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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워치_빅뉴스 121호> (테스트용 두번째)
  스켑렙 사용설명서 (운영자의 글쓰기) ver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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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riter : ChiefEditor     Date : 09-01-09 19:30     Hit : 1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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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이 좀 장황한데, 자기변호를 하다보니 좀 그렇게 되었습니다. 계속 가다듬을테니 일단은 그냥 내용만 봐주시길 . . .
 
 
  
 
스텝렙 운영자인 저(mahlerian)의 글쓰기 방식이 토론방에서 종종 논란을 불러일으키곤 합니다. 산발적으로 변호해온 바는 있습니다만, 특별히 포스팅으로 이에 대한 제 견해를 밝힌 바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기회에 그간 계속 미뤄왔던 제 글쓰기 방식에 대해서 변호를 좀 하고자 합니다.
 
이것은 저에 대한 변호일뿐만이 아니라, 당연히 제가 리드하고 있는 스켑렙의 노선에 대한 변호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런 변호는 으레 자화자찬 비슷하게 흘러가기 마련이며, 그래서 듣는 이의 이념, 도덕감정에 따라선 황당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운영자 스스로는 자신의 입장을 이렇게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은 독자 여러분도 확인해두실 필요도 있다고 봅니다. 앞으로는 따로 더 얘기하지 않겠으니 최종판이라고 생각하고 읽어주십시오.
 
먼저 토론 사이트 운영자가 공공연히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는 문제에 대해서 말씀을 좀 드리겠습니다. 이 문제로는 정치 토론 사이트인 민주주의 2.0 을 리드하고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도 따로 고민을 토로했던 바 있습니다. 한때는 토론 공화국 대통령이라고 불렸던 바도 있으므로 공론 만들기에 관해선 노 전 대통령의 식견은 경청할 가치가 있습니다.
 
 
"제가 글을 올리는 문제입니다. 원론적으로 보아 이 사이트에는 누구라도 글을 올릴 수 있어야 합니다. 제가 보기에 꼭 필요하다 싶은 토론의 주제가 있는데 토론글이 올라오지 않거나, 꼭 의견을 보태거나 반론을 해야 할 만 한 주장이 있는데도 아무런 의견글이 올라오지 않는 경우에도 저는 글을 올려서는 안 된다고 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습니다. 언젠가 ‘다음’ 사이트에 다음 사장이 안 나온다는 취지의 글을 읽은 일이 있습니다만, 적절한 비교는 아닌 것 같습니다. 다음 사이트와 이 사이트는 성격이 다른 사이트입니다. ‘다음’은 상업적 경영을 위한 사이트이고, 이 사이트는 토론문화의 발전을 위하여 개설한 사이트입니다. 상업적 사이트의 경영자는 토론마당에 등장하지 않아도 사업에 지장이 없어서 등장하지 않는 것이지 사업에 도움이 된다면 등장할 것입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이 사이트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이 사이트에 글을 올리지 않을 것입니다. 반대로 이 사이트의 성공에 도움이 된다면 등장을 마다할 이유가 없을 것입니다."
한마디로  저도 노전대통령과 똑같은 생각입니다. 저는 제가 글을 쓰고 의견을 밝히는게 사이트에 도움이 되고 공론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물론 운영자인 제가 자꾸 특정 사안에 의견을 내는 것이 괜히 회원들의 자기검열을 과도하게 유도하는 측면이 없지 않나 고민이 없진 않습니다. 그러나 거기서 발생하는 단점은 제가 글을 써서 스켑렙이 '물관리'가 되는 장점에 비교하면 참으로 미미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는 정말 온전하게 계급장을 떼고 대등하게 토론을 주고받는 공간이 있을 수 있다고 보지 않습니다. 아무나 성실하게 evidence-based 토론을 할 수 있는게 아니고, 그것은 일정한 자격조건을 요구합니다. 딱히 회원자격시험을 본 것이 아님에도 스켑렙이 공론공간으로서 일정한 수준을 유지해올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것은, 현재로선 운영자인 제가 글을 쓰는 것이 그와 같은 조건으로 일정하게 기능했기 때문이라고밖에는 볼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운영자인 저의 캐릭터가 합리주의자를 끌어모으고, 비합리주의자를 내쫓는 그 어떤 시그널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는 것이지요.
 
사실 어느 웹진이나 커뮤니티도 운영진의 아이덴티티가 편집방향부터 시작해서 독자군, 회원군 형성 등등 사이트 전체의 아이덴티티를 규정하게 됩니다. 스켑렙은 다만 그게 좀 노골적인 것뿐이지요. 운영자는 이런 점에서는 신자유주의자라기 보다는 사실은 개입주의자입니다.
 
솔직히, 제 글쓰기에 의견이 무척 분분한 것은 사실 제가 의견을 내는 것 자체보다는 제 당파성이 워낙 독특하다면 독특하기에 그런 것이겠죠.
 
지금까지 필자로서 mahlerian 은 크게 두가지에서 문제가 있다고 비판받아왔습니다.
 
첫째는, 사상적 편협성입니다. 종교, 한의학 토론 보시면 알겠지만 저는 아예 내놓은 과학지상주의자입니다. 독도 문제로 일본에 그렇게까지 접어줄 필요있느냐, 미국을 그렇게 찬양할 필요 있느냐, 김민석을 어떻게 대통령감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느냐, 강의석에게 보내는 호의는 과잉 아니냐. 심지어는 저에게 호의적인 분들도 이런 지적을 많이 합니다.
 
둘째는, 글쓰기 스타일의 지나친  공격성입니다. 욕설이나 인신공격을 한다는건 아니지만 아무리 의견에 대한 진지한 공격이라도 너무 노골적이라는 것입니다. 중간에 서있는 사람들조차 돌아서버릴 정도로 말입니다.
 
물론 저도 할 말 있습니다. 제가 무슨 바보라서, 종교는 사기극이라고 하지 않고, 한의학을 돌팔이 의술이라 하지 않고, 과학과 인문학은 조화를 추구하고 서로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어쩌고 저쩌고 그러면, 객관적 이미지 구축에도 한편으론 유리하고 또 독자들이 그냥 대충 넘어가준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습니다. 허나, 그렇게 하면 일단 제 신념에도 배치되지만(제가 무슨 꼭 위악을 부리는건 아닙니다), 스켑렙만의 독창적인 공론형성에 문제가 발생한다는게 제 판단입니다.
 
예전에 athina님이 저를 대신해서 제 당파성을 아주 잘 변호해주신 적도 있으신데요(mahlerian님은 좌파인가 우파인가??? ). 저는 정치투쟁이라는 땅따먹기 싸움에서, 합리냐 비합리냐라는 전선과 좌냐 우냐라는 전선 두가지가 있다고 봅니다. 거칠게 아래 도표로 제 당파성을 위치지을 수 있을 같습니다.
 
 
스켑렙에서 제가 주로 문제삼고 있는 사람들은 바로 아래와 같은 사람들입니다.
 
 
이들을, 아래의 당파성을 가진 사람들과의 연대로서 비판하곤 하지요. athina님과 같은 분이 될 것입니다.
 
 
물론 우리 사회에는 아래와 같은 사람들도 있겠지요. 그런데, 현재 이 사람들은 제 비판대상에선 좀 차순위입니다.
 
 
저는 좌우 문제는 보통 사회 전체의 자원 배분에 있어서의 형평성, 효율성과 관계된 문제이며 애초 정답이 있을 수가 없다고 봅니다. 힘의 균형, 그때그때의 상황에 달린 문제입니다. 얼마든지 타협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제가 타협할 수 없는 것은 교조주의자와의 갈등 문제입니다. 이 문제는 그야말로 합리냐, 비합리냐의 문제일뿐이므로 저는 그 어떤 양보도 해줄 필요성을 못느낍니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은 합리주의자라고 주장하겠지만, 아무튼 회의주의적 합리주의자로서의 제 교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자연과학자의 인문학적 이성 죽이기 - 과학적 회의주의란 바로 이런 것!)
 
비록 완벽하진 않더래도, 좌파 당파성을 갖고있으면서도 좌우 문제는 약간 부차적인 것으로 두는 제 기괴하다면 기괴한 이런 당파성이 공론 사이트의 질을 높이는데 장점을 분명 발휘한다고 생각합니다.
 
운영자가 우파에게 호의적인 당파성을 갖고 있기에 지적인 우파가 와서 이곳에서 성실하게 글을 쓰는 것입니다. 또한 운영자가 한의학이나 창조론같은 사이비이론을 명백히 배격하고 있기에 당연히 이 사이트에 무식한 한의사나 창조론자들같이 포스팅과 코멘트를 잡아먹지 않는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사이트 '물관리' 알고보면 별로 어려운 것 아니지요? 그냥 애매한 것은 애매하게 만들어버리고(좌냐 우냐의 문제), 명확한 문제는 명확하게 만들면 됩니다(합리냐 비합리냐의 문제).
 
강준만 교수가 오래전 공정성의 4가지 원칙에 대해서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이것은 자유주의 좌파 지식인이라면 누구나 보편적으로 탑재하고 있는 정의의 원칙일 것입니다. 혹자는 '낚시질'이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하는 제 글쓰기의 또 하나의 독특한 특징은 사실 제가 이 세번째 원칙에 무척 충실하기에 빚어지는 일이기도 합니다.
 
"셋째, 언론의 공정성 보완의 원칙이다. 내 비판은 그 자체로서의 완결된 텍스트가 아니다. 내 비판은 언론매체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나는 언론매체에서 과대평가된 건 누르는 쪽으로 글을 쓰며, 언론매체에서 과소평가된 건 키우는 쪽으로 글을 쓴다. 어떤 인물에 대한 여론매체의 태도가 부당하게 적대적이라면 나는 그걸 비판하면서 그 인물의 장점만을 부각시킬 것이다. 왜 그 인물의 단점에 대해선 얘기하지 않느냐고 물을 필요는 없다. 그 역할은 언론매체가 충분히 수행했다고보기 때문이다. 내가 시도하는 언로의 공정성 보완은 '지금, 여기서'만을 문제삼는 건 아니다. 역사적 및 구조적으로 누적된 것도 보완하고자 하는 것이다."
제 커뮤니케이션과 강준만 교수의 커뮤니케이션은 다른 점은, 저는 특히 제가 소속감을 가지고 있는 진보진영 언론매체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이지요. 어차피 이곳 스켑렙의 주독자는 진보진영 독자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운동권 용어 중에 ‘기울기의 기울기’ 이론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삐뚤어진 것은 바로잡을려면 그냥 그대로 똑바로 잡아당겨서는 안되고 반대편으로 아주 기울어서 잡아당겨주는 사람도 있어야 그 사회에 제대로된 균형감각이 생긴다는 이론입니다. 맞는 얘기지요.
 
저는 온건해보이고 조화를 지향하는 그런 사상, 또 그런 글쓰기 방식만이 지고의 선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 사상, 제 글쓰기 방식이 최고라고 주장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다만 필요성만 인정해달라는 것입니다. 공존을 하자는 것이지요.
 
제 글쓰기의 궁극적인 목적은 사람들의 사고의 경직성을 깨거나 또는 이완시키는 것입니다. 종교 문제 자체가 중요한게 아니고, 한의학 문제 자체가 중요한게 아니고, 독도 문제, 미국 문제, 김민석 문제, 강의석 문제 다 그 자체로 중요지 않습니다. 저는 이런 개념, 인물, 현상 등등에 가져왔던 여러분들의 굳은 관념, 감정에 다소간 혼란을 주고자 하는 것입니다.
 
제가 워낙 특이한 주장만을 골라서 시리즈로 해대니 제 크레딧에 치명타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도 많습니다. 죄송한 얘기입니다만, 저는 무슨 크레딧을 모아서 정치를 하겠다거나 신화를 창조하겠다는 사람이 아닙니다. 저는, 종교 문제로 저에게 크레딧을 준 사람이, 추가로 한의학 문제에 대해서도 회의할 수 있도록 제 크레딧을 소비합니다. 또한 지역정치 문제로 저에게 크레딧을 준 사람이 추가로 극단적 환경주의 문제로도 회의할 수 있도록 제 크레딧을 소비합니다. 크레딧, 쓸때는 써야지요. 어차피 죽어서 사라질때 크레딧을 가져가는건 아닙니다. 저도 생각 정말 많이 해서 의견 만듭니다. 제가 험한 표현의 동원도 서슴지 않으면서 내세우는 주장은 꽤 믿을만하다고 생각하셔도 되요.
 
 
일전에 제 글쓰기를 변호할때도 한번 써먹은 문장입니다만, 저는 한큐로 사람 생각 바꿀 수 있다고는 믿지 않습니다. 그러나 자극은 줄 수 있습니다. 그게 중요한거지요. '비판(critics)'이라는 단어의 어원은 '위기(crisis)'라고 합니다. 저는 제가 느끼는 위기의식을 사람들에게 전파하고 동지를 끌어모으고, 또 그들의 정의감을 환기시키려는 것입니다. 이게 그래도 제일 잘 할 수 있는 사회봉사활동입니다.
 
(제 스승님(skyang)이 자신의 글쓰기을 어떻게 변호에 변호했는지에 대해선 다음 글들을 참고 하세요. 1. 독선, 교만, 안하무인?, 2. 서로 다른 삶의 코드들, 3. 사람을 모시는 법, 4. 멋진 공격성, 5. 뭐가 잔인한 것인가? )
 
뭐 저도 앞으로 스켑렙에서의 제 글쓰기 스타일에는 약간의 변화를 줄 생각은 있습니다. 생각의 내용을 바꾸겠다는 것이 아니고 소통방식에 조금 변화를 주겠다는 것입니다. 단호함은 유지하되, 공격성을 많이 낮출 생각입니다. 즉흥성이 강한 코멘트보다는 좀 더 신중함을 기할 수 있는 포스팅을 더 할 생각입니다.
 
어쨌든 저는 일반 회원과 대등한 관계가 아니니까요. 제가 글을 너무 공격적으로 쓰니까 사이트에서  게시물 관리 문제로 질서를 잡는다 하더라도 도대체 기준이 뭔가 하는 소리가 나올 수 있고, 뭐랄까 영이 좀 안 서는 측면은 있는 것 같습니다.
 
또 제 위치의 절반이 어떤 집단을 불가피하게 조금은 대표하거나 상징하는 측면이 있는만큼 공개적인 처신에도 좀 더 주의를 기울일 필요성도 있는 것 같구요.
 
감상주의를 경계하면서 반대로 냉소주의(회의주의가 아니라)로 빠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성찰을 해볼 필요가 있을 듯 합니다.
 
사이트의 활성화와 공론형성에 도움이 되는지 되지않는지 면밀히 따져보고 제 글쓰기 방식에 새로이 변화를 줄 작정입니다. 참고로 민주주의 2.0 은 정확히 노전대통령이 더 이상 의견을 내지 않으면서 침체기를 겪고 있는 상황입니다.
 
스켑렙은 어떨까요? 어태컷 세상의 합리주의자들은 다 모이라고 충분히 시그널을 보내놨으니, 저도 이젠 좀 쉬어도 될까요? 글쎄 한 1년은 약간은 뒤로 물러나서 보면서 어떤 방식이 더 좋을까 고민해볼 작정입니다.
 
진보진영의 담론이 더 다양해져서 제가 기쁜 마음으로 글쓰기보다는 순수하게 사이트 발전에만 제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합니다. 
 
 

p.s
 
지금부터는 그야말로 사족입니다. 제가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나 고민도 있고, 괜한 잔소리같은 것이어서 이번 공지에 넣을까 뺄까 한참 고민을 했는데 일단 넣기로 했습니다. 나중에 민망해지면 빼기로 하죠.
 
그냥 인생의 선배로서 하는 얘기입니다. 혹시 저보다 연상일 30대 이상은 대충 패스해도 좋습니다.
 
스켑렙 운영자로서 제가 조금 걱정되는 바가 하나 있습니다. 그게 뭐냐하면 스켑렙 독자들이 스켑렙 때문에 혹시 생활감각을 좀 잃지는 않을까 하는 그런 점입니다. 뭐 스켑렙에 중독되어서 시간을 낭비하고 그런 부분은 아닙니다. 이익모임, 연고모임으로 움직여야 출세도 하고 인생 편해지는 한국사회에서 스켑렙 같은 가치모임에 시간 쏟는 것도 물론 걱정은 되는 부분이지만, 제 걱정은 그보다는 좀 더 근본적인 부분입니다.
 
다 아시다시피 스켑렙의 파격적, 회의적 담론들은 많은 경우 소시민들의 통념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져있습니다. 개인주의성도 강하고 내부고발성도 짙지요. 그래서 누구라도 이것을 그대로 수용하거나 또는 일부라도 일리를 부여한 후 그것을 공개하고 다녔을때 자신이 소속된 그 어떤 단체에서라도 그다지 좋은 얘길 듣질 못하고 평판이 깍일 공산이 상당히 높습니다.
 
뭐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야 나름 잘 관리를 하시겠지만, 그래서 저는 솔직히 어린 학생들의 경우에는 혹시 이런 처세를 잘못해서 욕은 먹고 다니지 않을까 한번씩 걱정이 생기기도 하는게 사실입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혹 일상에서 괜한 시시비비를 가리다가 손해를 보거나 했던 경험은 없으신지요?
 
그러지 마세요. 스켑렙에서의 이야기들은 기본적으로 공론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느냐에 관한 얘기입니다. 사석에서의 처세를 뭐 어떻게 하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저만 해도 여태컷 누구 콕 집어서 종교 갖고 뭐라 한 적 단 한번도 없습니다. 오히려 추켜세워주면 추켜세워줬지. 한의학 문제로도 전혀 뭐라 얘기하진 않아요. 대충 그래도 통할만한 사람들과만 이런 얘기 하지요.
 
저를 사석에서 본 사람이라면 저의 '독해빠진' 온라인 캐릭터랑 어떤 면에서는 '나약하기까지 한' 오프라인 캐릭터가 너무 달라서 충격을 받는 사람도 아마 있을 것입니다. 근데 저는 이게 이중인격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저도 먹고살아야할 것 아닙니까?
 
스켑렙에서 과학적 회의주의자들의 커뮤니케이션법에 대한 시비가 끊이지 않습니다. 웃기는 일이긴 하죠. 그런 시비를 거는 사람들은 차원을 완전히 혼돈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들은 우리들의 이야기를 듣고서, 불치병으로 죽어가는 어느 종교인 할머니에게 어서 빨리 종교부터 버려야 한다고 호통을 치는 장면이 자꾸 연상되는 모양입니다. 이거 말도 안된다고 구태여 변명을 해야 할까요?
 
하지만, 어쨌건 사실 차원 조정을 제대로 못하고 공론장의 원칙을 그대로 생활세계로 가져가는 사람들도 일부 있긴 있을 것 같긴 합니다. 종교인 할머니와 같은 사례는 좀 말이 안되긴 하지만, 스켑렙 회원이라면 적어도 괜히 입바른 소리 했다가 분위기 썰렁하게 만드는 일은 잦을 것 같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물론 누군가는 해야될 일입니다. 생활세계의 규범도 궁극적으로는 공론장에서 만들어낸 규범을 따르게 하자는 것이 우리가 공론을 만드는 이유니까요.
 
제 얘기는 어차피 한 사람이 모든걸 다 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무리는 하지 마세요. 한 몸으로 세상의 모든 정의는 세울 수 없는 것이니, 일단 자기가 잘 세울 수 있거나 자기 아니면 절대 세울 수 없는 정의에만 주력하라는 것이죠. 나머지는 연애나 하면서 그냥 넘어가십시오.
 
아래는 빌 클린턴 대통령의 공보관을 지낸 스테파노풀러스가 자신의 책인 <너무나 인간적인(All Too Human)>에서 한 얘기입니다. 인용한 부분 중에서 특히 마지막 대목은 분명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 그런데 몇분이 지나자 나는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음을 느꼈다. 그(마리오 쿠오모)는 이미 미국인들에게 "언덕 위의 빛나는 도시"를 넘어 그 미래를 보라고 촉구했던 그 강력한 연설가가 아니었다. 또 "새로운 신세기를 위해서 우리의 새로운 지도자"를 따르라고 그들에게 권고했던 강력한 연설가가 아니었다.
 
연설을 시작하고 나서 30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그는 자신을 변호하고 있었다. 과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으며 거기 모인 군중들은 아주 충직한 사람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연설의 흐름을 따라가고 있지 않았다.  그때 뒷자리에 앉은 제 정신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여인이 갑자기 쿠오모에게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쿠오모는 그녀를 무시하지 않았다. 그저 가벼운 농담정도로 그녀의 말에 대꾸했어야했는데 그는 그녀와 한바탕 말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그의 그런 모습을 보고 나는 가슴이 아팠다. 그리고 다가오는 선거전보다 쿠오모 자신에 대해 더욱 걱정을 느꼈다. '주지사는 아마 밤잠을 잘 못잔 모양이야. 그럴거야. 하지만 정말 낙심하게 되는 걸.' 행사가 끝나고 마지막 비행기를 타고 집으로 오면서 나는 지금 코앞에 닥친 경선 이외의 것을 생각했다.
 
쿠오모는 좋은 사람이었다.  대중에게 봉사하는 정신이 투철했으며 다른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으로는 최고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사람도 공격하고 변호하고 공격하고 변호하는 일을 계속 하다보면 그렇게 영혼까지 놓치게되는 것 아닐까?  그리고 나서 무엇이 남는가?  그렇다. 이것이 바로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놓치고 한 가지에 너무 오래 집착하면 생기는 일이다. 이런 일은 그가 백악관이나 대법원에 있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그는 여기 퀸스의 사교클럽에서 자신의 이름도 모르는 한 여자의 야유에 응수하고 있다. ...
지금 저의 조언은 그냥 도색잡지 좀 보는 친구에게 난데없이 혹 나중에 성희롱를 저지르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조언하는 것처럼 어쩌면 좀 황당한 조언이기도 합니다. 반쯤은 웃자는 얘기입니다.
 
요즘 제가 medizen님과 가끔 연락 주고받으며 이런 문제로 서로서로 위로를 나누곤 해서 잠시 생각나 한번 써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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