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최용식 선생 소개가 있어서 "21세기경제연구소"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았다. 언제부터인가 칼럼이 유료화되어 있어서 들어가지 않는 곳이 되었지만, 그 이전에는 자주 들어가서 칼럼들을 읽곤 했었다. 당연하다. 양신규교도 금융인이 어찌 최용식 선생을 모를리 있을까? 이제는 칼럼의 "제목"만 볼 수 있다. 최근 칼럼에 "올해는 6% 성장, 이것 참 큰일이다"라는 제목이 있다. 예전에 최용식 선생은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7%가 넘는다고 주장하셨으니, 7% 성장해야 한다는 취지로 글을 쓰신 것인지 아니면, 4~5% 수준의 성장에서 단기간에 그렇게 올려서는 안된다는 취지로 쓴 것인지는 제목만 봐서는 잘 모르겠다. "시끄럽네"님이 좀 알려주시기 바란다.
나는 경제학자가 아니고, 금융시장에 관한 분석을 취미로 하는(밥벌이겸) 사람으로서 늘 금융시장의 시그널에 민감하다. 작년 연말부터 한국경제에 심각한 위험신호가 감지되고 있어, 올해 경기 부양을 시도하다가는 나라가 거덜난다는 경고를 해오고 있는 중이고, 그에 대한 대비를 해두어야 한다고 주위에 충고하고 있다.
그 시그널은 CD 금리를 중심으로 한 단기금리의 지속적인 상승세이다. 정말 끈질기게 오르고 있다. 이는 신문기사 등에 많이 나오고 있으니 기사를 참조하시면 될 것이다.

최근의 금리상승은 기본적으로는 고유가 등으로 인한 한국 및 국제 인플레이션 압력이다. (IMF "World Economic Outlook 참조) 그러나, 그 이면에는 예금액을 훨씬 상회하는 대출액이라는 훨씬 더 중요한 국내 금융시장의 불균형이 존재하고 있다.
현재 한국 예금은행의 예대율 (총대출액/총예금액, 첨부한 금융연구원의 "금융포커스"를 참조)은 135%이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으며, 단기간에 개선될 여지가 거의 없다.
금융의 기초적 사항으로 우리는 은행이 예금을 받아서 일부는 "지급준비금"으로 쌓아놓고(한국의 지급준비율은 7%이다.) 나머지를 대출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예금만으로 대출을 한다면 예대율의 이론적 최대치는 93%이다. 135%중 93%를 제외한 42%는 예금기반이 아니고, 은행도 빌려서 대출을 해준 것이다. 사실 93%도 어렵다. 한국을 제외한 아시아 대부분의 나라는 70% 수준이고, 은행이 다양한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미국도 90% 초반에 불과하다. 만약 여타 아시아 국가수준의 70% 정도가 적정한 수준이라면, 총대출액(현재 777조)의 거의 절반이 차입에 의존한 대출이라는 뜻이다. 이는 어떠한 관점에서 봐도 정상이 아닌 수준이다.
은행은 금융시장의 중추이다. 은행이 예금이 아니라, 차입한 자금으로 영업하는 행태가 있다면, 이에는 반드시 강한 규율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IMF의 위기의 원인이기도 한, 금융위기의 가장 중요한 원인중 하나인, 자산과 부채의 기간 불일치가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은행은 10~15년의 주택담보대출을 하기 위한 자금 조달을 최근 들어 CD 중심(만기 1년 이내, 주로 90일)의 차입을 이용해서 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극심한 기간 불일치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것이 최근 CD금리 상승의 원인이다. 보통 기간 불일치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식이 "자산유동화"인데, 우리나라는 총부동산대출잔액의 3.9%만 유동화되어 있다.(미국은 66.5%) 금융시장 안정의 중심 주체인 은행이 만성적인 기간불일치에 노출되어 있으며, IMF를 불러왔던 시기보다 그 정도가 심하다. (96~97년 100% 언저리) IMF를 불러온 기업대출은 기껏해야 만기가 3년이었다.
이런 예대율의 급격한 상승 원인은 자산과 자금조달 양측면 모두이다. 대출은 증가하는데, 예금이 증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주택가격상승에 따른 차입수요로 대출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2004년부터 예대율이 100%를 넘어가게 되는데, 이는 참여정부가 부동산 수요억제에서 공급량 증가 방식으로 전환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예전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이것이 참여정부의 저평가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고 본다. 지금 정권을 잡으신 분들은 훨씬 더한 공급량증가론자들이시지만) 반면 주식형펀드, CMA 등으로의 자금 쏠림(예금에서 주식형 펀드로의 자금이동은 미래에셋이라는 금융기관의 적립식 펀드 성공신화가 만들었다.)에 따라 예금은 줄어들었다.
예금이 정체해 있으면, 당연히 대출도 자제해야 한다. 아니면 유동화에 나서야 하고 다양한 자금 조달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그동안은 국제적으로 풍부한 유동성이 큰 도움을 줬다. 이제 그 유동성은 막혔다. 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지는 시점부터 한국의 금리가 오르는 것이 그 증거다. 이제 자체적인 문제해결에 나서야 한다.
그런데, 135%라는 상상할 수 없는 숫자가 등장하게 된 배경에는 은행의 "모럴 헤저드"가 있다.
예금은행의 대출자산의 90% 이상이 변동금리이고, CD 금리에 연동한다. 미국과 같은 고정금리부 위주의 대출이 아니기에 비록 기간은 불일치되어 있지만, 금리는 불일치되어 있지 않다. CD 조달이 많아서 CD금리가 오르면, 장기 대출의 금리도 오르기 때문에 금리 위험이 거의 없다. 그러나, 이런 방식의 대출행태는 지금처럼 CD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게 되면 자신의 "고객"을 파괴하는 넓은 의미의 "약탈금융"이다. 금리위험이 회피되어 있다 보니, 전체 금융시장이 감내할 수 없는 과도한 대출이 행해진다.
은행은 금융시장에서 너무나 중요한 기관이라, 사기업이지만 국가 전체를 생각하고 운영해야 한다. 단기간에 수익이 난다고 해서 장기적으로 고객을 파괴할 수 있는 수익모델을 택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폭탄돌리기" 국면에 진입하게 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가 그 전형이다. 신용파생상품(CDS) 등으로 상당부분 신용위험을 회피할 수 있게 되자, 미국의 금융기관이 신용이 떨어지는 고객들에게 과도하게 대출을 늘였고, 한 기업이 위험을 회피했다고 해서 전체 금융시스템이 지는 위험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결국 폭탄돌리기에 걸려 들었다.
ARM이라는 2년 동안은 금리가 싸고, 그 이후에 금리가 대폭 상승하는 모기지를 보자. 이런 모기지는 주로 소득이 낮아서 정상적인 원리금 균등분할 대출이 어려운 고객에게 행해지는데, 지금 빌려서 낮은 금리로 갚다가 2년 지나서는 금리가 높아서 지불능력이 없게 되지만, 그 때는 부동산 값이 올랐을 거니까 그냥 팔아버리면 된다라는 수익모델에 기반한다. 달콤한 악마의 유혹이다. 2년후 부동산 시장이 죽는다면 집이 안 팔리고, 그 고객도 같이 죽는다. 이 문제가 심각해지자 얼마전 미국에서 조지 부시 대통령께서 그야말로 "반시장적"으로 아예 금리를 못 올리게 막아버렸다. 반시장 정책을 쓰지 않으면, 체제가 붕괴될 수 있으니까.

2002년 한국의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위기도 마찬가지다. 그 때 국내 최대 카드사 사장이 주창한 수익모델은 현금서비스가 고금리로 돈이 되는데 우량고객은 거의 쓰지 않으니까, 신용이 떨어지는 고객에게 집중하자는 것이었다. 워낙 고금리이니 원금 갚을 능력이 안되더라도 이자만이라도 챙기면서 2~3년만 고객을 우려먹으면 되는 것이고, 안되면 채권추심하고 이런 식이다. 이 수익모델도 결국 고객을 파괴하는 모델이다. 고객은 돌려막다가 망했고, 그 카드사도 일이년 대박을 내다가 망해서 은행에 팔려갔다.
금융시장의 영원한 모럴은 "갚을 수 있는 사람에게 빌려줘라"이다. 금융기관이 사채업자나 전당포 수준을 면하려면 이를 황금률로 삼아야 하고, 일단 빌려주고 보자 라는 행태가 만연하면 감독기관이 나서서 제어해야 한다.
서브프라임 위기는 그래도 상당수의 위험을 시스템 외부로 떠넘겼다. 유럽의 투자은행들이 신용파생상품에 대량 투자해서 미국 부동산 시장의 위험을 상당부분 뒤집어썼다. 한국의 은행들은 그 위험들을 전부 자기들이 떠앉고 있다.
고객들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견디지 못하게 되는 순간 폭탄이 터지게 된다. 어느 정도의 금리까지를 국민들이 감당할 수 있을까? 나는 CD 금리기준으로 7%에 도달하게 되는 순간부터 평균적인 한국 국민은 파산위험에 직면하게 되는 것으로 본다.(지금 5.88%이다.)
한국 도시근로자 가구의 세전 월평균소득은 400만원이 되지 않는다. 이들이 주택가격의 40%를 대출했다면, 수도권의 5억 수준의 집이라면 대출액이 2억이다. 통상 주택담보대출이 CD+1~2%라고 보면, 금리가 8~9%인데, 한달에 이자만 130만원이다. 나중에 세액에 대해 공제를 받기 때문에 세전 소득과 비교하는 데, 세금 공제를 받으려면 원리금 상환을 해야 하기 때문에, 원리금 상환액이 10년 대출 기준 250만원에 달하게 된다. 수도권에서 원리금 빼고 남은 돈 150만원으로 살기는 극히 힘들다.
얼마전 DTI(대출액을 정함에 있어 대출고객의 소득을 고려하는 제도)를 완화하겠다는 얘기가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흘러나왔었다. 저런 경제인식 능력으로 정책을 결정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부동산값 올려주실 기대로 당선된 정당다운 발생이다. 만약 DTI가 도입되지 않았더라면, 한국 부동산 및 부동산 금융시장은 지금보다 훨씬 더 큰 위기를 안고 가야 했을 것이며, DTI를 완화하는 것은 더 큰 위험을 배태하는 것이다.
성장률 얘기로 들어가 보다. 만약 6% 성장을 한다면 인플레이션 3%를 고려할 경우 적정금리가 9%를 상회한다. 굳이 잠재성장률 얘기를 하지 않더라도 지난 5년간 성장이 4~5%임을 감안할 때 6% 성장은 다양한 경기 부양수단이 동원되어야 한다. 과열이 될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 과열국면에서는 Output Gap이 있는 상황과는 달리 적정금리수준이 성장률 + 인플레이션 + 알파 라고 본다. 성장률 올리는 정책은 금리를 올리게 되고 가계와 은행을 벼랑끝으로 몰아가게 될 것이다.
은행의 자금이 말라버린 상태에서 인위적 경기부양을 하기는 힘들다 보니, 요즘 들어 슬슬 나오는 말이 한국은행 옥죄기인듯하다. 금리 내리라는 얘기라고 나는 생각되는데 메세지는 매우 혼란스러운 상태이긴 하다. 금리 내려서 부동산 가격이 다시 상승하게 되면 한국은 경제를 넘어 국가 시스템 전체가 파국으로 치닫게 될 것이다. 긴축기조를 유지해 가다가, 경기가 악화될 때 완화로 가야 할 것이다.
혹자는 산업은행 팔아서 만든 돈으로 토목공사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듯싶기도 하고.
한국은 모럴헤저드가 만들어낸 대출 확대가 남긴 유산들을 정리하는데 심혈을 기울여야 할 시기이다. 성장률 7%를 생각할 때가 아니고, 3%를 생각해야 할 때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빚있는 분들은 빚을 갚는데 집중하시기를 바란다. 재테크 생각은 버리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