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 끝난지도 어느덧 두주 이상이 지났고 이제는 대선정국이다. 솔직히 총선이 끝난뒤 정치권이 한두달정도는 숨고르는 시간이 있을줄 알았는데, 그야말로 19대 국회의원 당선자들 통지서에 잉크도 마르기전에 바로 대선정국이다. 주요정당들도 19대 국회 원내대표 선출과 당지도부 구성을 위한 전당대회등으로 5,6월을 뜨겁게 보낼 예정이다.
한편 대선정국의 첫 테이프를 끊은것은 김문수 경기지사다. 지난 일요일 김지사는 새누리당 대권후보 경선 출마를 공식선언했다. 한편 김지사가 대선출마 선언을 하면서 지사직 사퇴여부가 바로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김지사는 애초에 경선출마 선언을 하며 지사직도 함께 내던질 의사를 내비쳤으나, 현재는 그 문제는 유보인 상태다.
김문수 지사의 사퇴여부가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대선 예비후보군인 단체장들의 사퇴여부도 자연스럽게 관심거리가 되어가고 있다. 우선 야권에서 대권후보 경선 도전 가능성이 높아져가는 김두관 경남지사의 지사직 사퇴 여부가 관심거리가 되어가고 있고, 심지어 일각에선 지난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박원순 서울시장의 차출문제까지 나오고 있다. 박근혜를 꺾을 마땅한 대항마가 떠오르지 않고있는 야권과 진보진영의 상황이 그만큼 다급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헌데 필자는 이 시점에서 원론적인 정치도의를 좀 논해보고자 하다. 단체장이든 국회의원이든 다들 출마할때는 ‘4년동안 지역을 위해 열심히 봉사하겠다’며 선언과 공약을 하고 해당지역에서 출마하게 된다. 헌데 그렇게 선출된 공직자가 임기도 제대로 채우지 않고 사퇴하고 다른 선거에 뛰어드는 문제. 좀 심각한 논의와 고민이 필요한 문제인것 같다.
물론 원론적으로 소설가 지망생치고 노벨문학상 꿈꾸지 않는 사람이 없고, 드라마 작가 지망생치고 김수현,신봉승 같은 대 작가가 되고싶다는 생각 안 하는 사람이 없는것처럼, 정치에 뛰어드는 사람이 대권에 뜻을 두고 있는것 그 자체는 탓할문제가 아니다. 설사 엊그제 처음으로 선거에 몸을 던져본 20대의 신출내기일지라도 그 궁극적인 목표가 대권에 있다면 그건 관심갖고 성원해줄 문제지 비난하거나 나무랄일은 분명 아니다.
하지만 정치인이 단순히 대권에 대한 꿈을 갖는것과 현역 단체장이 임기를 다 채우지 않고 도중에 사퇴하여 대권경쟁에 뛰어드는것은 분명 다른문제다. 도정이 되었든 시정이 되었든 단체장 임기 4년도 책임지고 제대로 마무리 하지 않은 사람한테 5년간의 국정 책임을 맡겨야 한다는 소린가 ?
필자는 작년 가을경 썼던 글에서 이미 대선보다 8개월 앞서 총선을 치르게 되는 2012년의 특수한 상황에서 어차피 12월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사람이 4월 총선에 출마하는 문제를 지적한 바가 있었다. 총선후 차기대선까지 기간이 1년반이나 2년 반정도 남은 경우라면 모를까, 불과 8개월후 치르게 되는 총선이면 사실상 국회의원 공식 임기가 시작하자마자 대권경선에 뛰어들어야하는데, 그런 사람이 총선에서 4년간 지역을 위해 열심히 봉사하겠다고 주장한다는것 불합리하고 모순되지 않느냐는게 그 당시 필자 주장의 핵심이었다.
그러면서 필자는 기왕 12월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사람이라면 4월 총선에서 지역구 출마는 하지 않는게 합당하지 않을까 하는 권고를 한 바 있다. 차기 국회의원 공식 임기가 시작하자마자 바로 대선에 뛰어들어야 하는 사람이라면 굳이 총선에 지역구 출마를 할 이유가 없을뿐더러, 더욱이 해당 지역에서 한 3선,4선쯤 한 중진의원이라면 모를까 초선의 당선자가 첫 국회의원 임기가 시작하자마자 바로 의원직을 내던지고 대선에 뛰어든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해당지역 유권자들에 대한 기만이며 우롱이 되기 때문이다. - 그런 의미에서 여전히 야권의 차기 대권후보로 유력시되고 있는 문재인 노무현 재단 이사장의 이번 총선 부산 사상 출마와 당선은 ‘가장 나쁜 선례’를 남긴 선거였다고 평가하고 싶다.
단체장 이야기로 돌아간다면, 역시 같은 논리를 적용할수 있다. 혹 재선이나 3선의 광역단체장이 대선출마를 위해 도중에 직(職)을 사퇴하고 대권에 도전하는것은 충분히 있을수 있는 일이다. - 또 그 정도 비중과 무게감이 있는 인물이라면 유권자들도 ‘언젠가는 대선에 출마할것’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투표했을것 아닌가. 하지만 ‘당선시켜주시면 4년동안 지역을 위해 열심히 활동하겠다’고 공약한 시장이나 도지사가 해당 첫 임기 4년도 제대로 마치지 않고 중도사퇴하는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며 지역 유권자들에 대한 우롱이고 기만이기도 하다.
거듭 이야기하지만 정히 대선출마를 염두에 두고있는 광역단체장이라면 최소한 첫 임기 4년은 제대로 마무리하고, 재선에 성공한후 그 다음 대선을 노리던가 하라. 재선이나 3선의 단체장이 도중에 직을 버리고 대선에 도전하는것은 상관이 없다. 하지만 첫 임기 4년도 제대로 마치지 않고 도중하차해서 대선에 도전하는것은 유권자에 대한 우롱행위다. 더욱이 보궐선거에서 당선된지 이제 반년밖에 되지 않은 천만 유권자를 지닌 지역의 광역단체장의 대선출마를 위한 단체장직 사퇴가 거론되는것은 더더욱 말도 안되는 상황이다. - 이런일들을 부추기는 일부 유권자나 정치권 인사들이 있는것 역시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국회의원이나 기초단체장이라고 해서 별반 다를것은 없다. 국회의원이 도중에 직을 버리고 광역단체장에 도전하든, 기초단체장이 마찬가지로 국회의원 출마를 위해 직을 버리든 다 좋은데 최소한 첫 임기 4년까진 제대로 마치고 그 다음에 도전하라는 이야기다. 이런것은 어차피 법으로 강제할수 있는 사항도 못 되고, 하나의 정치풍토이자 문화로 자리잡았으면 하는 바램에서 이와같은 글을 쓰는것이다.
사실 이런 문제가 계속 생기는 이유는 결국 우리나라 선거제도가 대통령과 국회의원 그리고 지방선거 임기와 시기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대선과 총선,지방선거를 모두 동시에 함께 치른다면 더 많은 부작용을 야기할수도 있으니, 그 문제는 논의할 사항은 되지 못한다. 다만 어찌되었든 광역단체장이 대선에 도전할 경우 최소한 첫 임기 4년은 성실히 마친다음에 차차기를 노리던가 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재선이나 3선의 단체장이 중도사퇴후 대선에 도전하는 경우라면 문제될게 없다. 국회의원의 경우라고 별반 다를것은 없어, 최소한 총선 8개월후 대선을 치르게되는 이번같은 상황(20년후인 2032년에 똑같은 상황이 벌어지게 될 것이다)에는 최소한 유력 대선후보들은 총선 지역구 출마는 하지 않거나, 또는 최소한 재선,3선까진 한 뒤에 의원직을 사퇴하고 대선에 도전하던가 하자. 기초단체장이 총선에 출마하는 경우나 마찬가지로 지방의회 의원이 총선에 출마하는 경우 전부 다를것은 없다고 본다. 여하튼 광역단체장이든 국회의원이든 그 외 다른 무엇이 되었든 최소한 첫 임기 4년은 마치고 그 다음 재선,3선쯤이 되었을때 다른 큰 선거에 도전하는것이 유권자에 대한 예의라고 본다. 아무리 우리나라 정치가 저질이고 3류라 하지만, 최소한 이런 정도의 선거풍토나 문화 정도는 자리잡아 보는게 최소한 국민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모습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