 트랙백 기능이 가지는 불편함 때문인지 블로그간의 소통의 깊이가 없습니다. 블로그에서의 포스트와 코멘트는 아무래도 주종의 성격이 너무 강합니다. 남의 집에서 싫은 소리하기가 무척 불편한 측면이 있겠지요. 특히, 사실 블로그 하나를 책임지고 운영한다는게 네티즌에게는 이만저만 부담이 아닐 것입니다.
커뮤니티는 또 커뮤니티대로 단점이 있습니다. 일단 네티즌 개인의 색깔을 내는데 무척 불리합니다. 커뮤니티의 색깔과 노선에 개성이 뭍히는 측면이 있습니다. 기능적으로도 몇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일단 개인의 글 관리에 있어서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자기 글을 분류할 수 없음은 물론, 따로 검색을 할 수도 없습니다.
완전할 수는 없겠지만, 블로그 특유의 장점과 집중토론에서 유리한 커뮤니티 게시판의 장점을 살리는 방식으로 플랫폼이 개선되어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과학, 정치, 경제, 문화 등 분과 팀블로그를 만들고 그것을 각각 스켑렙의 대문으로 만들고 또 스켑렙 게시판을 공유하는 방식이지요.
지금 인터넷 기술의 발전 정도로 봤을때, 또 블로거나 커뮤니티 운영자들의 고민이 대체로 저와 비슷한 것으로 봤을때, 이런 플랫폼이 조만간 공개 프로그램 형식으로 나올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1~2년내에는 이와 같이 사이트의 전면적 틀을 바꾸는 시도가 들어갈 것입니다. 지금의 스켑렙으로 내부적으로 관련 이전을 위한 실험을 계속 해내가면서 준비해나가도록 할 작정입니다.
스켑렙 자매 사이트로 따로 레퍼런스 사이트를 구축할 계획도 있습니다.
솔직히 skyang.com 도 만든다, 만든다 그렇게 노래를 부르고도 아직 자료 분류도 다 못끝냈으니 이런 얘기하기 좀 민망하긴 하지만, 암튼 각종 도시전설, 사이비과학, 사이비의학 고발 사이트를 꼭 만들어보고픈 생각이 있습니다.
사실 정치 문제, 가령 좌우 투쟁은 끊임없이 이슈파이팅을 해가며 니가 맞니 내가 맞니 하며 동적 평형을 이뤄주는게 맞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공학이나 과학, 의학 문제는 비전문가들과는 토론해봐야 괜히 입만 아픈 경우가 많습니다. 명징하게 답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슈는, 맨날 같은 얘기 반복시켜 괜히 논객들 피곤하게 할게 아니라 레퍼런스 사이트를 잘 꾸며서 마케팅에 주력하는게 올바른 공론을 만드는데 좋을 수 있습니다.
미국에 snopes.com 이라고 관련 제가 모델로 하는 사이트가 있습니다. 내용이 참으로 알찹니다.

국내에도 '합리주의자의 道'라고 하는, 솔직히 우리나라 수준에 비하면 상당히 과할 정도로 잘 만들어진 회의주의자 데이타베이스 사이트가 있습니다. 또 역시 열심히 벤치마킹하고 있습니다.

스켑렙 내부에서 이런 레퍼런스 사이트의 컨텐츠를 만들 집단을 정치적 당파성과 무관하게 따로 조직화할 생각도 갖고 있습니다.
사실 회의주의 관련 자료들은 한의학 문제를 제외하고는 국내의 것은 매우 드뭅니다. 거의 대부분이 영미문화권에서 만들어지고 있죠. 그래서 아마 공동번역사업이 주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과학적 회의주의와 관련 기사 스크랩, 서평 등등도 아주 밀도 있게 소개할 포부를 갖고 있습니다. 하다보면 오프에서의 출판사업과 연결될 수도 있겠지요.
물론, 역시 skyang.com 사이트 구축도 빨리 마무리지을 생각입니다.
요건 양신규 교수님 팬들에게 특히 미안한 일입니다. 거의 뭐 1년째 진도가 거의 없는 일이니 말입니다. 자료수집이나 가분류는 이미 일찌감치 되었지만, 제가 만족할만한 수준이 아니라서 저도 너무 답답합니다. 편집과 재분류는 앞으로 매일매일 조금씩 해나갈 것이며, 연말경 좀 심적으로 안정되면 본격적 사이트 구축 등 가장 먼저 이 일부터 끝내겠습니다.
2.
스켑렙의 중요한 운영방침의 변화에 대해서도 말씀드리겠습니다.
머잖아 스켑렙에서 회원들에게 발언권을 주는데 있어서 일정한 자격요건을 요구하게 될 것 같습니다. 이는 이미 오래전부터 공지로 통보한 사항이지만,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는만큼 거듭 말씀을 드립니다.
저는 인터넷 공론 커뮤니티에서 참여와 평등의 가치를 긍정합니다. 소위 집단지성이 경직되고 소심한 제도권 지성에 대한 보완재 또는 대체재로서, 이것이 우리 사회의 공기로서 매우 훌륭한 기능을 하고 있음을 다들 인정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나, 저는 이제 인터넷의 집단지성이 공론의 형성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뿐만이 아니라 부정적 영향도 고려해볼 때라고 생각합니다.
일정 이상 품질의 담론이 지속적으로 생산되는 조직 중에서 평준화된 조직은 단 한군데도 없습니다. 그것은 대학교, 연구소 다 마찬가지입니다. 상아탑이 그런 것처럼, 지성조직이란 본디 '위험한 생각'을 정당하게 평가할 능력이 갖춘 지성적 동료(peer)끼리만 섬세한 논전을 주고받을 수 있어야 멋진 아이디어가 생성되고 발전하는 것이지요.
참여와 평등에 너무 큰 가치를 부여하다보니 저 봤을때는 인터넷 공론 커뮤니티가 크게 두가지 유형의 악성 회원들에 대한 단속이 잘 안되고 그래서 질이 떨어지며 더러는 폐쇄로까지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첫째는, 대학교 2학년생식 정의감에 불타오르는 사람들입니다(
악플 지름신이 강림하는 인터넷). 본원적으로 나쁜 사람들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도덕감정에 대한 확신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자신의 도덕감정을 거스르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반드시 응징을 가하고, 그렇게 게시판의 분위기를 살벌하게 만들고 다운시키는 경우가 잦습니다.
욕을 하거나, 또는 인신공격을 하고, 의도적으로 논점을 회피하기도 하며, 많은 경우 상대방의 말과 행동을 악의적으로 해석하는데 여념이 없습니다. 이러고도 전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지요. 논적은 천하의 악당이고, 상대방의 얼토당토않은 정견은 곧 자신의 부도덕을 정당화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소위 크랭크, 오론가라고 불리우는 사람들입니다(
크랭크crank). 이 사람들 역시 본원적으로 나쁜 사람들은 아닙니다. 그러나, 전혀 자각이 없이 얼핏 봐도 형편없는 얘기를 길게, 또 많이 해대면서 게시판의 분위기를 침체시키는데 일조합니다. 어디서 뭘 하는지, 대개 글쓰는 시간도 도대체 대중이 없습니다.
과학, 정치, 경제 등등 여러 유형의 크랭크가 있는데, 당사자에게 아무리 당신의 주장은 이러이러해서 보편적으로 합리적으로 틀렸다는 것을 인식시켜줘도 그걸 이해못합니다. 던지는 질문이나 문제제기는 그야말로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경우가 많은데, 차라리 악플을 달면 단속근거나 있지 이래저래 운영자를 난감하게 만듭니다.
두 유형이 조금씩 섞인 케이스도 있습니다. 양신규 교수님의 전언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이런 학부생이나 대학원생을 일컬어 "smart but ignorant student"라고 하기도 한다네요. 인문학 전공자들에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나곤 합니다.
결론적으로, 스켑렙에서 이런 사람들의 발언권에 일정부분 제한이 필요합니다. 스켑렙이라는 아주 특별한 공론공간의 운영자로서의 제 의무가 있다면, 그건 바로 스켑렙의 우수 논객들이 표현하는 ‘위험한 생각들’을 반지성적 시비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호승심을 끌어내는 것도 한편 필요하겠지만 제 진정한 친구들이 감정노동과 공리공론으로 소모되는 일을 좀 줄여줘야 겠다는 것이죠.
악플러들이 사이트를 지배하게 해선 안됩니다. 사실은 어쩌면 이것이 지성인의, 지성인에 의한, 지성인을 위한 공간을 지향하는 스켑렙이 가지는 어쩌면 유일한 경쟁력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사실 대학 2학년생식 정의감과 크랭크성 문제제기 운운은 바로 제 목에도 칼을 들이대는 얘기이기도 하겠지요. 저부터도 똑바로 생각하고 제대로 글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를 위한 여러 개선방안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
일단 정회원 이상만 Main Square 에서 포스트와 코멘트를 재량껏 쓸 수 있도록 하는 테뉴어제를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예전에
오돌또기님이 제안하신 댓글피어리뷰제 역시도 고민해보고 있습니다. 준회원과 정회원의 글쓰기 차등 방안도 고려 중이구요.
지금의 정회원제, 아이콘제는 제가 궁극적으로 구상하고 있는 회원 차등 시스템의 일부입니다. 등업은 현재 편집회원들의 추천, 그리고 블로그 등 과거 글쓴 자료들, 또 신원확인 등을 주요 참고자료로 해서 제가 직접 하고 있는데, 아직은 인위성이 너무 강해서 여러가지로 불완전하긴 하지요. 저도 기본적으로 편견과 감정이 있는 사람이니까요. 이 문제에 대한 기준 설정, 시스템적 개선을 위한 연구를 계속 하고 있습니다.
당장은 Main Square 의 포스팅을 아이콘을 쓰는 정회원 이상에게만 개방할까 하고 고민하고 있는 중입니다. Main Square 의 포스팅은 발제 기능을 병행하고 있으므로 상당히 소중한 자원이거든요. community 가 상대적으로 소원한데, community 는만 전 회원에게 개방해서 Main Square 와의 동시 활성화를 노려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제가 아직까지는 Main Square 의 수준과 분위기에는 아주 큰 문제의식은 못느끼고 있습니다. 모든 회원에게 발언권을 줘서 오류도 생기겠지만, 어느 정도의 오류는 용납하는 것도 필요하리라 봅니다. 불완전한 인간이 완벽을 기했을때 오히려 실기를 할 수도 있겠죠. 따라서 전환은 적절한 시점을 기다릴 예정입니다.
3.
운영자로서 제가 궁극적으로 지향하고자 하는 사이트는 '에지(Edge)'라는 엘리트들의 온라인 살롱입니다. 스켑렙은 앞으로 수년에 걸쳐서 '선택받은' 소수의 인물을 중심으로 서서히 이와 비슷한 형태로 탈바꿈할 것입니다.
이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존 브록만이라는 사람이 바로 제 롤모델입니다. 지식의 지휘자(impresario)라고 불리우는 사람이지요.
* 기사 중간에 존 브록만 프로필을 지나서 기사 내용이 더 있습니다.
물론 저는 존 브록만과 비교하면 이념형이고 운동가에 가깝긴 합니다(아직까지는?). 종교, 한의학, 인문학이라는 3대 반지성적 현상에 대해서 별로 타협하고 싶은 생각이 없기도 하구요.
아무튼 저도 존 브록만처럼 세계에 내놔도 손색없는, 사회 제반 개혁을 선도하면서 한 나라의 국격을 올려놓는 인터넷 공론모임을 한번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또, 사회과학자로서는 폴 크루그먼과 앤서니 기든스, 자연과학자로서는 리차드 도킨스나 스티븐 핑커같은 사람들도 한번 키워보고 싶습니다. 그게 제 필생의 프로젝트이지요.
아마 그 도정에서 스켑렙에서의 제 독재적 운영방침과
특히 제 독선적 글쓰기 방식이 계속 긴장과 불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오로지 스켑렙과 이 나라 공론의 발전으로 심판받겠습니다.
스켑렙를 연 지난 2년간 여기저기 믿을만한 존경할만한 분들로부터 정말 좋은 조언을 많이 들었습니다. 제 멘토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는 어서 빨리 자신의 꿈을 위한 공부를 시작하고 가급적 유학을 가라는 것이었습니다.
뭐 제 꿈을 이루는데는 당장은 지적인 기반을 만드는 일보다는 경제적인 기반을 만드는 일이 더 중요한 듯 보여서 그 문제는 이래저래 뒤로 연기한 상태입니다만(하킴님의 조언은 특히 지나고보면 아, 그 말씀이 맞구나 싶은 경우가 많아서 저도 걱정이 좀 되긴 해요. ^^), 아무튼 틈틈이 저의 문장을 만드는 일(여태컷 표현이건 생각이건 skyang님 표절을 참 많이 했죠)도 하고, 영어 공부 등 바탕이 될만한 일은 게을리하지 않으면서 대비는 해나갈 생각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운영진이자 창립멤버로서 하킴님, 오돌또기님, Anakin님 (더불어 제가 자주 거론하지 못했지만 사실상의 창립멤버인 오프로드님과 intrad2님도)이 보여준 그간의 노고와 후원에 정말 깊은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또 일일이 이름은 거명하지 못하지만 스켑렙에 자신의 시간과 금전, 지성 등의 투자를 아끼지 않으신 여러 스켑렙 회원 분들에도 큰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습니다.
스켑렙이 어느정도 입지를 굳히고, 또 장기로 맡겨둘만한 후임이 물색되면 저도 새로운 도전으로 저를 응원하고 후원해주신 분들에게 최대한 보답을 할 수 있는 그런 인생을 걸어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 제가할 번역, 집필 등 컨텐츠 생산과 사이트 전체 플랫폼의 유지, 발전과 논객 섭외 활동, 출판활동 등등을 계속 잘 지켜봐주십시오. 스켑렙의 미래가 될 제 진로에도 많은 응원 부탁드리겠습니다.
(이 글은 운영자 공지용 글입니다. 이 글에 달린 댓글은 삭제하오니 운영자에게 하실 말씀이 있으면 독립적인 쪽지나 포스팅을 이용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