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총선이 어느덧 하루앞으로 다가왔다. 공식선거운동 기간에 들어간 첫 주말에는 이명박 정부의 불법사찰 파문이 터지더니, 선거가 후반부로 접어드는 지난주엔 이른바 나꼼수로 유명한 민주통합당 김용민 후보의 과거 인터넷 방송에서의 막말이 일부 인터넷 웹진을 통해 보도되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급기야 메이저언론,방송까지 이를 보도하기에 이르면서 선거 후반의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그리고 선거가 막판에 접어든 이 시점에선 여야간 서로 상대후보의 흠집내기와 폭로전이 거듭되면서 선거 자체가 그야말로 네거티브의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되어버렸다. 그야말로 정책은 간곳없고 네거티브 폭로만 남은채 19대 총선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것이다.
정치평론가들 사이에선 그래도 비교적 네거티브가 많이 사라지고 정책이 주된 이슈가 되었던 선거로 꼽는것이 2002년의 지방선거다. 이때는 주로 청계천 복원 문제나 하이닉스 문제등 주요 지역현안을 놓고 각 당의 주요 단체장 후보들간에 TV토론에서 열띤 공방이 벌어졌었다. 2002년 선거라고 네거티브 흑색선전이 없었던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다른 선거에 비해선 상호비방이나 흑색선전보다는 정책이 주된 이슈가 되었던 선거였던 셈이다.
정책이 주된 이슈가 된 선거로 또 하나를 꼽는다면 역시 2010년 지방선거를 꼽을수 있을것같다. 무상급식등 이른바 복지문제로 여야간,보수진보간 견해가 본격적으로 대립했던 선거가 바로 이때의 일이고 천안함 사태가 있은지 얼마되지 않은때라 대북정책도 중요한 선거이슈가 되었다.
사실 이번 총선도 불과 한달전인 3월 중순까지만 해도 가령 제주 해군기지 문제라던가 한미FTA등 정책문제가 주요 선거쟁점으로 떠오를수 있는 분위기가 충분히 무르익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각당의 공천파동이나 단일화 논란등 주요변수를 거치면서 선거가 한치앞을 내다볼수 없는 혼전양상으로 변하면서 19대 총선은 유감스럽게도 정책은 실종하고 여야 주요 양당간의 폭로전,흑색선전등의 네거티브 진흙탕 싸움으로 변한채 막을 내리게 될 것 같다.
사실 좀 우울하게 만드는 이번 19대 총선의 과정이다. 무엇보다 선거가 종반으로 갈수록 혼전지역이 더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되는 작금의 상황에서 네거티브가 선거의 주전략으로 떠오른 이유가 무엇인지는 이미 불을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실제 선거 일선에서 뛰어본 정당관계자들은 이런말을 한다고 한다. 선거가 막판으로 치닫는데 혼전양상이 되어버리면 네거티브의 유혹에 안 빠져들수가 없다는것이다. 큰것 한방만 터트리면 부동표심을 확실하게 움직여 판세를 뒤집을수 있을것 같은데, 네거티브의 유혹에 안 빠져든다면 그게 더 이상할것이다.
실제 이전 선거에 비해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정도로 특히 수도권에서 박빙지역이 많이 나오고 있는 이번 총선이다. 노대통령 탄핵 역풍이 불어 열우당이 과반수를 차지했던 2004년 총선이나, 노무현에서 이명박으로 정권이 교체된지 얼마되지 않아 대체로 한나라당 압승이 예상되었던 2008년 총선의 경우와 분위기가 너무 다르다. 새누리당이나 민주통합당이나 승기를 확실하게 잡을만한 그 무엇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네거티브 폭로전이 연달아 계속되는것은 그런 맥락에서 보면 사실 당연한 일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네거티브 전략은 선거에서 확실한 승기를 잡을수 있는 효과를 가져다줄수 있을까 ? 이 시점에서 흥미로우면서도 중요한 정보 하나를 제공하고자 한다. 아무래도 종편 시청률이 워낙 낮은 상황이라 직접 시청한 사람이 거의 없을것 같으니, 그런 의미에서도 꽤 중요한 정보제공이 될것같다.
알다시피 현재는 선거관련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된 기간이다. 다만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지만 못할뿐 여론조사는 각 언론,방송사별로 계속 진행은 되고있다. 이런 상황에서 종편 TV조선에서 매주 월-금 오후 5시에 방영되는 ‘윤여준의 정치 차차차’에 어제(9일) 출연한 조선일보 여론조사 담당기자가 눈길가는 사실 하나를 공개했다. 한마디로 불법사찰 파문이나 김용민의 막말파문이나 정작 전체 선거판세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어차피 지금은 여론조사 공표 금지기간이고, 여론조사 자체도 워낙 변동폭이 크니 선거가 끝나봐야 이에대한 구체적인 분석이 가능하겠지만, 조선일보 기자의 저 말만 놓고 분석을 해본다면 정작 이와같은 네거티브 전략이 유권자의 표심 변화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분석을 내놓아도 그리 성급하진 않을것 같다.
실제 돌이켜보면 이와같은 폭로전이 오히려 악재가 될것 같았던 후보측에 지지층 결집으로 이어져 반전이 되었던 사례는 얼마든지 있지 않은가. 92년 대선때의 초원복국집 파동이라던가 2007년 BBK 폭로등...따라서 현재로선 불법사찰 문제든 김용민 막말파문이든 또는 어제,오늘 연달아 터지고 있는 각 진영의 상대후보에 대한 폭로든 결과적으로 유권자의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는 투표함 뚜껑을 열어보기전까진 그야말로 귀신도 모르는것이다.
선거가 과열,혼탁 양상으로 번진일이야 이미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그래도 근 몇 년이내의 선거를 돌이켜보면 정책문제가 중심이슈로 떠오르는등 적어도 개선의 조짐이 보였던적이 없었던것은 아니기에 그래서 오히려 과거로 더 퇴보한 느낌을 보이는 이번 19대 총선의 과정은 너무나 유감스럽고 씁쓸하기 그지없다. 최소한 불과 한달전까지만 해도 정책문제가 19대 총선의 주요이슈로 부상할 분위기는 분명 조성되어있지 않았던가. 제주 해군기지 문제라던가 FTA는 물론이요, 지난 지방선거때부터 이슈로 떠오른 복지정책 논란도 아직 진행중이다. 하지만 지금은 네거티브 선거에 밀려 심지어 북한 로켓발샤 변수조차도 언론보도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려난 실정이다.
하지만 이후의 전개과정을 지켜보면 여야모두 공천파동이나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진통과 후유증을 겪었고, 수도권 대다수가 박빙의 혼전양상이 거듭되는 상황과 게다가 휴대전화 사용자층이 늘어나고 이른바 ‘숨은표’로 인해 여론조사도 이전에 비해 믿을수 없다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여야는 결국 어느 한쪽도 확실하게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고 말할수 없는 상황에서 그나마 네거티브를 혹 판세를 뒤집을수 있는 전략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고 거듭 반복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제 공식선거운동 기간도 어느덧 마지막날이다. 선거결과가 어찌나오든 그 어느때보다 여야 주요 양당간에 박빙의 혼전양상이 거듭되었고, 그런가운데 저질폭로,흑색선전이 거듭된 선거였다는 평가만은 면하기 어려울것 같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지금까진 잘못했지만 반성하고 앞으로 잘하자’는 식의 상투적이고 원론적인 말은 무의미할것이고, 다만 정 그 어느때보다도 저질,흑색 폭로전으로 얼룩진 선거라는 평가만은 면키 어려운 19대 총선이라면 최소한 장기적인 정치발전을 위해서라도 그와같은 저질 네거티브 선거를 주도한 사람들에 대한 법적,도의적 책임 정도는 선거가 끝난뒤에도 분명히 물어야할 필요가 있을것같다.