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부터 시작한 속칭 메가뱅크 대전은 국내 4대 시중은행의 자산을 중소기업 대출 및 주택 관련 대출을 중심으로 대폭 증가시켰다. 반면 비슷한 시기부터 주식시장이 상승국면에 접어들면서 시중자금은 은행에서 이탈하여 주식형(특히 적립식) 펀드로 유입되었다.
대출 재원인 예금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자산확대 경쟁을 지속하기 위해 그 재원을 CD, 은행채와 같은 시장성 수신에 의존하게 됨에 따라 아시아권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예대율이 나타나게 되었으며, 그 흐름은 세계 금융위기가 상당히 진행된 8월에도 지속된다. 결국 2008년 8월 기준으로 해외 상업은행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140%의 예대율이 현실화하였다.
* 예대율 = 총대출 / 총예금 (양도성예금증서(CD)와 은행과 같은 시장성 수신은 예금에서 제외)
이 과다한 예대율의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작년부터 경고의 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이에 대해서는 올해 1월에 포스팅한 "
6% 성장은 꿈도 꾸지 마라"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으며, 적정 예대율은 지급준비율을 고려하면 90% 이하라고 판단한다.
금년 중반부터는 모건스탠리 등의 보고서에서 한국의 은행들의 위기요인으로 지목되었고, 10월 들어서는 영국 Financial Times에 기사화되었고, 이제 한국 금융시스템 안정성에 관련한 핵심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런데, FT에서 지적한 예대율 문제에 관하여 기획재정부가 보도자료를 내는 등 강력하게 반발을 하였기에 그 보도자료를 읽어보았다. 한국 금융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로 예대율을 지목하고 오랫동안 이 문제를 나름대로 연구한 입장에서 보도자료는 정말 가관이었다.
도대체 예금과 시장성 수신이 어떻게 구분되는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다른 나라는 어떤지에 대한 진지한 연구는 없고, 오로지 문제 없다 라는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서 끼워맞춘 논리가 거의 전부였기 때문이다.
아래에 기획재정부가 배포한 영문 보도자료를 인용한다.
Bank deposits have been the principal form of savings in Korea. In more recent years, bank deposits have begun to shift to non-deposit assets as individual savers became less risk-averse and sought higher yields in wide-ranging investments. This, in part, explains an overall rise in the average bank loan/deposit ratio. Despite the shift to non-deposit assets, however, Korean banks’ loan/deposit ratio continues to be in line with, or lower than, those in the developed countries. At end-September, the ratio averaged 103.2%.
Because of their deposit-like characteristics, certificates of deposit (CDs) are included in determining the loan/deposit ratio, as is the convention in many countries. It should be noted that over-the-counter bank teller sales of CDs accounted for about 80% of the total bank CD issues. Moreover, the loan/deposit ratio drops to about 85% if bank-issued bonds are included in the ratio computation, meaning funding from local sources easily covers local lending. In particular, the won-denominated liquidity ratio has consistently stayed above the recommended prudential level of 100% and showed no noticeable variance from 107.5% at end-2007 to 107.7% at end-August this year.
보도자료에서 기획재정부는 많은 나라에서의 관행과 같이 CD가 예금에 포함되어서 예대율이 산정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였다. 이어 한국에서는 CD가 은행 창구에서 판매되기에 예금으로 보아야 한다는 뉘앙스의 언급도 포함되어 있다. 영어판 보도자료에는 없지만, 한국어 보도자료에는 CD를 포함할 경우 미국보다 예대율이 낮다는 말과, 은행채도 20% 정도는 창구에서 판매된다는 말까지 포함되어 있다. (첨부한 보도자료의 5페이지에 나와 있다.)
창구에서 판매되면 다 예금일까? 그러면, 은행창구에서 판매되는 펀드와 보험상품(방카슈랑스)도 예금이라는 말인가? 도대체 예금과 시장성 수신의 차이는 무엇일까?
예금과 시장성 수신의 차이는 창구에서 판매되냐 아니냐가 아니다. 두가지 측면에서 차이점이 있는데, 첫째, 지급준비 의무의 존재 여부이다. 예금은 지급준비 의무가 있고, 시장성 수신은 없다. 둘째, 예금 보장(보험)의 존재 여부이다. 예금은 일정 금액이하(한국에서는 5000만원)는 예금보험이 은행 파산시 지급을 보증하지만, 시장성수신은 보증하지 않는다.
정기예금은 지급준비의무도 있고, 예금보장도 되므로 예금이다. 은행채는 둘 다 적용되지 않으므로 시장성 수신이다. CD는 2%의 지급준비 의무는 있으나, 예금보장이 되지 않는다. 예금과 시장성수신의 성격을 모두 띈다. 지금 상황에서 굳이 CD를 둘중 하나로 분류하라면 어디로 해야 할까?
지급준비제도와 예금보험제도는 둘다 금융위기시 예금의 급속한 이탈로 은행이 파산하는 Bank Run을 막기 위해 고안되었다. 고객이 지급준비제도 때문에 위기에 처한 은행에서 자금을 인출하지 않는 효과가 더 클까 아니면, 예금보험이 더 클까? 개인고객은 예금보험을 믿고 은행에 예금을 하는 것이지, 잘 알지도 못하는 지급준비제도를 믿고 하는 것은 아니라고 봐야 한다. 그래서 별 실효가 없는 지급준비제도는 지급준비율도 차츰 줄어들고, 그 유용성이 사라져가고 있는 중이다. 금융정책도 주로 공개시장조작에 의존하며, 지급준비율 조정에는 거의 의존하지 않는다.
나는 CD는 예금보험이 없으므로, 지급준비의무가 있더라도 본질적으로 시장성 수신이라고 보며, 은행채를 창구에서 판매할 정도로 은행의 자금차입 메커니즘이 망가진 현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고 본다.
은행채도 창구에서 판매한다는 소리는 참 어이가 없는 언급이다. 제대로 된 금융시스템하에서 국공채 다음 최고 신용인 AAA급 은행채가 일반 개인 고객을 상대로 20%식이나 판매되는 경우는 드물다. 은행에 자금이 말랐다는 신호이며, 현상황의 심각성을 웅변하는 것인데, 창구판매이므로 은행채도 예금이라는 식의 뉘앙스를 풍기고 있으니 어이가 없다.
그리고, 미국과 비교를 했는데, 사실 미국의 예대율이 CD를 합쳐도 100%가 넘는다는 것은 내가 알고 있는 정보와 다르다. 금융연구원 자료로는 CD를 포함하지 않아도, 90% 정도인데, 분모에 CD금액 합쳤는데 100%가 넘는다는 것은 데이터 확인이 필요한듯싶다.
미국의 예대율 수준은 차치하고라도 중요한 것은 한국과 미국의 CD를 같이 비교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내가 확인한 바로는 미국에서는 CD에 대해서도 지급보장이 있다. 예금보험이 지급보장을 한다면 이는 예금이다. 미국도 CD를 포함하는데라는 말은 넌센스다. 그래서, 다른 나라의 사례를 들고 올때는 신중해야 한다. 공부도 열심히 해야 하고.
이번 주에 국민연금이 연말까지 10조원의 은행채를 매입하기로 결정하였고, 그도 모자라서 한국은행이 은행채를 인수하는 것을 검토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은행의 시장성 수신에 의존한 방만한 대출확대를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고, 무슨 금융선진화, 금융 허브, 투자은행화, 리딩뱅크 같은 수사가 난무했던 후유증이 극대화되고 있다. 이 문제는 주가 1,000, 환율 1,400인 한국 금융 위기의 핵심이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이 문제를 핵심으로 보지 않고, 단지 문제를 표면화시킨 trigger에 불과한 미국 등 해외 부동산 및 금융위기가 문제의 핵심이라고 보고, 건설사 지원, 은행채 매입 등으로 시간을 벌고 있는 동안, 해외가 괜찮아지면 해결될 것이라는 안이한 정부 인식이다.
은행의 자산/부채 구조조정이 문제의 핵심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외국 언론과 생산성 낮은 논쟁이나 하고 있는 한 문제해결은 요원하며, 자금부족이 더욱 심각해질 2009년에 이 나라가 어떤 위기에 직면하게 될지를 생각하면, 그리고, 한국의 약자들이 어떤 고통을 겪을 것인지를 생각하면 분노를 억제하는 것도 일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